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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와 투쟁, 카뮈의 이방인에 바치는 오마주

한하람 0 927 2017.07.12 12:01

■ Detachment 2011 토니 케이 감독

 

어도 제가 바라보는 한에서의 세상은 무의미합니다. 정확히는 인간에게 존재한다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엇인가를 하다가 이내 죽게 될 것입니다. 

 

세계가 팽창해서 사라질 것이라는 과학적 가설과 그러한 가설과는 무관하게 우리의 전 인생에 걸쳐 그러한 팽창의 단 한 부분조차 경험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 분명한 우리 인간 실존은 그 자체로 초라하고 작습니다.

 

우리의 정신, 주체는 그러한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존재로서 자신이 세계내에 현존present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마련입니다. 이른바 실존의 자각인 것입니다. 

 

그러한 실존을 자각할 때에, 우리는 우리 존재에서 이른바 삶의 의미가 결여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극심한 공허감과 무력감에 휩싸이게 마련입니다. 

 

나라는 것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평소에는 당연한 생각이 극심하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정신을 내리누르게 됩니다.

 

“지금까지 어느 것에서도 이러한 깊이를 느껴보지 못했고, 그와 동시에 나 자신으로부터도 격리돼 존재하는 느낌이다.-카뮈”

 

본 영화의 시작부를 함께하는 이 문구는 카뮈의‘이방인’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카뮈는 이 문장을 통해서 인간이 인간존재 자체로부터 소외를 겪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세계 내에 그저 그렇게 그런 상태로 던져진 존재들인 우리들은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지만 이내 존재의 무의미를 당면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실존주의적 부조리론을 전개합니다.

 

이 영화는 어찌 보면 카뮈의 이방인에 바치는 오마주입니다. 이방인에 등장하는 주인공 뫼르소는 애드리언 브로디가 분하는 헨리 바스로 다시 한 번 우리들 앞에 스크린을 통해 등장합니다.

 

대체교사인 헨리 바스는 영화의 시작과 함께 문제아들만 다니는 학교로 오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문학을 가르치며 아이들을 능숙하게 교육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거기다 사람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섬세하고 사려 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이면에는 과거의 가족사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 트라우마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던 간에 그러한 트라우마는 그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 내내 헨리는 점점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그의 시도는 부동산투기가 아이들의 미래보다 먼저인 학교관계자들을 통해 의미와 가치를 상실당하며 그의 가족사의 비극의 한가운데 있었던 할아버지는 사죄는 커녕 아무런 기억을 하지 못하는 채로 병실에 누워있습니다. 

 

스트레스 끝에 간호사들에게 격하게 화를 내는 헨리의 모습, 학생들이 헨리를 대하던 모습과, 그리고 학생들의 부모들이 학교를 대하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헨리 자신에게 조차도 어떠한 요구 하나 충족되지 못합니다. 

 

사정은 모두에게 똑같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모두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구토’를 겪고 있습니다.

 

교육자로서의 삶을 통한 존재의 망각, 그리고 잉여시간에 찾아오는 존재의 자각.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의미의 상실을 통해 존재의 망각도, 존재의 자각도 헨리에게는 고통만을 남깁니다. 

 

무거운 돌을 산 정상에 올리고 다시 굴러떨어지면 다시 올리기를 반복해야하는 시지프처럼 그 반복적인 매일을 견뎌내며 살아가던 헨리에게 어느 날 왕따 사진광 메러디스와 미성년자 매춘부 에리카가 찾아오게 됩니다.

 

이 두 인물을 통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듯 삶을 이어오던 헨리의 균형은 심각하게 흔들리게 됩니다. 자신을 대하는 헨리의 사려 깊은 태도에 두 인물 모두 각자의 삶 속에 등장한 헨리를 삶의 의미, 삶의 본질로서 점차 믿기 시작합니다. 

 

그들에게 헨리는 구원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헨리 또한 그들과 같은 아슬아슬한 인간일 뿐이며 구원을, 삶의 의미를 갈망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이러한 인간 보편이 겪는 부조리를 감독은 스크린을 통해 세세하고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타 영화들에서 찾아볼 법한 대단한 극적 전개와 놀랄만한 해결은 극중에서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부조리에 대면하는 다음의 세가지 사상의 경우가 있습니다. 니체, 하이데거, 실존주의.

 

니체는 존재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면서 이 무의미한 실존의 현장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긍정할 수 있는 위버멘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실존은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매 순간의 살아있다는 자각이 인간존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 순간마다 더욱더 강해져 끝끝내 긍정할 자기자신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긍정할 것을 촉구합니다.

 

하이데거의 경우, 우리가 일상에서나 어떤 생각을 할 때에, 예를 들어‘인간’,‘책상’,‘고양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그것을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것들은 존재자라고 불리는, 진짜 드러나 있는 현존재들을 담아내는‘개념’과도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에게“언어는 존재의 집”이였죠. 그리고 그러한 존재와 존재자라는 구분을 통해서 존재자라는 등껍질 속에 감추어진 우리 존재들의 본질을 탐구해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곧, 하이데거는 존재자와 존재의 구분을 통해 지금 이야기하는 저와 여러분 각자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허나 실존주의에서는 그러한 존재의 의미 자체를 부정합니다. 의자는 앉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의자입니다. 의자에 인성을 부여하여 대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죠. 

 

고로 의자의 본질은 앉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펜의 본질은 쓰는 것, 지우개의 본질은 지우는 것이죠. 

 

하지만 실존주의자들은 인간의 본질을 무엇 하나로 말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에게 실제로 존재하는“나라고 하는 의식의 세계 내 속에 드러남”이 그러한 본질에 앞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한 전제 위에서 사유를 전개하는 그들에게 인간존재의 무의미함, 그 부조리의 자각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여러분 모두 니체의 경우, 하이데거의 경우, 실존주의의 경우를 각자의 기호대로 선택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토니 케이 감독은 이러한 세가지 경우 중에서도 실존주의, 그 중에서도 카뮈의 입장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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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는 말합니다. 

 

인생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좋은 시간도 있다. 허나 좋은 시간은 곧 갈 것이고, 우리는 다시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반복되어 우리를 찾아오는 인식일 것이며, 아무도 그것을 피할 길이 없다. 우리는 절망스런 부조리 속에 살아있음을 망각하거나 자각하다가 끝내는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하는가?”

카뮈의 해답은 절망도, 그렇다고 비약적 신앙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부조리의 당연한 당면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투쟁해 나가는지 자체에 집중하며 그러한 투쟁의 지속을 통한 삶 자체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카뮈의 해답은 투쟁이었습니다. 

 

그리고 토니 케이 감독은 이 영화 Detachment를 통해 그 투쟁을 가능하게 할 삶의 재료를 넌지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재료가 궁금하시다면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다음 호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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