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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가 뿔났다

한일수 0 622 2018.03.2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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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다문화 사회에서 

상대방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주되 

두 문화가 충돌할 때에는 주류 그룹의 문화를……

 

한 남성이 하느님을 찾아가 항의 조로 따졌다. “왜 남성만이 하루 종일 밖에 나가 돈 버느라고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뼈 빠지게 일해서 가정에 바쳐야합니까? 여자는 집에서 놀다가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여기저기 노닥거리며 돈만 쓰고 호강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역할을 바꿔주십시오. 남자가 아내 역할을 하고 여자가 남편 역할을 하도록 말입니다.”그러자 하느님께서 소원을 받아들여 그 남자에게 그렇게 하도록 조치를 취해주었다. 

 

그 남자가 아내 역할을 하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준비하면서 애들 도시락 2개-4개 싸 놓고 식구들 깨워서 아침식사를 하도록 서둘렀다. 남편 출근하는데 필요한 것 챙겨주고 애들 학교 갈 준비 체크하면서 현관 앞까지 배웅했다. 그러고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설거지하고 집안 정리하고 나니 11시가 되었다. 동사무소, 은행 등 처리할 일을 하느라고 몇 군데 들렸더니 벌써 2시가 되었다. 

 

점심은 해결할 짬도 나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애들 하학 시간이 다가오고 간식거리, 저녁 준비하러 시장에 들르고 정신없이 집에 돌아와야 했다. 애들 방과 후 프로그램 수발하느라 학원, 교습소등을 들락거리며 정신없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애들 저녁상을 차려주고 숙제를 보살펴준 다음 취침준비하고 나니 저녁 9시가 되었다. 

 

아직도 정리할 일들이 많지만 모처럼 TV 앞에 앉아 저녁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온갖 흉측한 소식들이 범람하고 남편 귀가 시간이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 되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11시, 12시가 되어도 안 들어오더니 자정이 넘어서야 술이 곤드레만드레 취해가지고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부축해서 들어오도록 했더니 그대로 쓰러져 자려고 한다. 억지로 대충 씻도록 한 다음 잠자리에 들도록 했더니 또 한 가지 일을 더 부탁 한다. 자기 전에 자기를 즐겁게 해달라는 거였다. 일을 치르고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눈을 붙일 수가 있었다. 다시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할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하느님을 다시 찾아가 본래의 남자 역할을 하도록 되돌려 달라고 부탁했다. 하느님께서는 순순히 그렇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안한 일이지만 엊저녁 치룬 일로 애가 생겼으니 열 달을 기다려야 된다는 거였다. 그 남성은 10개월 동안 뱃속의 아이를 부양해야 하며 출산의 고통을 감수해야 됨은 물론 젖먹이 아이를 양육해야한다. 아마 가슴을 치며 자기의 경솔함을 후회했을 것이다.

 

여성은 신체적으로나 생리적으로 남성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하에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한국은 유교적인 전통이 오랫동안 지배해와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도, 사회 시스템이 통용되어왔다. 뉴질랜드는 유럽계 키위들이 사회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어 우리는 상당히 다른 생활 문화를 접하며 이민 생활을 엮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민온 후 20여 년 동안 한국 사회도 엄청나게 변하여 호주제 폐지, 남녀 성 불평등 해소 등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자가 결혼을 하더라도 본래 성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여기서는 여자가 결혼과 더불어 남편 성을 따르고 있는데 결혼, 이혼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 추세에서 볼 때 여자는 자기의 성(姓) 주체성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만하다. 물론 결혼을 하더라도 본래의 성을 유지하는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볼 때 오히려 한국의 성 평등이 앞섰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한국의 이브(Eve)들이 뿔났다. 직장에서, 문화, 예술, 연예, 체육계에서 상하, 주종, 갑을 관계가 형성되고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 추행, 희롱 사건이 빈번히 일어고 있었다. 당하고만 살면서 말 못하고 참고 인내하며 지내왔던 여성들이 자기의 부끄러운 과거를 털어놓고 있는 실상이다.

 

남녀 관계의 일은 은밀한 부분이 있는 법인데 이를 피해자 입장에서 여성들이 스스로 발설하고 나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미투(Me too) 운동으로까지 번져, 온 사회가 떠들썩한 것은 사회 발전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상호 고소, 고발을 통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어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미투 운동이 감정 노출로까지 번져 과거의 일상적이고 선의에서 행해진 일들이 악의로 작용하여 남녀 관계에 역반응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현대 사회는 사회활동에서 남녀의 차별이 없고 동등한 관계에서 역할이 수행되고 있으므로 남녀는 서로 협력관계이고 이러한 관계가 편견없이 진행될 때 사회도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남녀 관계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법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고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옛날 사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새로운 문화권으로 이주해서 살고 있는 해외 한인 입장에선 거주국의 성 문화에 대해서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마오리의 홍이(Hongi) 인사법은 서로 이마와 코를 맞대며 인사를 한다. 서로 영혼을 교환하고 섞는다는 의미가 있다. 키위들은 반가운 친구를 만나면 서로 포옹하며 볼 키스도 한다. 한국에서는 성추행으로 비춰질 수 있는 행위이다. 

 

초기 이민 사회였던 1995년에는 마오리 소년 고추 사건으로 한인사회는 물론 전 뉴질랜드가 떠들썩했다. 한 한국인이 북쪽 카이타이아 (Kaitaia)의 한 마오리 집에서 민박하면서 식구들하고 서로 친숙해지고 정도 들었던 터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 집 소년이 자기 방에 들어와 안기자 귀여워서 여덟 살 난 아이의 고추를 만져보았다. 그 한국인은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오클랜드로 호송되어 교도소에 수감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남의 아이일지라도 귀여워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고추도 만져 보자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인에 의해 벌어진 전대미문의 성추행 사건으로 그 한국인은 유죄 판결을 받고 추방되었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에서 서로 상대방의 관습이나 문화는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두 개의 문화가 서로 충돌할 경우, 소수 그룹이 주류 그룹의 문화를 따라주는 것이 예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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