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봉원곤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박승욱경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빡 늘
CruisePro

그 해 겨울과 봄을 잃어 버렸네

한일수 0 294 2017.10.25 18:03

개인의 운명은 각자 의지의 산물이다. 

운명처럼 되어버린 그날 12월 9일, 

54세 생일에 뉴질랜드로 왔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 54년을 시작하는데……


9e566353983df97080c547d7a045610f_1508907

세월을 만드는 것은 해와 달, 사회는 모자이크, 인생은 하나의 종잇조각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데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그것은 영원성이다. 그 영원성의 한 점의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개인 인생이다. 그 개인 인생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사회는 역사를 써내려 간다. 그리고 그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단순한 것 같은 뉴질랜드 생활이지만 해와 달이 너무 빨리 뜨고 지는 것 같다. 월요일이 지나더니 바로 주말이 다가오고 연초 신년 인사 나눈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싸인다. 지나온 뉴질랜드 생활을 헤어보니 어언 22년 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이민 온 후 3년 만에 뉴질랜드 태생의 외손자를 보게 되었고 그 아이를 갓난애 때부터 캐어(Care)를 해왔는데 이미 칼리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진학하였으며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앞으로 22년이라는 세월이 다시 흐른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지 생각해본다. 지나온 세월과 같이 앞으로의 세월도 순식간에 지날 것이며 오히려 더 빨리 지나갈 것으로 짐작된다.

 

이민 오던 해에는 겨울과 봄을 잃어버렸다. 뉴질랜드에 정착하러 온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첫 해에는 두 계절을 건너뛰었을 것이다. 1995년 12월 8일 김포 공항에서 한국 생활과 작별을 고했다. 

 

공항에는 친척 친지 등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가족까지도…….

 

이민 이삿짐을 꾸리기 전에 두 번 뉴질랜드에 다녀왔고 3-4개월 후에는 비즈니스 관계로 다시 한국에 다녀올 참이었다. 서울의 살던 집은 아직 팔리지도 않았고 아내의 직장도 정리가 안 된 상태였다. 두 아이도 그대로 서울에 남아 있고 군대에서 막 제대한 막내만이 뉴질랜드 대학 진학을 위해서 먼저 떠난 상태였다. 

 

이민 이삿짐은 선박 편으로 보내졌고 나는 마치 해외 출장을 떠나듯이 혼자 태평양을 건너 왔는데 그것이 나의 반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반생을 시작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겨울이 짙어갈 무렵 12월에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 왔더니 한창 여름이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가을 겨울로 이어졌으니 완전히 계절이 뒤바뀐 상태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게 된 것이다.

 

개인의 운명은 각자 의지의 산물이다. 의지가 강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국가 사회의 운명을 개인이 비켜갈 수는 없는 것이다. 태평양 전쟁 발발과 더불어 태어나서 해방과 6.25 전쟁 참화를 온 몸으로 체득하고 청년기에 4.19, 5.16, 10월 유신 등 역사의 전환점에서 긴장의 끈을 풀 수 없는 세월을 보냈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미래의 꿈을 펼쳐보고자 해외 유학길에 부딪쳐보기도 하고 결혼 초에는 미국 이민 길을 답사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음대로 풀려 갈리는 만무하였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생활인으로서 직장에 매달릴 수밖에…….

 

이민 병은 이민을 가야 낫는 병이다(?). 1984년도에 미국에 단기 연수차 다녀온 일이 있었다. 그 때 이미 미국에 대한 환상은 접었다. 광대한 국토, 풍부한 자원,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세계 사람들이 동경하는 사회같이 보였지만 내부는 치유할 수 없는 병폐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흑백 문제, 총기 문제, 치안 문제, 사회적 갈등의 깊은 골 등은 아무리 풍요를 누리는 미국 사회이지만 쉽게 해결 할 수 없는 일로 판단되었다. 1993년 말에 다시 미국을 여행하였는데 그 때 미국은 아니지만 다른 대안이 있으면 해외 이주를 실천해보겠다는 꿈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꿈의 나라가 뉴질랜드가 되었다.

 

1986년 정초에 향후 인생계획(Life plan)을 작성해서 안방 벽에 붙여놓았다. 자기개발 측면, 사회활동 측면, 가정적인 측면의 세 분야로 나누어 년도 별로 달성해야 될 목표를 2036년까지 모눈종이에 기록한 것이다. 

 

그 때 당시 45세의 나이인데 95세가 되는 향후 50년 계획을 세운 것이다. 아내가 그걸 보더니 누가 보면 창피하니까 웃기지 말고 치우라고 했다. 그래서 사무실 책상 유리판 밑에 깔아 놓고 매일 매일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놀랍게도 그 때 계획했던 일들이 거의 비슷하게 이루어졌다.

 

뉴질랜드에 온 후 12년차 2007년 정월에는 인생계획을 108세까지로 수정해서 2049년까지 42년 향후 계획을 수립했다. 그 후 다시 10년이 지나 금년 기준으로 32년 남은 인생을 실천할 처지이다. 건강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의료 기술의 발달로 앞으로는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 할 전망이다. 

 

그래서 평균 수명보다 약간 기대치를 높여서 108세를 목표로 계획을 수립한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예로부터 108세를 일컫는 다수(茶壽)라는 말이 있는 걸보면 과거에도 108세를 누리는 장수자가 있었다는 얘기인데 평균 수명이 80이 넘는 현재에 앞으로 30년 후를 고려해서 108세를 목표를 잡은 것이다.

 

과거에는 흔히 그러했듯이 출생 신고가 1년 늦게 되었다. 그래서 족보 나이와 호적 나이는 다르다. 음력 생일은 1941년 10월 20일인데 출생 신고는 1942년 11월 27일로 되어 있다. 선친께서 그렇게 한 것인데 아마 출생 당시 양력 일자가 잘 못 기재된 것 같다. 달력 표를 보면 1941년 음력 10월 20일은 양력으로 12월 9일에 해당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운명의 날자 인 것 같다. 1995년 12월 8일 서울을 떠나 12월 9일 뉴질랜드에 도착했는데 이는 정확히 한국에서 만 54년 생애를 마감하고 후반 54년 인생을 뉴질랜드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108세로 인생 계획을 세우게 된 것도 나의 운명이 이끄는 바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미드와이프 김유미 (Independent Midwife YOOMI KIM)
임신, 출산, 출산후 6주 신생아와 산모의 건강 관리를위해 함께 하는 미드와이프 김 유미 T. 021 0200 9575

아오테아로아의 꿈은 진행형이다

댓글 0 | 조회 158 | 2018.09.13
뉴질랜드 이민 생활은 3차원의 공간과 4차원의 시간이 융합된 시공간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꿈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많이 했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천국에…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바라보는 광복 73년

댓글 0 | 조회 241 | 2018.08.07
광복 73년의 역사는 한-뉴 관계의 역사와 오버랩 된다. 한국전쟁, 국교수립, 이민/유학/관광, FTA 체결로 양국 간 교류는 더욱 활성화 되고……​뉴질랜드에 처음 상륙한 한국인이… 더보기

단절의 시대

댓글 0 | 조회 219 | 2018.07.25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정보화 사회, 세대 간의 단절은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대화를 시도해야……20세기 중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렸던 피터 드… 더보기

지명을 알면 뉴질랜드가 보인다

댓글 0 | 조회 674 | 2018.07.11
사람이나 사물은 이름을 가짐으로서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뉴질랜드에는 마오리어로 된 지명이 많은데그 내용을 살펴보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더보기

고려인 - 그들의 삶과 꿈

댓글 0 | 조회 373 | 2018.06.27
연해주에서 농업기반을 조성하고한민족 시대를 꽃피우던 고려인들,한민족의 문화와 언어를 말살 당한 채중앙 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하니……​같은 한민족의 후손이면서‘고려인’으로 불리고 … 더보기

통일되어 하나 되는 세계의 한민족 8천5백만

댓글 0 | 조회 374 | 2018.06.15
한반도에 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이 올 것인가?한반도에 교류가 활성화되고 민족적인 부흥 정신이되살아난다면 제2의 한강의 기적, 압록강의 기적을……인종이 유전적 특성을 지닌 자연과학적… 더보기

런던 스모그와 서울의 미세먼지

댓글 0 | 조회 609 | 2018.05.23
1952년 런던에서 대규모 스모그 참사가 일어났다.서울도 걱정이다.쾌적한 공기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절대 절명의 자산인데……우리는 흔히 ‘런던’하면 안개를 연상한다. 그런데 왜 … 더보기

피는 물보다 진하다

댓글 0 | 조회 640 | 2018.05.09
얼어붙은 한반도에 봄은 찾아오는가?수천 년 동안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우리의 국토인데 왜 금단의 땅이 되어 ……​2016년 11월16일에 오클랜드의 노스 하버 스타디움(North H… 더보기

장보고와 한반도의 운명

댓글 0 | 조회 516 | 2018.04.25
지구본을 거꾸로 들어 5대양 6대주를 바라보라.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제대로 통찰한장보고의 네트워크 비법을 이어받아 ……“바다를 다스리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한반도가 일제에… 더보기

로마제국의 황제와 한국의 대통령

댓글 0 | 조회 794 | 2018.04.11
로마제국의 황제들 잔혹사를 떠올리며청와대 주인들의 잔혹사와 대비해본다.일제의 잔존으로 내려온 청와대 터를 옮겨……지구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고대 로마는 BC 753년에 건국되었… 더보기

이브가 뿔났다

댓글 0 | 조회 548 | 2018.03.28
다민족 다문화 사회에서상대방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주되두 문화가 충돌할 때에는 주류 그룹의 문화를……한 남성이 하느님을 찾아가 항의 조로 따졌다. “왜 남성만이 하루 종일 밖에 나… 더보기

정월 대보름 감상

댓글 0 | 조회 291 | 2018.03.14
조상의 얼을 지니지 못한 민족은수 천 년 역사를 지닐 수도 없다.다민족 사회에서고유문화를 다른 민족들과 공유하며……어렸을 적 기억으로는 설날보다 대보름날이 더 특이했던 추억으로 남… 더보기

21세기 문명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댓글 0 | 조회 254 | 2018.02.28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새로운 문명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그 속에서 새로운 휴머니즘을 발견해야……일본의 식민지 치하에서 조국이 신음하고 있을 때 일본은… 더보기

한 많은 한민족의 한풀이

댓글 0 | 조회 374 | 2018.02.14
잘 사는 게 최대의 복수이다.핏 속에 응축된 한풀이의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승화시켜이민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개척해나가야……벌써 26년 전의 일이다. 1992년 말 북한산에 올라 진… 더보기

신기루에 꿈은 없다

댓글 0 | 조회 466 | 2018.02.01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려워일확천금을 노리고 투기 열풍에 뛰어든다.그러나 전문 투기꾼들의 농간에 휘말려……나폴레옹의 군사들이 이집트 원정 중에 일어났던 일이다. 분명히… 더보기

은총으로 맞이한 새해

댓글 0 | 조회 252 | 2018.01.17
작년에 죽어간 이에겐 새해가 없다.은총으로 맞이한 황금개띠 새해에새로운 결심으로 행복이 충만한 삶을……가는 세월 붙잡을 수도 없으려니와 오는 세월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세월이 … 더보기

뉴질랜드 한인사 10년

댓글 0 | 조회 886 | 2017.12.20
짧은 이민 역사 속에서도『뉴질랜드 한인사』를발간한지 10년에 이르고 있다.역사를 기술하는 일은 끊임없이 이어져야……민족 사학자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1880-1936) 선생… 더보기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즐겨라

댓글 0 | 조회 708 | 2017.12.06
아오테아로아의 꿈 (84)현재에 충만한 삶을 즐기면서남이 나를 기쁘게해줄 것만 바라지 말고내가 상대를 위해서 기쁘게해줄 수 있는소양을 길러나가야……톨스토이 어록 중에 인생에서 가장… 더보기

배달의 넋

댓글 0 | 조회 419 | 2017.11.22
사람에게 넋이 없다면 허수아비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넋은 사람의 몸에 있으면서 그것을 거느리고 목숨을 붙어 있게 하며 죽어서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돌… 더보기

개 스토리

댓글 0 | 조회 382 | 2017.11.08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인간과 가장 친숙하게 지내온 개이다.그렇다고 하더라도 견권이 인권을 앞설 수는……“사람하고 개하고 100m 달리기 시합을 열었다. 한 사람은 개한테… 더보기
Now

현재 그 해 겨울과 봄을 잃어 버렸네

댓글 0 | 조회 295 | 2017.10.25
개인의 운명은 각자 의지의 산물이다.운명처럼되어버린 그날 12월 9일,54세 생일에 뉴질랜드로왔다.그리고 새로운 인생 54년을 시작하는데……​세월을 만드는 것은 해와 달, 사회는 … 더보기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다시 읽기

댓글 0 | 조회 817 | 2017.10.11
소년기에 접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평생 동안삶의 지침이 되어왔다. 몸속엔 철분이 있어야하고머릿속엔 철학이 있어야 ……​고등학교 2학년 국어책에「페이터(Walter Pater)의… 더보기

핵무기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댓글 0 | 조회 470 | 2017.09.27
현재 지구상에 1만 5천개의 핵무기가 존재하고 있으며그 중 1%만 폭발해도 지구상의 동식물이 절멸한다는데,한반도의 운명은 ……​난장이하고 거인(巨人)하고 싸우면 당연히 거인이 이긴… 더보기

살롱음악

댓글 0 | 조회 574 | 2017.09.12
살롱음악은 이제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다.뉴질랜드에서는 중산층의 폭이 넓어누구나 마음먹고 행동하기에 따라 중산층이 되어……서울에서 살 때 아내와 나는 항상 우리가 중산층(中産層)에… 더보기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

댓글 0 | 조회 1,186 | 2017.08.22
오늘을 헛되이 보내면 인생을 헛되이 보내게 된다.생애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사람은 어떤 생각을하고 있을까? 삶의 매 순간을 가치 있게……십 수 년 전 조창인 작가의 소설『가시고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