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살짝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

0 개 1,632 여디디야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는 엄격하신 분으로 다정다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위로 오빠 세 명은 항상 아버지를 어려워했다. 나 역시 20대 중반까지 그랬던 것 같다. 

 

엄마가 시집 와서 보니 양반 집안에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라 힘드는데도 선비로서의 체면 때문에 일은 하지 않고 책을 보는 집안이었다라는 이야기를 엄마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큰아버지들은 그렇게 사셨고 아버지는 큰 아버지들과는 달리 열심히 일하며 사셨고 경제수완도 가지고 계신 분이기에 자수성가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김장철이면 아버지는 도매시장에 가셔서 직접 배추와 무우를 구입하시면 조금 후에 트럭으로 배달이 되었다. 그 양이 두 접 내지 세 접씩이나 되어서 집 앞에다 배추를 부려 놓으면 칼로 배추를 절반으로 잘라 놓는 일은 나의 몫이었다.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같은 동네에 살던 초등학교 동창 남자 아이가 지나가면 왜 그리도 창피함을 느꼈던 지 모르겠다. 지금 성격 같으면 “너, 나 좀 도와줄래?” 아님 ‘연중행사인 김장 담그기 프로젝트에 나도 한 몫을 담당하는 사람이야’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했을 텐데 말이다. 후훗

 

남동생이 중학교 입학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날이었다. 갑자기 입시제도가 바뀌어져서 추첨으로 학교를 들어가게 되었다. 과외공부를 하며 열심히 공부하며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첨으로 인해 그 당시 알아주지 않는 학교에 배정이 되니까 아버지는 화가 나셔서 집에 들어오시더니 동생의 팔을 꼬집으시면서 화를 내시고는 가게로 가셨다. 

 

동생은 아프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울다가 아버지가 나가시고 나서 하는 말이 “남자가 치사하게 꼬집다니.. 차라리 때리지..”하는 동생을 보며 아무런 잘못도 없이 애꿎게 당한 처지가 딱하기도 하였지만 그 말이 한 편으로는 얼마나 우스웠던 지...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지대한 교육열을 가지고 계셨기에 그 발표로 인하여 동생보다도 훨씬 속상하셨던 마음이 그렇게 표출된 것임을 그 당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공부 대신 돈을 버신 이유로 학력이 짧으신 분이셨다. 아버지 글씨체가 사람들 앞에 내놓을 만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셨는지 내가 중학교 들어가고 학교에서 한문을 배우게 되니까 결혼식이나 약혼식, 회갑, 장례가 있는 날이면 봉투에 한문으로 祝 結婚, 祝 華婚, 祝 回甲 또는 賻儀를 쓰라고 가끔 부탁하시곤 했다. 

 

아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행사가 많았다. 어떤 날은 봉투 한 묶음(100장)을 준비해 놓으시고 여러가지 행사 때 쓸 것을 골고루 미리 써 놓으라고 하실 때도 있었다. 왜냐하면 나의 글씨체가 좀 괜찮은 데다가 한문을 좀 멋드러지게 잘 쓰는 편이어서 아버지 마음에 쏙 드셨던 것 같다. 

 

간혹 편지 보내야 하는 경우에 아버지가 내용을 불러주시는 데로 받아 써야 할 때도 있었는데 그 두가지가 왜 그리도 하기 싫었던 지.. 그 때는 “오빠들도 많은데 왜 나한테만 시킬까? 귀찮게 시리”하고 투덜거리곤 했었다. 지금 같으면 아예 편지를 써야할 내용을 일필휘지하여 편지 쓴 것을 갖다 드렸으면 기특해 하시며 얼마나 흐뭇해 하셨을까.. 

 

그리고 봉투에 쓰는 일도 100장짜리 한 묶음을 주시면 “아버지!, 다음엔 두,세 묶음을 준비해 주세요~ 다 써 놓을께요”이랬다면 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9549c4ceb76ba64d5572eb103a1e4762_1505299993_423.jpg
 

슬하에  7남매를 두셨기에 명절에 모이면 큰 방 두 개 정도에 가득 차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간식으로 집에서 올캐가 만든 튀밥, 찹쌀떡, 엿, 가래떡 같은 먹거리도 많았다. 

 

둥그렇게 앉아서 친선게임으로 어렸던 나까지 할 수 있는 화투로 “나이롱 뽕”을 하는 날이면 여기저기서 “뽕”하느라고 특히 큰 형부의 큰 소리로 “뽕!!”하는 소리에 서로 쳐다보며 “껄껄~ 깔깔~ 와하하~ 호호” 웃어가면서 하는 모습이 선하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집에 들어 오신다고 하면 후다닥 담요 밑에 화투를 감추곤 했다. 아버지는 놀음 같은 패가망신할 일을 하지 않으셨다. 약주가 과하신 것이 문제였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금실이 좋으셨던 분으로 기억된다. 슬하의 6남매는 결혼을 하였고 다달이 들어오는 월세 중 일부를 다시 재투자를 하시며 알콩달콩 두 분이 사셨고, 평생 어머니 한 분만 사랑하며 사신 분이셨기 때문이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 선산에 있는 무덤에 두 분의 관을 넣는 일이 있었다. 그 날 관을 넣기 위해 동네 남자 장정들은 땅을 파고 여자들은 식사 준비를 하는데 아침에 사 가지고 간 많은 양의 양 지머리, 양과 곱창등을 푹 끓여서 커다란 그릇에 담을 때 고기 건더기를 얼마나 많이 담아서 국을 푸던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고자질(?) 같이 아버지께 고하기를 “점심 때 국을 풀 때 음식을 만들던 아낙네들이 고기의 양을 많이 그릇에 듬뿍 담아 주는 것을 보았다”고 하니까 “괜찮다”고 하시던 아버지의 후하고 넉넉한 마음씀씀이! 어차피 넉넉하게 준비해서 가지고 가셔서 동네사람들까지 대접하고자 했던 것이니..  

 

그 때 일하던 남자분들이 동네 사람들이어서 음식을 만들던 아낙네들이 신랑들에게 몸보신하라고 듬뿍 담았던 것을 그 때는 어린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한여름이면 작은 구멍이 난 낡은 런닝 셔츠를 즐겨 입으셨는데 “아버지, 왜 그런 구멍난 옷을 입으세요?” 라고 하면 구멍이 난 옷이 더 시원하다고 하셨는데 새 옷보다 항상 입는 낡은 옷이 시원하다는 것이 나이가 드니까 이해가 가는 것이다.^^  

 

아버지는 검소하신 분이지만 써야 할 때는 아낌 없이 푸짐하게 내시는 분이셨다. 요즘 시대의 아빠들처럼 겉으로 드러내며 뽀뽀해주고 사랑한다 하며 표현하며 내색을 하지는 않는 분이셨지만 7 남매를 키우시면서 무척 자식들을 사랑하신 분으로 단지 그 시대가 그렇듯이 자식들을 사랑하는 표현 방식이 달랐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요즘 대화를 할 때 답변을 아주 쪼금 늦게 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 같으면 탁구 치듯 금방 말할 것을 잠깐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체에 거르는 것처럼 말이다. 

 

행여나 생각이 짧아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있을까 저어하는 마음에. 

 

“…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하며 성내기도 더디하라. 사람이 성내는 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함이라”(야고보서 1:19,20)는 말씀처럼 “왜 그런 말과 질 문을 하는 걸까?” “무엇이라고 답을 해 주어야 할까?”하다 보니 몇 초가 지나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나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더 신중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기발한 말의 표현으로 인하여 상대방을 웃기고 즐겁게 만드는 데 이것 역시 내 능력은 아닌 것으로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임을 느낀다. (^^) 

 

예전에 지금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버지가 어떤 일을 나에게 부탁하셨을 때 어차피 해야할 일을 좀 더 기쁜 마음으로 해 드렸으면 아버지 마음을 시원하게, 더 즐겁게 그리고 무척 흐뭇하셨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잠언 15:1)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를 즐겁게 하여도 미련한 자는 어미를 업신여기느니라”(잠언 15:20)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610 | 1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156 | 1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059 | 1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321 | 1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435 | 2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280 | 2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05 | 2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06 | 2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189 | 2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08 | 2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076 | 3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05 | 3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84 | 3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79 | 6일전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0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48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33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579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54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63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55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07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08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1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72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