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삼십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월드비전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마이클 킴
Richard Matson
마리리
Mira Kim
EduExperts
이신
김도형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독자기고

뱃길 삼십분

0 개 1,526 오소영

 

2c76755b3f816b4bb91ac620ec066f4a_1522123340_788.jpg

 

뱃길 삼십분은 짧은 여행길이다.  

쾌적해서 기분좋게 타는 훼리(ferry). 감질나고 아쉽다. 

 

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마냥 누워서 뒹구는 날이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은 잠시뿐. 몸과 마음이 바닥으로 처진다. 잠깐 눈붙인 오수(午睡)에는 두려운 악몽만 달겨들고. 갑자기 암담한 나락에서 헤맨다. 나이 무게에 짓눌린 헐헐한 영혼 때문일까? 

 

정신을 차리려면 일어나 밖으로 뛰쳐 나가야 한다. 갇힌 공간을 벗어나 사람들 속에 섞이고자 혼탁한 세상 속으로 다시 몸을 던진다. 

 

이럴 때, 한 시간이면 되돌아올 수 있는 뱃길 여행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배에 오르면 낯선 세상을 달려온 여행자의 마음으로 설렌다. 한 번도 본적없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창가에 앉아 출렁이는 물살을 벗 삼아 뒤로 멀어지는 시티를 바라본다. 내가 발딛고 사는 땅을 잠시 벗어나 아주 먼 곳을 떠나는 것 같은 착각도 새롭다. 까만 어둠 속에서 저 도시를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시드니’의 깨어나는 새 아침을 보던 때의 경이로움이 생각났다. 또 하루의 일출을 맞이하려는 도시의 꿈틀거림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어둠속에서 하나 둘 불빛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숫자가 늘어가면서 반딧불 동굴처럼 불꽃으로 화사해져 가는 도시. 천천히 솟아오르는 태양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오페라 하우스’의 모습이 보석처럼 빛났다. 각도를 잘 잡아 찍은 전문 사진가의 멋진 사진 한 장이었다. 

 

그 아름다움을 혼자서만 본다는게 얼마나 안타깝던지... 

 

“얼른 일어나셔요. 시드니가 열리는 저 멋진 걸 보셔야죠.” 호들갑을 떨며 일행들을 깨웠던 그 어느 해의 크루즈 여행. 

 

미끄러지듯 부두를 찾아 들어가는 배는 이미 그 곳을 지나쳤다. 

 

아침 잠이 유난히 단 내가 무슨 행운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갈매기들의 여유로운 날개짓. 멋진 곡예로 비상하며 파란 하늘을 수놓는다. 마치 내게 아양을 떨듯이.... 

 

저기 하얗게 긴 띠를 두른듯 따라오는 길은 밋션베이 로드다. 

 

그 길 끝이 누드 비치 언덕이다. 호기심으로 벼랑밑을 내려다보면 정말로 벌거숭이의 사람들이 보였다. 재미있다고 느끼면서 굉장한 문화의 충격을 받곤했다. 

 

대자연 앞에서 진짜 자연인이 되어 보려는 인간의 귀소본능 때문일까? 그 길을 달리는 차들이 장난감처럼 앙징스럽게 귀엽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웅장한 크루즈가  바다 한 가운데 버티고 서 있다. 너무 커서 부두에 정박하지 못한 떠다니는 호텔이다. 마치 하얀 섬이 하나 우뚝 솟아난듯 보인다. 그 규모로 보아 쉽게 볼 수 있는 만만한 크루즈가 아닌게 틀림없다. 

 

“삼만불짜리 세계일주 쿠르즈나 타보고 마지막 갑시다” 

 

아내에게 약속했다던 어느 남편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속절없이 저 세상 벌써 가 버렸다. 크루즈 이야기만 나오면 눈가가 촉촉해 지는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치 앞을 모르는게 인생이거늘. 지금 우리 나이가 얼마인데... 우리는 쓴 웃음을 흘렸다. 

 

배가 닿은 터미널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 정말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바다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양편 길가 카페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관광객을 손짓하는 갖가지 상품들이 오색으로 찬란하다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우리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알아서 데려다 달라”고 기사님한테 부탁했더니 섬 한 코스를 다 돌아 다시 데려다 준 곳이 여기였다. 카페겸 바에는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다. 늙은이들 기웃거리기엔 과감한 용기가 필요했다. 

 

2번 버스던가? 그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달려간다. 

 

인기척도 없고 집도 별로 없는 한적함만이 나그네를 반긴다. 나무 숲 우거진 등성이 밑으로 내려가면 거긴 정말 별천지의 세상이 펼쳐진다. 카렌다에서나 보았던 멋진 풍광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둥그렇게 아담한 비치가 잔잔한 물을 품고 졸듯이 조용하다. 소리치면 들릴 것처럼 물건너 푸르른 마을이 건너다 보인다. 이쪽 낚시터의 새빨강 지붕이 그림처럼 물위에 떠있다.

 

보이는 사람 하나 없는데 식탁위에 하늘색 비치파라솔은 누가 펴놓았는 지? 누군가가 마시고 간 빈 프라스틱 컵 네 개가 심심함을 덜어준다. 

 

처음부터 그 숨겨진 비경을 찾은게 아니었다. 헝크러진 나무숲에 가려진 그 곳을 몇번이나 그냥 지나쳤었다.

 

같은 곳이지만 여행은 누구와 같이 가느냐에 따라 느낌도 기분도 달라진 다. 처지가 같은 동병상련의 말 통하는 친구와 함께라면 부담이 없어 좋다. 어떤 말이든 허물없이 나눌 수 있는 친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점심 준비를 해 온 친구와 밥 먹을 자리를 찾다가 보물처럼 찾아낸 곳. 빛나는 우정에 내린 선물이었을까? 

 

어느 누구 우울 소리만 나오면 죽이 맞아 떠나는 우리들의 비밀 아지트.

 

‘와이헤케’ 

노인이란 호칭을 더께더께 무겁게 달고사는 우리들. 혼미해져 가는 영혼을 흔들어 깨워주는 멋진 밀애(?) 장소다. 

 

아직 미지의 1,3,4번 코스가 더 남아있다. 또 다시 숨어있는 비경을 찾아내야지. 어떤 정보도 없이 부닫히면서 찾아내는 쾌감을 모험처럼 즐기려고 한다. 

 

여지를 남겨두고 늘 호기심을 자극하는. 뱃길 삼십분.

 

 

잃었던 정서(情緖)를 마주하던 날

댓글 0 | 조회 308 | 2024.02.27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의 하루 . . .또 한 날 선물로 받은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어영부영 보내기엔 불안하고 괜스레 죄스럽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자 쓰… 더보기

지워지지않는 이름, 그녀 ‘레베카’

댓글 0 | 조회 880 | 2024.01.30
내게 북유럽 패키지 여행은 아무래도 ‘러시아’가 핵심이었다.동행하자는 친구의 말을 듣자마자 내 귓전에서 사라지지가 않았다. 정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여기는 지… 더보기

그의 끝나지 않은 사랑

댓글 0 | 조회 531 | 2023.12.22
그의 아내는 장난끼 많은 남편 곁에서 늘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어릿광대처럼 아무에게나 장난을 걸어도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지없이 행… 더보기

어그부츠와 미나리 형님

댓글 0 | 조회 415 | 2023.11.28
아직도 그 전화 번호를 잊지 않고 있다.833 8X8X 누르기만하면 자즈러질듯 반가워 하시던 그 형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전화 한 통화가 뭐 … 더보기

비목(碑木)을 노래하며, 2023년.

댓글 0 | 조회 435 | 2023.10.25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녁에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먼~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궁노루 … 더보기

‘청어’ 신선한 열정, 멋지다

댓글 0 | 조회 524 | 2023.09.27
봄이 문 앞에서 서성대며 보챈다. 어서 반갑게 맞이해 달라고 . . .오늘아침 단장님 굿모닝 톡에도 봄소식이 묻어왔다. 고목에 새 순이 돋아나니 우리도 힘내자는 … 더보기

발 동동 4시간....

댓글 0 | 조회 1,605 | 2023.08.23
맹_꽁이 멍_청이.내가 스스로에게 붙여 마땅한 조롱이고 별명이다.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날씨가 변덕스러워 망서리다가 햇볕이 반짝 보이길래 산책 나갈 채비를 서둘… 더보기

그들 마음의 온도는 몇 도 일까요?

댓글 0 | 조회 453 | 2023.07.25
찬란하던 해가 서산마루로 기울어간다. 황금빛 노을로 불타던 하늘이 서서히 검푸르게 변해가면서 어둠이 내려앉는다.기다렸다는듯 검은 장막속에서 남십자성이 아주 가깝게… 더보기

기쁨조 전령들아! 잠을 깨다오

댓글 0 | 조회 768 | 2023.06.27
그 날이 그 날이라고 평범한 일상을 투정했던 날들이 있었다. 비젼 없는 삶이 나름 따분하다는 불평이었다.그게 바로 한치 앞을 모르는 어리석음이었다. 세월앞에 오는… 더보기

묵은지 깊은맛, 우정(友情)구만리

댓글 0 | 조회 595 | 2023.05.23
여행가방을 꾸려 공항으로 달렸다. 출국장이 아닌 입국장 앞에서 차를 세우고 짐을 챙겨 내릴때 살짝 가슴이 떨려왔다. 들뜬 표정으로 나오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안… 더보기

늦바람 노풍(老風)에 미친(美親) 행복

댓글 0 | 조회 1,047 | 2023.04.25
세상의 중심에서 떠밀려난 소외감. 자식들 떠난 겨울나무로 나목되어 쓸쓸히 홀로선 외로움.우리만의 정서로 교감이 아쉬운 사람들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할 수… 더보기

지금 세상이 나는 좋다

댓글 0 | 조회 652 | 2023.03.28
때만 되면 어김없이 불러다 치료를 해 주는 안과병원. 그렇게 지금까지 수년동안 눈을 잘 지켜주어 밝게 살아가고 있다. 최첨단 기술좋은 시대에 살고있으니 행운이 아… 더보기

로드와 릴리앙

댓글 0 | 조회 708 | 2023.03.01
어김없이 또 새 해가 밝아왔다.둘러보니 어제와 다른게 하나도 없는데 마음은 왜 이토록 다르게 느껴지는지... 여러가지 상념들이 어지럽게 머리속을 헤짚는다.맨 처음… 더보기

설 명절, 서러워서 ‘설’ 이더라

댓글 0 | 조회 844 | 2023.01.31
어디선가 부침개 부치는 기름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다.눈을 슬쩍 감으니 온 세상이 흰눈으로 하얗다. 까악까악 검은 나뭇가지 끝에 조르르 까치들이 바쁘게 짖어댄다.… 더보기

추억 만들기 . . . 챈서리 핫도그

댓글 0 | 조회 1,313 | 2022.12.21
기다려 온 주말이다.내 일상과 다르게 사는 아이들을 오늘 하루 친구가 돼달라고 하려면 머리를 잘 써야만 한다. 커다랗게 울리는 시계의 초침소리가 더디게만 느껴졌다… 더보기

돈이 운다구요

댓글 0 | 조회 1,045 | 2022.11.22
돌고 도는게 바로 돈 이어서 그 호칭도 돈 이란 말인가.수없는 사람들의 손과 손으로 옮겨 다니는 것 이기에 위생적으로 보면 더럽기 짝이없는게 돈이다. 그렇더라도 … 더보기

기적은 있다

댓글 0 | 조회 857 | 2022.10.26
아무리 장수시대라 해도 누구나가 다 오래 사는건 아니다. 80대를 사는건 전체 인구의 불과 몇% 밖에 안되는 행운이란다.병원엘 자주 드나들만큼은 아니었지만 허약하… 더보기

어설픈 여행, 엉터리 효도

댓글 0 | 조회 1,104 | 2022.09.28
바람이 맵고 차다. 벌써 봄바람이 인사를 왔는가보다.바로 엊그제 산책길에서였다. 시커멓게 묵은 나무에서 삐죽빼죽 솟아난 여린 연둣잎이 너무 예뻐 사진에 담아 왔으… 더보기

노욕(老慾)

댓글 0 | 조회 846 | 2022.08.23
어느 날 부터인지 가슴이 뻐근하게 통증이 느껴졌다. 괜찮은가 싶다가도 생각이 나면 어김없이 또 아팠다. 어느 날은 조금, 어느 때는 좀더 강도가 심했다. 웬만큼 … 더보기

내 동생

댓글 0 | 조회 906 | 2022.07.26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처럼 눈이 많이 내린 날 은 처음이었다.지금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멀고 먼 76년 전으로 돌아가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음력으로 … 더보기

우박비 쏟아지던 그 날

댓글 0 | 조회 826 | 2022.06.28
분홍빛 고운 햇살이 거실 깊숙이 내려앉아 쉬고있다. 창 밖 하늘빛이 새파랗다.이런날 누구와 만날 약속이 있다는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매일같이 질척이는 요즘같은 … 더보기

돌빵구지는 지금 어찌 변해 있을까? 궁금하네요

댓글 0 | 조회 912 | 2022.05.25
촘촘한 집들 사이로 골목길을 빠져 나가면 갑자기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시야가 환해진다.멀찍이 앞을 가로막는 뚝길이 길게 뻗어있다. 그 뚝엔 들풀들이 지천으로 엉켜 … 더보기

백년손님 맞이하기 - 불놀이

댓글 0 | 조회 768 | 2022.04.28
일상의 시간들을 거의 마치고 느긋하게 쉬고있는 어느 저녁 나절이었다. 늘상 딸처럼 살가운 ㅇㅇ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저녁식사 같이 하자는 전갈이었다. 오클랜드가 … 더보기

꽃보다 어여뻐라, 민경씨 고마워요

댓글 0 | 조회 1,511 | 2022.03.22
작년 1월이었다. 견딜수 없는 그리움을 달래보려는 딸의 마음이었을 것이다.계절 바뀌면 포근하게 입으라고 바지 몇개를 준비해 평소처럼 우체국으로 갔더란다. 그런데 … 더보기

코로나의 선물(?), 늦깎이 삼대(三代)의 소확행

댓글 0 | 조회 1,711 | 2022.02.22
대학 등록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되어온다.나이 삼십을 바라보며 직장생활 잘하던 손녀의 새로운 결심이었다. 현장 경험에서 직접 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