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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시간의 우울한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

오클랜드 문학회 0 402 2018.01.18 15:21

                                  장 석주

1

신생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

동편 서편 흩어지는 바람속을 질주한다

짧은 겨울해 덧없이 지고

너무 오래된 이 세상 다시 저문다

 

인가 근처를 내려오는 죽음 몇 뿌리

소리없이 밤눈만 내려 쌓이고 있다

 

2

회양목 아래서

칸나꽃 같은 여자들이 울고 있다

 

증발하는 구름같은 꿈의 모발

어떤 손이 잡을 수 있나

 

3

밤이 오자 적막한 온천 마을

청과일 같은 달이 떴다

바람은 낮은 처마의 불빛을 흔들고

우리가 적막한 헤매임 끝에

문득 빈 수숫대처럼 어둠속을 설 때

가을 산마다 골마다 만월의 달빛을 받고

하얗게 일어서는 야윈 목소리

 

4

어둠 속을 쥐떼가 달리고

공포에 떨며 집들이 긴장한다.

 

하나의 성냥개비를 켤 때

또는 타버린 것을 버릴 때

더 깊고 단단하게 확인되는 밤

 

쥐떼의 탐욕의 이빨이 빛나고

피묻은 누군가의 꿈이 버려져 있다

 

5

하오 3시 바다는 은빛처럼 빛난다

흰 공기 속을 통과하는 햇빛의 정적

 

바람이 분다, 벌판에

흰 빨래처럼 저 어두운 바다가 운다.

 

포악한 이빨을 드러내는 바다, 하오 4시

위험한 시간 속으로 웃으며 뛰어드는 아이들

 

6

전파는 다급하게 태풍경보를 에보하고 탁자의 유리컵에는

바다가 갇혀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폐쇄된 전파만

새파랗게 질린 풀들이 울고 그 풀들 사이에 누군가의 거꾸로

처박힌 전생애가 펄럭이고 있다

 

오, 병든 혼,

아이들은 폭풍속을 뚫고 하얗게 떠 있는 바다로 달리고 내

붉은 피들은 혈관을 뛰어다니며 울부짖고 있다

 

7

햇빛 그친 낡은 문짝에 쇠못들이 박혀 녹슬고 있다

잊혀진 누군가의 이름들

 

8

바람은 오늘의 뿌리를 흔들며 지나가지만

흙 속의 풀의 흰뿌리는 다치지 못한다

 

9

통제구역  팻말이 꽂혀 있다

끝없이 거부하며 어둠으로 쓰러지고

풀뿌리 밑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잠들곤 했다

팻말 뒤에서 펄럭이는 막막한 어둠

어두운 창너머 벌판에는 비가 뿌리고

잠자면서도 절벽을 보았다, 밤마다

 

시간, 오오, 가혹한 희망과 다정한 공포여

소멸의 이마를 스치는 푸른 번개

서치라이트의 섬광만 미친 짐승처럼

이빨을 번득이고

나는 꿈속에서도 필사적인 질주를 하며

땀을 흘리고 울었다

아,1975년 여름

절벽에 부딪혀 산산히 튀어 오르는

파도 조각처럼 부서지고 싶었다, 그때 

 

■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digda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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