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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관한 독서

오클랜드문학회 0 242 2018.02.28 19:57

                                         이 문재 

 

1

한때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주곤 했을 때

어둠에도 매워지는 푸른 고추밭 같은 심정으로

아무 데서나 길을 내려서곤 하였다

떠나가고 나면 언제나 암호로 남아 버리던 사랑을

이름부르면 입 안 가득 굵은 모래가 씹혔다

 

2

밤에 길은 길어진다

가끔 길 밖으로 내려서서

불과 빛의 차이를 생각다 보면

이렇게 아득한 곳에서 어둔 이마로 받는

별빛 더이상 차갑지 않다

얼마나 뜨거워져야 불은 스스로 밝은 빛이 되는 것일까

 

3

길은 언제나 없던 문을 만든다

그리움이나 부끄러움은 아무 데서나 정거장의 푯말을 세우고

다시 펴보는 지도, 지도에는 사람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4

가지 않은 길은 잊어버리자

사람이 가지 않는 한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의 속력은 오직 사람의 속력이다

줄지어 가는 길은 여간해서 기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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