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명필....

0 개 1,585 김영안

우리는 서예의 원조는 중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서체(calligraphy)의 원조는 아랍어이다. 아랍어 글 자체가 예술이고, 모든 이슬람 예술의 근간이 된다. 그래서 이슬람 문화 유적은 기하학적인 대조를 가진 도형을 가진 작품들이 많다.

 

물론 서예라는 장르를 세계에 알린 것은 중국 서예이다. 흔히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비유해 ‘왕희지(王羲之) 필법으로 일필휘지하여 써 내려갔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단연 중국이 서예의 원류이다.

 

서체를 가리키는 말로 오서(五書)가 있는데, 전서(篆書), 예서(隸書), 행서(行書), 초서(草書), 해서(楷書)가 그러하다. 중국에서 시작된 글씨체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새로운 체로도 발전하기도 했다.  

중국서예를 한 눈으로 알아 보기 쉽게 만든 책이 일본의 우오즈미 가즈야기의 ‘만화 중국서예사 상·하(소와당: 2009)’이다.  

 

일본 만화를 번역한 만화인데 상세한 설명과 글과 그림이 있어 서예의 역사를 이해하기가 아주 쉽다. 왕희지를 필두로 해서 중국 서예 대가들의 모습과 글씨체 등을 그림으로 그리고 영인본으로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비록 만화이지만 부담 없이 서예의 발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우리 나라의 서예에 대해서 이규상의 ‘서가록(書家錄)’에 잘 기술되어 있다. 신라 김생이 천지자연의 조화에 짝하여, 명나라 어사 고양겸이 평하기를‘왕희지나 종요의 서법이 아니면서 도리어 종요나 왕희지보다도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하였다.

 

고운 최치원도 글씨로 이름을 날렸는데, 서체가 안진경과 유득권의 서법을 닮았으니, 대개 당나라 시대의 유파이다. 안평대군 이용이 서가 가운데 우뚝 모습을 드러냈는데, 정신이 표일하고 획이 굳세고 살이 붙은 것을 보면 팔뚝을 내리고 쓴 것이 아닌 듯싶다. 서체는 송설체(조맹부의 글씨체)이다.

 

석봉 한호에 이르러 서체가 비로소 종요와 왕희지를 본받으면서 어느 정도 자신의 별법을 보완하여 원법(圓法)이 적고 방법이 많아 정제되어 굳세고 아름다웠으니 한체(韓體)라 이름하였다.

 

또한 이규보의‘파한집’에 말하기를 ‘김생의 필법은 기묘하여 진·위의 사람들이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고려조에는 오직 대감국사 탄연과 학사 홍관이 이름을 날렸다.

 

<청편이자현제문>은 혜소가 찬하고, 대감국사가 글씨를 쓰니, 세상에서 삼절이라 하였다. 평자가 말하기를‘쇠를 늘여 힘줄을 만들고 산을 잘라 뼈를 만든 듯하여 힘은 수레를 뒤엎을 만하고 날카로움은 종이를 뚫을 것 같았다’하였다.

 

신라 김생으로부터 고려 탄연 스님으로 그리고 조선조의 안평대군과 한 석봉, 조선 후기의 추사 김정희까지 우리 서예의 맥을 잇는 계보이다.

 

c2adffad14d1505262058b1e5d9b50de_1495494724_1233.jpg

 

최근에 김남인의 ‘명필(서해문집: 2011)’에서는 우리의 명필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서예가 한문 위주로 되어 있으나, 조선 시대에 들어와 한글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료로 나오는 대부분의 글씨는 사찰이나 서원의 현판에 많이 남아 있고, 금석학으로 불리는 돌이나 비석에 새겨진 글씨들이 후세까지 그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애석하게도 모두 한문이라는 점이다.

 

유일하게 운악산 봉선사(운허 용하) 일주문에 한글로, 그리고 큰 법당 현판(운봉)도 한글이다. 그리고 법당 네 기둥에 한글 주련이 있다. 강석주의 글씨다.

 

우리 나라의 서예는 대부분 중국 서체를 모방하였으나, 고유의 서체를 개발한 사람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광사의 동국진체(東國眞體)이고, 또 하나는 그 유명한 김정희의 추사체(秋史體)이다. 추사체는 중국으로 역 수출되어 중국 서예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서체들과 작품이 주로 한문 위주로 되어 있다.

 

우리 고유의 한글 글자체의 모태는 바로 궁체(宮體)이다. 궁중의 여인들 특히 왕후에게 알리는 문서체로 시작된 것으로 주로 궁중 나인이 써서 궁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글궁체사(한국한글서예연구회: 2009)’에 한글 궁체의 생성 과정과 발전사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다. 비록 궁중 여인으로부터 시작된 궁체라 해서 궁중 여인만 한글을 쓴 것은 아니다. 정조도 한글을 썼고, 추사, 정약용 등 당대 문인들도 한글 서체로 편지를 썼다.

 

요즈음 전 세계적으로 한류 바람이 부는데 우리 예술 특히 서예에서도 한글을 사랑하고 존중해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고유의 독특한 문화 유산 중에 으뜸 가는 한글 그리고 우리 한글 서예가 너무 홀대 받는 것 같아 아쉽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한글날이 공휴일이라서 천만다행이다.

 

마무리로 단원 김홍도의 시 한 수를 음미하며 우리 서예 사랑을 강조해 본다.

 

옛 먹을 가볍게 가니 책상에 향기가 가득한데 古墨輕磨滿 机香

벼루에 물 부으니 얼굴이 비치도다. 硏池新溶照人光

산새는 약속이나 한 듯 날마다 날아와 지저귀고 山禽日來非有約

들꽃은 심은 이 없으나 스스로 향내를 발하도다. 野花無種自生香.

                                                    -‘山居漫吟’

 

 

 

그리스, 로마신화

댓글 0 | 조회 1,406 | 2018.02.15
우리는 불가능한 일을 이루었을 때 기적(奇蹟)이라고 하고 그 스토리를 신화(神話)라고 부른다. 신화(神話)는 우리에게 꿈을 주고 역사를 심어주는 중요한 매체이다.… 더보기

파스칼의 팡세

댓글 0 | 조회 1,142 | 2018.01.31
이 번주부터는 그 동안 우리 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양을 벗어나 서양 인문학으로 넘어 가려 한다. 그래서 첫 책을 고르는데 조금은 신중을 기했다. 서양 인문학의… 더보기

일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668 | 2018.01.17
전 세계가 영토 문제로 시끄럽다. 어떻게든 자국에 유리하게 주장을 하고 있다.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은 유난하다.일본은 우리와 독도, 중국과 센가꾸 열도, 필리핀과… 더보기

1Q84

댓글 0 | 조회 1,228 | 2017.12.19
인문학 산책 (21)요즈음 우리 세대는 두 개의 다른 세계를 동시에 살고 있다. 현실인 리얼(real) 세계와 가상의 사이버(cyber) 세계.최근 화제작인 무라… 더보기

사자소통, 네 글자로 끝내라

댓글 0 | 조회 1,416 | 2017.12.06
인문학 산책 (20)서양의 격언이나 잠언과는 달리 동양에는 4자로 압축한 사자성어(四字成語)라는 독특한 글이있다. 서양의 문자는 표음 문자라서 단어가 깊은 뜻을 … 더보기

한시 미학 산책(漢詩美學散策)

댓글 0 | 조회 805 | 2017.11.21
독서를 하다 보면 나름대로 독서 취향이 생기는 것이다. 문학에서 철학으로 그리고 다시 처세술로 필요에 따라 장르가 바뀐다. 또한, 즐겨 찾는 작가도 생기게 된다.… 더보기

열국지(列國誌)와 삼국지(三國志)

댓글 0 | 조회 1,682 | 2017.11.08
인문학 산책 (18)소설로 중국 역사를 알린 책은 삼국지와 열국지이다.나의 독서 취향을 각인시킨 책이 바로 열국지였다. 그 이유는 내가 번 돈으로 처음 사서 읽은… 더보기

인간의 길을 묻다

댓글 0 | 조회 1,352 | 2017.10.26
방대한 중국 역사를 우리는 주로 소설 형식으로 접하고 있다.그 대표적인 것이 삼국지(三國志)와 열국지(列國誌)이다.소설이 아닌 역사서로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자료… 더보기

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

댓글 0 | 조회 1,698 | 2017.10.11
우리는 지금 종교 다원주의 속에 살고 있다. ‘종교 다원주의(religions pluralism)’는 말 그대로 특정 종교의 절대성보다는 다양한 종교의 동시적 존… 더보기

21세기 손자병법

댓글 0 | 조회 1,826 | 2017.09.26
인문학 산책 (16)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는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각종 사상이 난무했던 시절이다.그 당시 정립되었던 사상으로 중국의 으뜸 사상인 공자의 유교,… 더보기

중용, 인간의 맛

댓글 0 | 조회 1,190 | 2017.09.13
동양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고전으로는 사서(四書) 삼경(三經)이 있다.사서는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그리고 중용(中庸)이다.사서 중 ‘논어’에서… 더보기

노자 잠언록

댓글 0 | 조회 1,891 | 2017.08.22
니체는 도덕경에 대해‘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값진 보물들로 가득 차 있어서, 두레박을 내리기만 하면 그 보물을 쉽게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서양의 대 철학… 더보기

동양고전이 뭐길래

댓글 0 | 조회 1,079 | 2017.08.08
지난 번까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금주부터는 이웃 문화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지난 주 이야기에‘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 나를… 더보기

한국인의 의식구조

댓글 0 | 조회 1,973 | 2017.07.25
소크라테스가‘너 자신을 알라’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우리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나 자신도 잘 모르는데 우리 나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학창 시절 … 더보기

아버지의 편지

댓글 0 | 조회 1,152 | 2017.07.11
세미나의 메카인 제주의 5월은 무척이나 바쁘다. 요즈음은 금한령(禁韓令)으로 중국 관광객이 현저히 줄었지만 일본의 연휴로 온 관광객과 중고생 수학여행으로 공항은 … 더보기

흑산

댓글 0 | 조회 1,163 | 2017.06.27
초창기에 종교의 탄압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존재한다.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기까지는 고난의 세월을 보내고 공인(公認)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을 필요로 … 더보기

전형필

댓글 0 | 조회 1,508 | 2017.06.14
이 번주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애국자 두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우리 역사 속에 수많은 구국의 영웅들이 많이 있다. 두 분은 그런 시대의 사람이 아… 더보기
Now

현재 명필....

댓글 0 | 조회 1,586 | 2017.05.23
우리는 서예의 원조는 중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서체(calligraphy)의 원조는 아랍어이다. 아랍어 글 자체가 예술이고, 모든 이슬람 예술의 근간이 … 더보기

추사를 넘어

댓글 0 | 조회 1,834 | 2017.05.09
요즈음 제주에는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 단체관광객이 줄었지만, 그저 단순히 단체로 우르르 떼지어 몰려 다니는 관광이 아니라 가까운 친지들과 주제를 가지고 가는 테마… 더보기

선비의 생각, 산수로 만나다

댓글 0 | 조회 1,363 | 2017.04.26
요즈음 명화 마케팅이 한창이다. 모 제약사는 구스타프 크림트의‘키스’를 포장지로 사용하고 있고,모 재벌 그룹은 명화를 이용한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하지만 … 더보기

화인열전

댓글 0 | 조회 1,119 | 2017.04.12
해외 여행 중 시간이 허락되면 반드시 그 나라의 박물관 탐방을 하곤 했다.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엘긴마블(Elgine marble) 과 미이라가 이집트보다 더 많… 더보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댓글 0 | 조회 1,397 | 2017.03.22
위대한 우리 문화 유산의 전도사인 전 문화재 청장 유홍준의 한국인의 교양필독서인‘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2011)’전집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이 책은 1993… 더보기

독도 인 더 헤이그

댓글 0 | 조회 2,100 | 2017.03.08
이 번 주는 따끈한 책이 아니라 따끈한 영화 이야기로 시작을 하려 한다.영화‘은교’는 선정적인 장면이 눈요기는 되었지만 그 보다는 박범신의 소설‘은교(:문학동네-… 더보기

역사 스페셜

댓글 0 | 조회 1,388 | 2017.02.22
흔히 TV를 바보상자라고 한다. 비정상인 막장 드라마만 보고 시청자들이 멍청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TV가 반드시 그런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생생한 뉴스의 … 더보기

옆으로 본 우리 고대사..

댓글 0 | 조회 1,180 | 2017.02.08
컬럼을 시작하면서,* 21세기의 문맹은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배울 수 없고, 배우지 않고, 다시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앨빈 토플러한 시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