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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때처럼

김지향 0 595 2017.06.28 10:03

왕가누이에 처음 와서 모텔을 알아 보고 있었을 때, 쇼핑몰에서 가장 가깝고 아름다운 모텔을 들어 갔다. 프랑스나 이태리의 작은 마을에 위치해 있는 정원이 소박하면서도 예쁜 집. 달력 사진에 나오는 그림같은 집이었다.

 

그저 그런 모텔을 소유하고 가꾸는 주인은 어떤 주인일지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운이 좋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그런 곳에서 거주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으리라.

 

모텔 주인의 인상은 느글거리면서도 험악했다. 모텔의 분위기과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태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내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내가 생각하는 비용으로 그곳에서 장기 거주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몇 군데의 모텔들을 돌아 다니다가 깔끔하면서도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제법 괜찮은 모텔을 발견했다. 밑져봤자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모텔 바로 앞에 주차를 시켜 놓고 모텔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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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두살박이 여자 아이가 함박 웃음을 짓고 맞은 편에 있는 아빠한테로 달려가고 있었다. 젊고 인상이 좋은 아빠가 사랑스러운 딸의 온 몸을 한껏 안아줄 기세로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그림이 따로 없었다.

 

첫인상 그대로 만족할 만한 가격으로 그 모텔에 장기 투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참 고마운 사람들.

 

두 살짜리 벨라가 며칠 전에 세 살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 벨라가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벨라는 엄마와 숨바꼭질하기를 좋아한다. 젊은 엄마는 그 바쁜 모텔일을 하면서도 벨라와 노는 시간을 꼬박꼬박 갖는다. 그뿐만 아니라 저녁을 지으면서 벨라와 베이킹까지 한다.

 

그 덕분에 나는 그들이 만든 맛있는 디져트를 자주 얻어 먹는다. 여주인의 음식 솜씨는 웬간한 카페의 요리사 저리가라로 좋다. 좋은 재료에 정성이 깃든데다 설탕의 양을 줄인 레시피라서 더욱더 내 입맛에 맞는 거 같다.

 

벨라의 생일 케익은 내가 이제껏 맛 본 케익 중 최고였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하고 독보적인 맛이었다. 글루틴을 먹지 못하는 친정 엄마를 위한 특별 케익이었다.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내 방에서 쉬고 있었던 오늘, 난 처음 그날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가족의 사랑이 물씬 풍기는 광경이었다. 햇볕이 따사롭게 그들을 축복하는 그 순간의 행복한 모습은 어느듯 내 가슴까지 파고 들었다.

 

모텔의 가족처럼 나를 감동시킨 손님이 있다. 처음 숍 문을 열고 며칠 지나지 않아 디즈니랜드에 나오는 요정의 몸집을 한 작은 키의 노부인이 들어왔다. 영화 속의 메리 포핀스처럼 큰 키의 가녀린 몸매는 아니었지만, 우산 하나 쓰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부인이었다.

 

숍의 모든 옷들에 반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10과 $20짜리 옷들을 그것도 똑같은 옷들을 색색별로 한꺼번에 여러벌 사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여러 사람을 위한 옷일 거 같았다. 보통 한 가지 옷들을 대여섯개는 물론 $10불짜리 주름바지는 10벌을 샀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 다음주에 살 옷들을 미리 찜해 두고 갔다. 그 옷들 역시 처음처럼 많은 양이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전까지 방앗간 드나들듯이 들리더니 한동안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며칠 전 그녀가 다시 숍에 나타났다. 그 옛날 그대로 방금 우산을 쓰고 내려온 것 같은 모습으로 내 이름을 부르면서 포옹을 했다.

 

근 5개월 이상을 보지 못했는데, 내 이름을 기억하다니…… 그 분이 엄청 총기가 넘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내 이름을 기억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곳 사람들이 나와 달리 이름을 잘 기억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놀랍기만 했다. 수리력 역시 무척 빠르고 정확하여 내 혀를 두르게 했다.

 

이번 역시 그녀의 눈에 들어 온 가방들과 옷들을 있는대로 몽땅 사간다고 하면서 옷들에게 말을 했다. 사랑스런 눈빛과 손짓으로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안 본 동안 내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 하면서 앞으로 자신이 내 영어를 가르쳐 주겠다고까지 했다. 그 사랑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왕가누이를 곧 떠나야 한다. 그런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사랑을 베풀고 가르쳐 준 사람들… 처음 그때처럼 변함 없이 사랑으로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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