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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달다

오소영 0 504 2017.06.27 09:44

우는아이 달래주고 웃는아이 울리기도 하는 달디단 사탕.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살살 달랜다는 사탕발림이란 어른들의 말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사탕 하나가 위급한 사람도 살려내는 묘약(?)임도.... 사탕 - 내겐 소중해서 더 달다.

 

군것질거리가 없던 집안에 이젠 사탕봉지가 이것 저것 제법 많이 굴러다닌다. 외출할 때 백에 넣고 다니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백을 바꿔들고 나올 때 혹 잊고 나오는 때가 있다. 

 

마음이 많이 불안하다. 이상하게도 그런날 꼭 사탕 필요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탕은 그를 위한 일상의 준비이기도 하다. 항상 같이 다니는 그림자같은 친구이기에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챙긴다.

 

나이 먹으니 자식들보다 친구가 더 가깝다. 공감할 수 있는 말벗이 되어 서로가 위로하면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친구를 챙기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돌봄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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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년 전의 일이다. 네 명의 일행들과 등산을 했다. 목적지 중간쯤. 제각기 편편한 자리를 찾아 앉아 숨을 고르며 쉬고 있었다. 그 때 우연히 저만치 앉아있는 친구를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핏기 싹 가신 얼굴에선 굵은 땀이 비오듯이 뚝뚝 마냥 흘러내리고 있었다. 불편하게 웅크려 앉은 자세에서 고통의 모습이 진하게 묻어났다.

 

“왜 그러세요? 어디가 불편하세요?”뒤늦게 알아차린 일행들도 당황해 한마디씩 걱정의 말을 던졌다.

 

“어머 왜 그러신데, 어떡해...”나중에 와서 쉬던 팀들이 안쓰러워하며 먼저 출발을 했다. 대답조차도 귀찮은지 한참을 지나서야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사 탕---”그때서야 깨달았다. 갑작스레 혈당이 내려갔던 것이다. 모두가 한숨을 돌렸다. 그런 말을 듣긴 했지만 그 형상은 처음 경험한터라 많이 놀라고 당황했었다. 

 

그 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이마에 식은땀이 베인다. 사탕하나 입에 물더니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털고 일어나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온종일 내 불안은 괜한 기우로 그 날의 등산을 무사히 마쳤다. 

 

사탕 하나의 위력. 세상에 허투루 볼건 아무것도 없다는걸 일깨웠다. 오랜동안 운동을 같이 하면서 여러차례 그런 상황을 만났다. 이젠 친구의 주치의가 된듯 사탕을 내가 챙긴다.

 

요즈음은 왜 그리 입 안이 쓴지. 나도 가끔씩 사탕을 찾는다. 이제 필수품으로 한 몫을 단단히 하는 사탕. 쇼핑 할 때마다 가방에 하나씩 찔러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종류도 다양해서 골라 먹어보는 재미도 그럴듯하기에... 가끔 누군가가 전해주는 것은 홍삼 사탕이 주류다. 

 

홍삼 냄새만 맡아도 힘이 나는지. 흔히 효도 사탕이라고 말들을 한다. 향만으로도 효를 드러내게 만들었을 얄미운 상흔에 웃음이 절로난다. 주로 내가 좋아하는 계피사탕은 왠일인지 흔하지가 않아 북쪽 멀리까지 가서 구해(?)오기도 한다. 사탕을 입에 물때면 자주 언니가 떠오르곤 했다. 시시한 사탕때문에 딸에게 자존심 구겨졌다는 말이 생각나서다.

 

하늘나라로 떠나신 울언니 이젠 홀가분 하실까?

나이 칠십이 넘었어도 시어머님을 모셨던 언니. 언제부터인가 입이 쓰기 시작했다. 까짓 사탕 한봉지 사서 깨물어 먹으면 되련만 그게 그리 쉽게 안되더라고 참고 살았다. 그런게 바로 시집살이인가. 가끔씩 자식들이 방문할 때 뭔가를 꼭 사서 들고 오지만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면 그걸로 끝이다. 그냥 그런거려니 감정없이 살았다.

 

어느 날 큰 딸 집을 방문 했을 때다. 아이들이 늘어놓은 방을 서둘러 치우던 딸애의 손에 뭔가가 들려있다.

 

“먹다가 아무데나 흘리니 개미 때문에 귀찮아 죽겠어요”버리려고 들고 나가는 것을 뺏어 펴보니 적잖은 사탕들과 쵸코렛 과자 부스러기였다.

 

“아니 이 에미는 입이 써도 참고 사는데 이런걸 버리다니 하늘이 무섭지도 않니?”괜스레 화가 치밀어서 나오는대로 쏘아 붙였다. 시집살이 한(恨)을 은연중에 쏟아놓은 것일까? 문득 자식에게 속 마음을 들킨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민망해하는 딸을 달래놓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며칠 후 느닷없이 소포상자가 날아들었다. 열어보니 각가지 사탕이 한 가득이었다. 옆에 곱게 접은 편지 한통이 함께였다.

 

“할머니 죄송해요. 자주 보내드릴테니 경노당에 가지고 가셔서 친구분들과 나눠드세요”손녀의 따뜻한 사랑에 솜사탕처럼 마음이 녹아내린 할머니. 할머니만 노인인줄 알았던 딸애는 엄마도 어느새 칠십 노인이란걸 새삼스레 깨닫고 놀랬다. 이제 저 세상 가셨으니 손녀의 사탕 나르기도 끝이 났을 터. 옛날 이야기 한 자락이다.

 

며칠 전 언니의 49제 기일이었다. 조카로부터 사진 한장이 날아왔다. 젯상에 언니와 형부 사진이 나란히 놓여있는게 아닌가.

 

“어머님 49제가 아버님 기일과 겹쳤어요”생전에 유별나게 잉꼬부부 아니랄까봐 때 찾고 시 찾아서 떠난 언니. 참 특별한 부부였음을 생각하게 했다. 지금은 어디쯤서 함께 계실까? 맛있는 냉면집 찾아 손잡고 다닐 때처럼 그렇게 계실까? 사탕하나 입 안에서 다 녹을 때까지 언니는 내 곁에 함께하신다.

 

인생 노을 끝자락에서 입이 쓴 건 아마도 용해(鎔解)되지 않은 인고(忍苦)의 앙금 때문이 아닐까? 쓴 앙금을 녹여주는. 사탕-달다. 막대사탕 하나 입에물고 일곱살 아이의 꿈을 꾸어본다.

(※ 창간 25주년을 축하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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