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덩덩신선비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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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덩덩신선비 11편

0 개 1,428 송영림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옛이야기들이 결혼을 끝으로‘그렇게 하여 두 사람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것과 달리, 결혼 이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서사도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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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막내딸과 좌수의 딸이 모두 표면이 아닌 이면을 보는 평범하지 않은 시각을 가졌다는 것과 신선비와 고유 역시 그런 아내와 걸맞는 남편들로서 그들 부부 모두 삶의 진리를 깨달아 능동적인 사랑의 실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김춘수의 ‘꽃’에서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내게 의미가 되는 것처럼,‘어린왕자’의 여우가 말한 누군가를 길들였을 때 내게 하나밖에 없는 존재의 이유가 되는 것처럼 때로 내가 누군가와 맺는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 

 

원석을 알아보고 다듬어 보석을 만들 듯 좌수의 딸은 고유가 원석임을 알아보는 눈을 가졌고 그를 다듬어 보석을 만드는 능력 또한 가졌다. 

 

배우자나 가족, 친구 등 주변인들과의 관계에 있어 내가 그들을 믿고 도와주며 능력을 인정해 줄 때 그들에게서 빛이 나고 그 능력을 발휘하며 좀 더 긍정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믿음과 인정은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남자들은 여자가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 줄 때 그 믿고 지지해 주는 만큼 능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고유가 보석임을 알아보는 좌수 딸의 눈도 현명하지만 남편이 공부하게 만든 그 설득력과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인내심 그리고 걸객이 되어 나타난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위로해주는 좌수 딸의 모습은 매우 어질고 훌륭하며 대범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구렁이와 태연하게 혼인을 하는 막내딸의 대범함과도 닮아 있다. 

 

고유 역시 현명한 아내를 알아보고 아내가 시키는 대로 잘 따르며 본인도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여자들에게는 인정도 중요하지만 공감해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아마 고유는 아내의 인내심과 기다림 그리고 아버지나 남편도 없이 부자고을을 만든 지난 역경과 성과에 대해 잘 들어주며 공감하고 치하하면서 깊이 마음을 나누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그들은 마주치는 손뼉처럼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 속에서 합심하여 스스로의 인생을 주도했고 더 나아가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이야기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좌수 딸로 인해 고을 전체가 부자가 되고, 고유 역시 높은 벼슬을 하며 고을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면서 함께 잘 살았다는 부분이다. 

 

이들은 두 사람만의 사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고을 전체에 그들의 사랑을 베풀고 있다. 가족이기주의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사랑의 목표이며 사랑의 완성이고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사랑의 진리가 아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내가‘구렁덩덩신선비’와 함께 이 이야기를 소개하는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문득 션과 정혜영 부부가 생각나기도 한다. 

<다음호에 계속>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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