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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Okja 2017 봉준호

한하람 0 874 2017.07.26 16:29

준호 감독이 틸다 스윈튼, 스티븐 연, 제이크 질렌할 등의 할리우드 대형 스타들, 그리고 윤재문, 변희봉 등의 명품 배우들을 동원하여 찍은 옥자가 연일 화제였죠. 영화 외적으로 배급에 있어서 작은 마찰과 그에 따른 사과도 있었고요. 또 영화 자체적으로는 한 번 보면 돼지고기를 못 먹게 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봉준호 감독의 이번 영화는 큰 화제였고, 개봉 전부터도 많은 기대를 받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라고 한다면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도 있겠지만 이번 영화와 함께 이야기할만 한 영화로 저는 영화“마더”를 꼽으려 합니다. 영화 마더는 어찌보면 이전까지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던 모성애에 대한 인식을 한번 비틀어 보여주며 이 전작들이 시스템이나 사회의 모순 혹은 허구성에 따른 무력함을 꼬집었던 반면, 인간이라는 종 자체의 내면에 뿌리 박혀있는 소름 끼치는 동물성을 드러내어 주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 마더는 사회고발과 변혁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조건(Human condition) 자체에 관한 인식을 위한 영화였습니다.

 

반면 이번 영화 옥자의 입장은 약간은 모호합니다. 겉으로 드러나 회자되고 있는 면은 인간권에서 동물권으로 존재의 권리를 확장하자는 입장이긴 한데, 조금 더 생각을 더해보면 영화 속에서 연출된 이미지가 오히려 동물권 주장의 주체인 인간조건과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꼬집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의 의도가 훈훈한 가족극을 만드는 것이었던, 동물권을 위한 호소였던, 혹은 그 자체의 모순을 꼬집는 것이었던 이번 호에서는 옥자를 통해 볼 수 있는 동물권주장의 모순과 한계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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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는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존재라는 것은 사실 존재가 아니라 존재자일 뿐이고 사실 존재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존재에 대하여 질문이 걸려지는 우리 인간 현존재 뿐이라고 말합니다. 나름의 세계를 자기 안에 가지면서 그 세계 안에(in-sein) 나타나(present) 있는 존재인 것입니다. 다시 말 해 존재는“인간”이라는 단어와 개념이 아니라“인간이냐?”라는 질문이 걸려있는 바로 그 대상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본질이, 개념이 아닌 실존에 걸려있는 존재에 관한 상상력은 실존주의자들에게서는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모든 본질에 앞선 실존에 관한 개념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실존 개념에서부터 우리는 인간 스스로의 침해 불가한 권리에 관한 일종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왜‘인간이 고귀한가’, 등의 질문은 더 이상, ‘신이 창조했다.’‘그 신은 고귀하다.’등의 신화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 내에서 여타 존재들에 비해 존재방식이 다른 오직 단 한 존재=인간 이라는 등식에 의해 그 권리를 스스로 확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권에 대한 주장은 인간권에서의 그것과는 달리 “인간이 동질감을 느끼기에 보호해야 한다.”라는 논지 밖에는 찾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인간이 동물로서 동물보편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동물과는 다른 존재로서, 또 동물의 소유자로서 동정과 공감을 통해 그들을 보호한다는 식의 주장인 것입니다.

 

물론 인간 스스로 모든 동물들과 같은 선상에서 존재한다는 인식을 가진다면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동물권을 동시에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 듯 우리는 아직도 인간에게 요구되는 모든 본질에 앞선 자기자신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존재자 아닌 고유한 존재로서 인식하려 하면서도(‘존재자’인‘동물’과는 다른 고유한‘인간’으로서‘존재하려’하면서도) 동물의 권리와 자기자신 스스로의 권리를 동등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오류입니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세계 내의 실존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은 인간적 관계와 동물적 관계로 나뉜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적 관계는 고정되고 위계적이고 선형적인 관계이며, 동물적 관계는 순수 관계중심적이며 수평적이고 비선형적인 관계입니다.

 

아기가 동물을 대할 때, 아기는 두려움에 온몸이 얼어붙은 채 울기도 하며, 호기심에 다가가 동물의 얼굴을 만지는 등의 모습을 보이죠. 그것은 동물적 관계 맺기입니다. 인간의 ‘둘레세계’, 자극을 대하는 기관들이 새로운 자극에 접촉하는 행위로서 그 이상의 외적이고 초월적인 개념들이 끼어들 틈이 없는 관계입니다.

 

허나 반려동물을 산책시키거나 훈련시키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인간적 관계 맺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동물들의 입장에서 여전히 그들은 음식을 얻기 위한다던가 자극을 피하거나 반복시키려 하거나 식의 동물적 반응을 통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반면에 그들의 주인들은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 동물들을 소유하고 위계와 당위를 세워 질서를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이 인간적 관계 맺기의 방식입니다.

 

영화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주인공 미자와 슈퍼돼지 옥자의 관계는 동물적 관계라기보다는 인간적 관계에 가깝습니다. 물론 다른 여타 등장인물들에 비해 옥자와 맺는 관계가 동물적인 미자이지만 인간이 동물과 맺을 수 있는 최선의 관계는 여전히 동물적 관계에 가까운 인간적 관계일 뿐이라는 생각만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인간적 관계 맺기 속에서의 미자와 옥자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주장은“우리 강아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동물인데요! 개고기를 먹으면 야만인!”식의 주장 뿐일 것입니다. 미자가 옥자를 동물적으로 사랑한다고 하지만 미자가 옥자를 구매할 수 있는 가축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 내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미자의 인식은 마지막 금돼지 장면을 통해서 미자 스스로에게 재확인 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정육점을 하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동네 닭공장에 배달을 자주 가다 보면서 눈에 익었던 도살장면들은 저로 하여금“그럼 우리 인간은 저 닭들과 돼지들과 무엇이 다른가? 굳이 다른 것이 없다면 왜 우리는 존귀한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답은 인간이 스스로에게서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인간 스스로, 그러니까 자기 스스로를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고질병에 걸렸다는 사실과 그러한 고질병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도, 그리고 정확히 공감할 수도 없는 동물들에 대해 인간적 잣대를 통해 공감한다고 이야기하며 그들의 권리를 대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 뿐일 것입니다. 

 

그러한 인간의 인식 현실은 해결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현실이 해결되기 전에 순수한 동물권에 관한 요구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동물권에 대한 요구는 영화‘혹성탈출’이 실화가 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지구상에서 요구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에 관한 물음을 걸 수 있는 또 다른 동물에 의해서. 그 전까진 동물권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리고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었던 간에, 옥자는 그러한 오지랍을 꼬집고 있으며, 영화의 끝에서는 결국 애완동물의 소유주는 정당한 지불을 통해 소유권을 보장받고 특별할 것 없는 수치로서의 가축을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자기 집으로 대려올 수 있었다는, 차가운 자본주의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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