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송영림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엔젤라 김
김영안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배태현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병철
최형만
Jessica Phuang
김수동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박승욱경관
Shean Shim
빡 늘
CruisePro
봉원곤
써니 림
Mina Yang
김철환
박현득
오즈커리어
신지수

예술가들

한하람 0 603 2018.04.13 19:22

                             심보선

우리는 같은 직업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똑같이 견디진 않아요. 

방구석에 번지는 고요의 넓이. 

쪽창으로 들어온 별의 길이. 

각자 알아서 회복하는 병가의 나날들.

 

우리에게 세습된 건 재산이 아니라 

오로지 빛과 어둠뿐이에요. 

둘의 비례가 우리의 재능이자 개성이고요.

 

우리에게도 공통점이 있죠. 

죽고 싶은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 

우리 중 누군가는 분명 요절할 테지만 

정작 죽음이 우리를 선택할 땐 

그런 순간들은 이미 지나친 다음이죠.

 

버스 노선에 없는 정류장에 내려서

주변을 둘러볼 때의 어리둥절함. 

그게 우리가 죽는 방식이라니까요. 

보험도 보상도 없이 말이에요.

 

사랑? 그래, 사랑이요.

 

우리는 되도록 아니 절대적으로 

사랑에 빠지지 말아야 해요. 

검은 수사학, 재기 어린 저주, 기괴한 점괘. 

우리가 배운 직업적 기술이 사랑에 적용된다면……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지 않나요?

 

옛날 옛적 어느 선배가 충고했죠. 

그대들이 만에 하나 사랑에 빠진다면 

동백꽃이 지는 계절에 그러하길. 

그것은 충분히 무겁고 긴 시간이라네.

 

간혹 우리 중 누군가 사랑에 빠졌다는 소문이 들려요.

그러곤 아주 끔찍한 일이 생겼다는 뒷 이야기도요. 

우리의 사랑은 사내연애 따위에 비할 수 없어요. 

버스 종점에 쭈그리고 앉아 영원히 흐느끼는 이. 

이별을 하면 돌아갈 집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이. 

그 사람이 버림받은 우리의 처량한 동료랍니다.

 

노동? 그래, 노동이요.

마지막 파업 때 끝까지 싸운 이는 

노조 간부가 아니라 연극반원이었다네요. 

그가 경찰에게 몽둥이로 얻어터질 때 

세 명의 피 흘리는 인간이 나타났다네요. 

그중에 겨우 살아남은 이는 조합원이고 죽은 이는 햄릿이고 

가장 멀쩡한 이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조차 

못 외우는 초짜 배우였다네요.

 

남들이 기운차게 H빔을 들어 올릴 땐 

저만치서 뒷짐을 지고 콧노래나 흥얼거리지만 

우리는 사실 타고난 손재주꾼이랍니다. 

공장 곳곳에 버려진 쇳조각과 페인트로 

불발의 꽃봉오리, 반기념비적인 바리 케이드, 

죽은 동지들의 잿빛 초상화를 담당하는 건 언제나 우리 몫이죠.

 

우리는 큰 것과 작은 것 사이 

이를테면 시대와 작업대 사이 

그 중간 어딘가에서 길을 잇고 길을 잃어요.

고통에서 벗어나는 건 고통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에요. 

그건 뭔가 다른 세상을 꿈꾸는 거라고요. 

우리는 벤담의 공장에서 자발적으로 해고됐다고요.

 

우리는 이력서에 

특기는 돌발적 충동 

경력은 끝없는 욕망 

성격은 불안장애라고 쓰고 

그것을 면접관 앞에서 깃발처럼 흔들어요. 

그리고 제 발로 문을 박차고 걸어 나오는 거에요. 

의기양양하게 그리고 지독히 외롭게.

 

우리의 직업 정신은 뭐랄까. 

살고 싶다고 할까. 죽고 싶다고 할까. 

아니면 조금 유식하게 해방이라고 할까. 

네, 압니다. 알고말고요. 

우리가 불면에 시달리며 쓴 

일기와 유서는 지나치게 극적이라는 것을.

 

생존? 그래, 생존이요.

 

언제부턴가 우리의 직업은 소멸하고 있어요. 

죽은 노동이 산 노동을 대체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는지. 

모든 공문서에서 우리의 이름 위엔 붉은 X자가 쳐져요.

 

기억? 그래, 기억이요.

 

나는 우리에게 벌어진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어요​.

 

f27852303a047915af193ecb5e69967d_1523603 

심보선(1970년 ~ ) 1994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 당선. 김준성문학상, 올해의 좋은 시상, 작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슬픔이 없는 십오초>>, <<눈앞에 없는 사람>>, <<오늘은 잘 모르겠어>> 와 산문집 <<그을린 예술>>이 있다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Global Lead Logistics International /지엘아이해운(주)
이사짐,운송,한국구매대행,포워딩,무역,상업화물,개인화물,한국배송 T. 09-410-3181
Eftpos 나라
eftpos.cash register,cctv,scale,alarm,pos system. T. 0800 880 400

경기부양대신 경기억제?

댓글 0 | 조회 525 | 2018.10.25
2주전 목요일, 세계 증시 관계자들은 이날을 ‘검은 목요일’이라 불렀다. 미증시의 폭락은 뉴질랜드를 포함 세계 주식시장을 흔들며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에 금융위기의 전운을 감돌게까지… 더보기

대화할 때 시선처리 딜레마

댓글 0 | 조회 635 | 2018.10.25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자주 느끼는 바이지만, 엘레베이터나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대면하였을때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에서 하듯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 더보기

항생제는 왜 안주나요?

댓글 0 | 조회 661 | 2018.10.25
한국에 있을 때는 감기에 걸리면 이런 저런 약들을 잔뜩 줘서 한 방에 해결하는데 여기는 왜 다른 약은 안주고 패나돌(Panadol)만 주고 이렇게 고생을 시키나요, 항생제도 안주고… 더보기

과부화

댓글 0 | 조회 621 | 2018.10.25
우리는 골프를 치면서 가끔은 ‘지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 골프를 치는지도 모르게 하루 하루를 골프에 매달려 지내곤 한다. 특히 골프 지망생을 지도하고 있는 부모… 더보기

오늘도 어김없이 입에서 나오는 말

댓글 0 | 조회 738 | 2018.10.25
오늘도 어김없이 누구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하나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어떤 답이 나올까?긍정적으로 말할까? 아니면 부정적으로 말할까?이 답은 스스로… 더보기

너무 피곤한데 잠이 안 와요 ㅠ ㅠ

댓글 0 | 조회 1,008 | 2018.10.25
흔히 ‘사람은 밥 잘 먹고, 화장실 잘 가고, 잠 잘 자면 건강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참으로 정확하고도 중요한 표현이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이러한 기… 더보기

할부 납부 (세금 및 ACC Levy)

댓글 0 | 조회 819 | 2018.10.24
이번호에는 세금 및 ACC levy 할부납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IRD에 세금을 납기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지연납부가산세 (Late payment penalty)와 이자가 부… 더보기

독립계약자와 피고용인의 구분

댓글 0 | 조회 417 | 2018.10.24
뉴질랜드 고용법은 피고용인에게 많은 보호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독립계약자인 노동자에게는 아무런 보호장치도 마련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동자가 독립계약자인지 아니면 피고용인… 더보기

춘풍낙엽(春風落葉)

댓글 0 | 조회 282 | 2018.10.24
양지에 나서도 한기를 느끼는 봄바람. 품 속을 파고드는 첩의 바람이 두려운 9 월. 벚꽃 화사하게 피었는가 싶더니 아쉽다.세상구경 급해서 밀고 나오는 것일까?파아란 새순에게 밀려난… 더보기

이민법무사가 엄선한 10월 최신 뉴스

댓글 0 | 조회 1,397 | 2018.10.24
뉴질랜드 정부 공인 이민법무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 중에 이민과 유학에 대한 최신 정보와 소식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7월 이후로 업데이트된… 더보기

중국의 패권도전, 지정학적 환율변화에 주목하라

댓글 0 | 조회 568 | 2018.10.24
무서운 아이들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모하메드 살만 사우디 왕자가 카쇼기를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한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사고 있다.미국에 살고 … 더보기

Paris Butter Restaurant

댓글 0 | 조회 375 | 2018.10.24
Paris Butter Restaurant 은 프랑스 전문 요리 폰손비에 위치한 최고의 프랑스 전문 요리 레스토랑이다. 프랑스 전문 요리사들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아 유명한 레스토… 더보기

[포토 스케치] 세상의 빛과 만나는 다리 되고파

댓글 0 | 조회 391 | 2018.10.23
▲ 세상의 빛과 만나는 다리 되고파

쌀밥과 밥심

댓글 0 | 조회 498 | 2018.10.20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쌀이 귀하여 명절, 제사, 생일 등 특별한 날에만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60년대에도 이른바 ‘보릿고개’, 즉 농촌에서 가을에 추수한 곡식… 더보기

대장암 & 대장용종 & 과민성 장 증후군

댓글 0 | 조회 1,004 | 2018.10.20
이번 주 휴람 의료정보에서는 지난주에 이어서 대장 질환중 관심도가 높은 대장암, 대장용종, 과민성 장 증후군에 대해 휴람 네트워크 중앙대학교병원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 더보기

[포토 스케치] Journey....

댓글 0 | 조회 311 | 2018.10.16
▼ Bethells beach에서Journey...

하이누웰레 소녀 1편

댓글 0 | 조회 536 | 2018.10.13
여성적인 힘언제부터인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부정적인 이슈들 중 하나로 여성 혐오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 해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여성 혐오 논란이 더욱 시끄러웠으나 대상이 남성… 더보기

아! 친구야, 너의 모습은 어디로 갔니~

댓글 0 | 조회 641 | 2018.10.13
중,고 시절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던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에서 만나 여고 시절에도 친하게 어울렸던 친구는 웃기도 잘하고 명랑하였다.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의 실패… 더보기

열정 사장님 속 답답하다

댓글 0 | 조회 837 | 2018.10.13
페이스북 마케팅이 쉽다고?여기 페이스북 마케팅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열정 사장님이 계십니다.‘주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하는 걸 보면 어려울 것 없는 것 같기도 한데, 뭔지 잘… 더보기

리소스 컨센트 신청서 작성요령 (1)

댓글 0 | 조회 618 | 2018.10.12
최근 몇 년 동안 시청법규가 리소스 컨센트 요구 사항만큼 복잡해지고 있음을 점점 느끼게 됩니다. 이에 따라 건축사와 토지 측량사가 시청에 제출한 리소스 컨센트의 프로세스가 지체되어… 더보기

무지개 색깔은 정말 일곱 가지일까?

댓글 0 | 조회 431 | 2018.10.12
체중이 감당이 안 된다. 아침에 운동장 일곱 바퀴를 걷기로 했다. 차 한잔을 마시고 다른 생각이 파고들기 전에 동네 운동장으로 나간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운동보다 더 중요한 일이 … 더보기

Iceland, ‘I’s land

댓글 0 | 조회 363 | 2018.10.12
세상은 넓고 먹거리는 많다지만 그 다양하고 풍성한 음식들 가운데 유독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화산활동으로 유명한 나라 아이슬란드입니다. 길고 … 더보기

생로병사의 비밀

댓글 0 | 조회 551 | 2018.10.11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웰빙(well-being) 시대에 점점 노령화 되는 과정에 건강에 관심이 높아졌다.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누구든 건강은 있을 … 더보기

‘침대서도 중무장’ 아내의 양말을 벗겨라

댓글 0 | 조회 1,000 | 2018.10.11
39세 K씨는 아내가 너무 차갑다고 호소한다. 1년 전 외도의 경험이 있는 그는 아내가 너무 차갑고 사무적이라 잠깐 한눈을 판 것으로 이야기하지만 아내의 냉담함 때문에 이혼을 한다… 더보기

척추 분리증과 척추 전방전위증

댓글 0 | 조회 573 | 2018.10.11
자세에 관한 이야기(8)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에게 허리건강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요통으로 오시는 분 중에 최근들어 많이 보이는 문제중 하나가 척추 분리증과 척추 전방 전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