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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에 회고하는 이민생활 25년

김임수 0 1,721 2018.02.13 23:38

지난 1년간 뉴질랜드를 떠나서 한국에서 생활하던 A선배가 돌아왔다. 맞벌이하는 아들, 며느리 가족 곁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손주 돌보러) 한국행을 결정한 두 내외가 임무를 완수하고 귀국한 것이었다.  

 

‘나도 올해 6학년 5반이야!’당신의 나이를 학년에 비유하면서 65세 연금수령자격 나이가 되었음을 빗대 말한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이제 뉴질랜드 정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야. 대단한 영광이란 말이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6학년을 졸업하면 그 다음은? ‘중학교로 진학해야지!’그렇다. 새로운 출발이다. 

 

A선배 부부는 1990년대 초반 한국인의 뉴질랜드 이민이 막 시작될 무렵 오클랜드에 정착한 분들 중 하나이다. 당시만 해도 인터뷰 심사때 ‘헬로, 땡큐’만 또박또박 대답하면 영주권 스탬프를 찍어 주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영주권 취득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요즘 무슨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냐 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 뉴질랜드의 이민정책이 그만큼 순진(?)했다고 한다. 

 

아무튼, 임시 거처 모텔에서 만난 인연이 모텔동기 친목계로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이때야말로 교민사회에 낭만과 희망이 충만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반가운 대화를 계속하다 보니 이마에 짙게 그려진 세월의 훈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게 말이야. 자네를 처음 봤을 때 30대 중반의 풋풋함과 패기가 있었는데 세월에는 장사 없구만. 이제는 자네 머리에 녹화사업 해야겠어. 하하하’ 서로 외모경쟁으로 한바탕 웃음을 교환한 후에도 그의 손주 자랑이 이어진다. ‘매일 이쁜 손주들이랑 화상통화하는게 너무 행복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손주들 재롱 보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의 뉴질랜드 4반세기 삶은 숨가쁘게 달려온 레이스같았다. 도착후 1년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주변의 격려와 강권에 따라 뉴질랜드의 자연과 여유로움을 원없이 즐기며 놀았다고 한다. 

 

줄어드는 잔고에 정신이 바짝들어 생업전선에 뛰어들게 되었고 주 7일을 일하는 고단한 삶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어 방황하기 시작할 때 부모로서 아무런 역할을 못했던 것에 대한 자책감 등등. 사실, 그가 지나온 삶을 편안하게 얘기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에 많은 교민들이 한국으로 호주로 떠나갔지. 그때가 제일 힘든 시기였어. 고국 떠나 이역만리에서 서로 속 깊은 얘기를 나누었던 친구들이었는데….. 그때 느낀 외로움과 쓸쓸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어. 이민생활, 아니 인생자체가 이별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지. 그 무렵 집사람의 갱년기와 함께 시작된 인간 관계의 단절이 그 후로도 꽤 오래갔어.’ 

 

장성한 자식들이 호주와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또 그곳에서 가정을 꾸렸을 때 두 부부는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곳 뉴질랜드가 자신들이 남은 여생을 보내야 할 곳이라는 사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이라더니 요즘 한국에서 고단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 자신의 옛 모습이 오버래핑 된다. 최근, 아들과 며느리가 향후 1-2년 안에 뉴질랜드로 돌아오겠다고 자신들의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곧,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아이의 교육문제 때문에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단다. 

 

앞으로 손주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기쁜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아들 가족에게 자신이 짐이나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사실, A선배는 3년전에 중풍 (Stroke)을 겪었다. 다행히, 초기 대응을 잘해서 후유증을 최소화했지만 걸음걸이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그로 인해,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도 많이 위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A선배는 여전히 여유와 위트가 넘친다. ‘올해 6학년 5반에 진학했으니, 여기에서 상급반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지. 중학교 3학년 진학때 파티 한번 크게 하자구!’  

 

선배의 노후준비를 옆에서 바라보면서 나의 인생학교 생활을 되돌아 보게 된다. 

나는 교과과정 잘 따라가며 선생님과 선후배, 친구들과 두루두루 함께 잘 지내고 있는가? 우선, 선배님들을 응원하기 위하여 큰 현수막 하나 걸어야겠다.  ‘웰컴투 6학년 5반!’

 

※ 뉴질랜드 노인건강 세미나가 3월 2일 금요일 오전 9 시 30분부터‘Sunnynook Community Centre’에서 개최 됩니다. (문의처: 021 221 7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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