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봉원곤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박승욱경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빡 늘
CruisePro

연말연시, 당긴다

새움터 0 303 2018.01.17 11:46

 ‘올해는 누구랑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지.’ 

뉴질랜드에서 벌써 스물일곱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크리스마스 저녁 파티에 초대할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얼굴들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살아왔던 햇수만큼 친구가 늘지 않았다. 올해도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가서지 못했다. 

후회스럽다. 

 

연말이 다가오면 여러 얼굴들이 떠오른다. 보고 싶은 얼굴, 피하고 싶은 얼굴과 미운 얼굴이 한꺼번에 다가온다. 이럴 때는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솟구친다. 특히 밤에 찾아 오는 고독감과 후회가 머릿속에서 이어지면 잠을 설치게 된다. 낮에는 파란 하늘과 포후투카와 나무의 빨간 꽃들을 즐기는 대신에 피곤해 자주 존다.

 

HALT(hungry, angry, lonely, tired의 머리글자를 모아서 만듦)라는 말이 있다. 물질중독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이 HALT 순간에 술과 마약이 당긴다 한다. HALT로 인한 재발 때문에 중독으로부터 회복 여정(recovery journey)에 든 대부분의 사람은 크리스마스나 연말을 두려워한다. 배고프거나 화날 때 그리고 외롭고 피곤할 경우에 음식이나 술을 찾는 나를 보면 이들의 걱정이 이해가 된다. 

 

오랜 상담을 통해 많은 피상담자가 특별한 날에는 가족과 다투고 싸웠던 아픈 기억를 잊고 싶어 술을 찾는 경향을 보아왔다. 이들은 소외되는 기분을 달래기 위해 가족에게 다가서고 싶으나 연락하기를 주저한다. 불편해지는 마음을 술로써 진정시키고 싶은 충동과 누군가 술을 권하면 쉽게 거절을 못하는 습성이 재발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이나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고통을 자주 얘기한다. 호기심이나 현실 도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관계에 소홀해지고, 이 소원해진 관계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피하려고 다시 술을 찾는다. 술에서 회복하기 시작해도 가족이나 친구의 믿음이 늘어나지 않으면 그 아픔 때문에 다시 술을 한다. 그러다 보니 회복과 재발은 끊어진 관계에서 생기는 악순환이 된다.

 

“The opposite of addiction is not sobriety, it’s connec tion.”(중독의 반대는 안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하고의 관계이다) 

 

이 말은 영국의 언론인 요한 하리(Johann Hari)가 미국의 비영리 단체에서 운영하는 테드 톡스(TED talks)에 나와 마약과의 전쟁에 관한 강연 중에 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술과 마약에 빠지는 이유가 사람들과의 관계의 소외에서 온다고 주장한다. 그의 강연을 유튜브(YouTube)에서 보면서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래, 맞아.” 

 

우리 식구 중에도 물질중독이나 행위중독으로 가족 구성원들을 힘들게 한 사람들이 몇 명 있다. 이들이 나약한 정신이나 도덕적인 결함이 아닌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술이나 도박을 했을 가능성을 생각하니 연민이 솟는다.

 

2017년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니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연락해 볼까.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불편하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나. 가슴이 열려지 않는 모습을 인정하며 연락은 내년으로 미룬다.

 

올해 말에는 관계의 부족에서 찾아온 스트레스를 다르게 다스려야지. 당기는 술을 자제하고 새움터 김희연 선생이 쓴 ‘50가지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나 다시 읽을까. 나의 오감을 달래면서 스트레스를 극복해야겠다. 혼자서 중얼거린다. 혹시 누가 알까. 피곤이 풀리면 소식을 끊고 지냈던 식구들에게 손을 내밀지. 언젠가는 과거의 감정을 훌훌 털어내고 소외의 고통에서 벗어나 더불어 살고 싶다. 

 

연말에는 후회와 희망이 항상 교차한다. 후회를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고 희망을 나누기 위해 술을 찾는다. 연말연시, 아무래도 술이 당기는 시간인가보다.

 

▶ 새움터 회원 정인화는 1991년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스무 해 가까이 상담과 심리치료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단체입니다.


9e928bf5ae477ae7eb5fc69172933abe_1516142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오클랜드 중국문화원
오클랜드의 한 장소에서 1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중국어 전문어학원 410 - 6313 T. 09-410-6313
하나커뮤니케이션즈 - 비니지스 인터넷, 전화, VoIP, 클라우드 PBX, B2B, B2C
웹 호스팅, 도메인 등록 및 보안서버 구축, 넷카페24, netcafe24, 하나커뮤니케이션즈, 하나, 커뮤니케이션즈 T. 0800 567326
Total Cleaning & Total Paint
cleaning, painting, 카펫크리닝, 페인팅, 물 청소, 토탈 크리닝 T. 0800157111

치유의 말과 행동, 무엇이 더 중요할까?

댓글 0 | 조회 303 | 2018.07.11
오랫동안 상담 일을 해 왔다.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직업으로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묻는 게 있다. “어떻게 듣기만 해요?”또는 “무척 힘드시죠?”등이다. 그들은 내가 듣고 주기… 더보기

자존과 교육

댓글 0 | 조회 332 | 2018.06.14
‘자존’은 스스로 자(自)에 높을 존(尊)이란 자를 써서 만든 말이다. 그 뜻은 나를 높이 여기는 것이다. 나를 높이 여기는 것과 여기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사람들이 자존을 … 더보기

공상이라는 심리 방어기제

댓글 0 | 조회 435 | 2018.05.10
■ 새움터 회원: 정인화(심리 상담사 / 심리 치료사)​심리 치료를 오랫동안 받으면서 방어기제로부터 매우 자유로워졌다고 자부한다.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방어기제를 이제는 … 더보기

투명인간

댓글 0 | 조회 496 | 2018.04.10
초등학교 때였나. 그때 한동안 투명인간에 열광했다. 많은 사람이 만화책이나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서 봤을 그 투명인간 말이다. 기억 속의 투명인간은 거의 슈퍼 히로에 가깝다. 조국을… 더보기

굴욕

댓글 0 | 조회 418 | 2018.03.13
정인화매달 말이 다가오면 걱정이 인다. 여러 가지 약속을 해 놓고도 제대로 못 지켜서이다.그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이다. 차일피일 미루다 마감일이 다가오면 안절부절못한다.늘어나는 걱… 더보기

행복을 위한 발버둥

댓글 0 | 조회 315 | 2018.02.14
♥ 정 인화의 민낯 보이기​행복해지고 싶다.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행복하지 않다.무엇이 잘못되었나.꼬리를 물어가며 생각해도 이유가 없다.살을 빼야 하나.남들처럼 헬스클럽 회원이나 될… 더보기

감정 무죄 행동 유죄

댓글 0 | 조회 234 | 2018.01.31
“어머 지적이셔요”이런 말은 듣는 것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어머 감정적이셔요”이런 말을 들었다면 어떨까? 기분이 묘하다. 지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큼 기분이 좋지는 않… 더보기
Now

현재 연말연시, 당긴다

댓글 0 | 조회 304 | 2018.01.17
‘올해는 누구랑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지.’뉴질랜드에서 벌써 스물일곱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크리스마스 저녁 파티에 초대할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얼굴들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더보기

마징가 제트와 아수라 백작

댓글 0 | 조회 1,298 | 2017.12.19
“기운 센 천하장사 / 무쇠로 만든 사람 /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제트”어렸을 때 좋아하던 만화 영화 주제가이다. ‘마징가 제트.’모태 음치에다 한두 소절의 가사도 재대로 못 외… 더보기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 감동이다

댓글 0 | 조회 986 | 2017.12.06
♥ 정 인화의 민낯 보이기“아이 캔 스피크 봤어?”“아니. 왜?”“꼭 봐. 진짜 감동이야.”같은 동네에 사는 한국 사람한테 영화‘아이 캔 스피크’을 봤다고 얘기했다. 위안부의 한 … 더보기

내 딸이 양치기가 된다면

댓글 0 | 조회 456 | 2017.11.22
“My son is a shepherd in South Island.”귀를 의심했다. 아들의 직업이 ‘양치기’(shepherd)라니. 뉴질랜드에는 사람보다 양이 훨씬 더 많다. 올… 더보기

잔물결 효과, 고맙다

댓글 0 | 조회 497 | 2017.11.07
♥ 정인화의 민낯 보이기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편해서 좋긴 한데 발전이 없다. 내용만 보면 같은 일의 반복이다. 언제 여기를 떠날 수 있을까. 오늘도 공상이다. 그 놈의 은… 더보기

고슴도치의 고민

댓글 0 | 조회 748 | 2017.10.25
“전화 끊어. 나 바빠!”첫 마디가 날카롭다. 평소에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한 친구의 반응이다. 얼른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영 편안하지가 않다. 나도 바쁜 데 시간을 내서 전화했던… 더보기

여행, 희망이다

댓글 0 | 조회 477 | 2017.10.10
♥ 정 인화의 민낯 보이기나이 차이 때문일까. 형과 누나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많지 않다. 어릴 적 같이한 추억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기껏해야 큰 누나가 두세 번 데리고 간 어린… 더보기

끊임없이 변하는 사람의 뇌

댓글 0 | 조회 341 | 2017.09.27
정신 없이 하루를 보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이제 힘에 부친다. 무엇보다도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신경은 항상 예민하게 서있고 같은 일을 하는데도 갑절의 에너지… 더보기

수치심(Shame), 숨고 싶다

댓글 0 | 조회 609 | 2017.09.13
♥ 정 인화의 민낯 보이기고등학교 이 학년 때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 순간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카락 다 빠진다’라는 담임 선생님의 목소… 더보기

휴식을 취하는 50가지 방법

댓글 0 | 조회 1,390 | 2017.08.22
열심히 참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이민 오기 전에는 나름 치열하게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했고 처음 뉴질랜드 와서는 영주권 한번 따 보려고 자신을 몰아붙였습니다. 영주권 따고 … 더보기

심리상담 전문가들, 긴장된다

댓글 0 | 조회 1,237 | 2017.08.08
♥ 정 인화의 민낯 보이기숫기가 없었나. 바쁘다는 핑계였을까. 오랫동안 심리상담사와 심리치료사를 위한 모임에 거리를 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라는 생각에 종종 가슴이 아프면서 … 더보기

제 2회 완경기 그룹을 마치면서

댓글 0 | 조회 398 | 2017.07.25
지난 6월 21일이 뉴질랜드에서 낮이 가장 짧은 날이었습니다.한국으로 말하자면 동지 즉 겨울의 한 중앙이지요.“후유 절반은 지났구나”안도의 숨을 조심스럽게 내쉽니다.뉴질랜드의 겨울… 더보기

한국인, 외롭다

댓글 0 | 조회 1,412 | 2017.07.11
나는 심리 상담과 치료를 한다. 상담은 술이나 마약등을 남용하는 유럽계 백인인 파케하(pakeha)가 주 대상이다. 스무 해 가까이 상담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부러워한다. … 더보기

어느 남자의 눈물

댓글 0 | 조회 558 | 2017.06.27
새움터 (임애자, 사회복지사)​늦은 가을이라서 일까? 축축한 길가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들을 볼 때 마다 한국에서보다 계절의 감각이 무뎌짐을 느끼게 된다. 매 년 이맘때쯤이면 왠지 … 더보기

노을, 아프다

댓글 0 | 조회 781 | 2017.06.14
♥ 정인화의 민낯 보이기우리 집 데크(deck)에서 바라보는 서쪽 하늘은 장관이다. 내가 아는 모든 수식어를 송두리째 훔쳐간다. 난 그 정경에 한없이 왜소해진다. 움츠러드는 내 모… 더보기

완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요?

댓글 0 | 조회 706 | 2017.05.23
날씨가 쌀쌀하니 무릎에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몸도 예전만큼 가볍지 않아 수영장에 자주 가게 되었다. 수영장 사우나에 있다 보면 한국 어머니들의 사우나 토크가 얼마나 재미 있는지 시… 더보기

신데렐라는 잘 살고 있을까?

댓글 0 | 조회 2,003 | 2014.10.30
어릴 때 누구나 즐겨 듣던 신데렐라 이야기가 있다. 어릴 때 기억으로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나 자신도 뭔가 환상적이고 멋진 남성을 만나 정말 인생을 행복하게 살수 있을 것 같아 어리… 더보기

자존감, 자존심 그리고 자신감

댓글 0 | 조회 5,130 | 2014.10.15
이 세 가지의 의미는 어떻게 다를까? 최근 사람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존감, 자존심, 자신감 이 세 단어들이 정확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 평소에 자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