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운명과 삶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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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운명과 삶의 주인

0 개 1,117 송영림

 옛이야기와 치유-불행한 공주 9편

 

또 다른 남자들과 좀 다른 남동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그는 일반 남자들에 비해 매우 가정적이고 집안 살림을 잘한다. 

 

얼마 전 어머니의 눈 수술로 인하여 이 주일 정도 남동생 가족이 와 있다가 갔다. 갓난아기와 함께 남동생 내외가 와 있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집안일은 몽땅 남동생 몫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원래 성격 자체가 돌봐드려야 하는 사람이고 올케도 평생 공부밖에 한 것이 없는 막내인 데다가 교사라서 집안일이나 아기 돌보는 일이 영 어쭙잖다. 

 

나 역시도 늘상 밖으로 나돌아다니다가 집에 있어도 원고마감이니 강의준비니 하며 밤을 새우기 일쑤이고, 집안일은커녕 밥이나 축내는 사람이다 보니 어쩔 수 없기도 할 터이다.

 

어제 남동생 가족이 집으로 돌아간 후 그가 해놓고 간 미역국이며 김치찌개와 밥통의 하얗게 새로 지어 놓은 밥 그리고 냉장고 안의 깻잎전까지, 그 음식들을 바라보며 가슴 한편이 좀 아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운명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의 그런 삶을 불행하다고 봐야 할까? 어찌 보면 여자인 올케나 나와 반대의 경우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 결국 그것이 불운한지 아닌지는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에게 주어진 일을 감사와 행복의 마음으로 한다면 좋은 운이 되는 것이고, 반대로 불만과 불행하다는 마음으로 한다면 불운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생각나는 옛이야기가 있으니, 우리나라의 옛이야기 ‘굶어 죽을 관상을 가진 사람’이다. 이 이야기는 사람의 관상이 변할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옛날에 한 소년이 부모를 잃고 삼촌 집에서 쇠죽을 끓여주며 빌붙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과객이 그를 보더니 소년의 관상이 굶어 죽을 상이라 집에 둬서 좋을 게 없다고 삼촌에게 말했다.

 

그래서 소년은 굶어 죽을 팔자니 어디든 발길 닿는 대로 가보자는 심산으로 집을 떠났다. 며칠을 굶어가며 길을 가던 소년은 엽전 보따리를 발견했으나 굶어 죽을 팔자에 무슨 필요가 있겠나 싶어 밀쳐놓았다. 

 

마침 웬 관리가 와서 나랏돈을 찾았다며 보상금을 주려고 했으나 소년은 사양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밤에 외딴집을 발견하고 묵기를 청하자 처녀가 나와 생명이 위험하니 그냥 가라고 했다. 

 

그러나 소년은 어차피 굶어 죽을 팔잔데 호랑이가 물어간들 어떠냐는 생각에 그냥 묵었다. 밤에 도깨비들이 나타나 위협을 했으나 소년은 겁내지 않고 뭐하는 짓이냐며 호통을 쳤고, 도깨비들은 절을 하며 자기들은 땅속에 묻힌 은금보화인데 제발 꺼내달라고 사정했다.

 

다음 날 도깨비들이 알려준 곳을 파자 엄청난 보물이 나왔다. 그러나 소년은 필요 없다며 그냥 떠나려 했다. 그러자 처녀가 그를 붙잡고 배필이 되어 달라고 간청했고 소년은 그게 인연인가 싶어 예식을 치렀다. 

 

그렇게 소년은 아내와 함께 보물을 싣고 삼촌의 집으로 갔고, 나라에서 예전의 관리가 조정에 천거를 하여 소년은 벼슬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관상쟁이가 그를 다시 보더니 굶어 죽을 팔자였는데 지금은 아주 상이 좋다고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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