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삼각관계

0 개 3,306 코리아포스트
내가 처음 뉴질랜드를 왔을 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목장과 많은 동물들로 인해 놀라면서도 마음에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구는 400만 명인데 소의 숫자는 사람과 비슷하고 양은 사람의 10배인 4000만 마리라고 하니 양식이야말로 정말 풍부한 셈이다. 소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최소 1에이커의 풀밭이 필요하다고 한다. 뉴질랜드 전원에서 살아가려면 땅이 2핵타 이상이어야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넓은 땅에 잡초 관리를 위해서라도 동물을 기를 수 밖에 없다.

우리 집도 땅이 넓어 울타리를 만들고 양 2마리를 얻어다 풀밭에 넣었다. 그런데 양 2마리가 풀을 다 뜯어먹지 못해 송아지 2마리를 양과 같이 기르다 보니 송아지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오히려 풀이 모자랐다. 사람들에게 양을 잡아먹으라고 말했지만 1년생이 넘은 양고기는 질겨서 안 먹는다고 하여 양털 깎는 사람에게 그냥 줘 버렸다.

풀이 모자라니 서로 풀을 먹으려고 동물들이 싸우는 꼴을 보게 된다. 지난번에 양이 덩치 큰 소한테 덤비는 것을 보고 쟤가 돌았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소들이 허겁지겁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양은 3살이고 소는 1살이었다. 동물들은 대부분 나이로 서열을 구분 하는 것 같았다. 우리 집의 팔팔한 청년 닭들이 쭈그러진 늙은 닭한테 꼼짝 못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그런데 우리 집 가축 중에는 삼각관계를 갖는 애들이 있었다. 개와 오리, 수탉인데 모두 다 수놈들이다. 이것들은 허구한 날 싸움질만 하는데, 대체적으로 개는 오리를 이기고, 오리는 수탉을 이기고, 수탉은 개를 이긴다. 순순히 지고이기는 게 아니라 실컷 싸운 결과가 그런 것이다.

우리 집안에는 또 하나의 삼각관계가 형성 되는 게 있는데 그것은 아내 그리고 나와 아들이다. 아들은 나한테 꼼짝 못하고, 아내는 아들한테 꼼짝 못하고 나는 아내한테 꼼짝 못하는 편이다. 우리 집은 나이로 서열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목소리 크기로 서열이 결정 되는 것 같다.

어저께 내가 서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주방에서 아내가 큰소리로 나를 불렀다.

"여보~ 개 밥 좀 주고와요~" 그림 그리다 말고 개 밥 주고 오면, 손이야 또 씻으면 되지만 중요한건 구상이 흐트러져 그림이 개털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만한 아들을 불렀다.

"아들아~ 엄마가 개밥 좀 주고 오란다."

컴퓨터 하던 아들이 툴툴 거리면서 개밥을 주고 왔다. 그런데 잠시 후 아내가 나를 또 불렀다.

"여보~ 과일껍데기 소 주고와요. 빵조각은 오리 주고요~"

"아들아~ 엄마가 소밥, 오리밥 주고 오란다."

아들이 밥을 주고 툴툴 들어오더니 엄마한테 한마디 하였다.

"엄마~ 뭘 좀 시키려거든 정리해서 한꺼번에 시키라고요~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잘한다. 백번 맞는 말~ 아니, 그럼 그 동안 아빠가 똥개였었나?)

아들의 질타에 아내는 아무 말도 못하였다. 만약 내가 그런 말을 했다면,

"안하면 될 거 아냐~ 왜 큰소리는 쳐!"라며 따지고 대들었을 텐데... 그 날 밤 아내가 시무룩하게 앉아 한숨 쉬며 말하였다.

"여보 우리아들이 너무 변한 것 같아. 한국에서 혼자 오래 살아서 그런가?" (변하긴 뭘 변해, 예전과 똑 같은데...)

"자, 당신 열 받는데 술이나 한잔 마셔," 내가 와인을 한잔 따라 주자 벌꺽 벌꺽 마신 후 또 말하였다.

"엄마한테 꼬박 꼬박 말대꾸나 하고... 전엔 안 그랬는데..." 아내의 표정이 여전히 심각해서 내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들하나 있는 게 엄마한테 대들기나 하고, 이 자식 내가 혼내 줄께!"

내 말에 갑자기 아내의 얼굴이 보시시 펴지면서 "혼내긴요... 그래도 우리아들 만큼 착한애가 어디 있어요."

어쩌면 그 말 한마디에 아들에 대한 적개심이 삭 가시다니...

나는 잠자리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아들 앞에서 아내를 심하게 나무랐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들이 엄마를 위로한다고 와인 한 잔씩 하면서 "아빠가 요즘 엄마한테 너무 심한 거 아냐? 내가 한소리 할까?"

"그래도 이 세상에 네 아빠만큼 좋은 사람이 어디 또 있는 줄 아냐," 아내가 이런 말을 할까? 아니면, "네 아빠처럼 못된 인간이 또 어디 있겠냐, 한 두 소리 가지고 어림도 없다 어림없어~ "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꿈꾸는 봄날

댓글 1 | 조회 3,302 | 2009.11.10
"제 눈팅이 좀 보세요. 눈팅이가 밤팅이 되도록 까만 밤을 새우고 또 새웠어요. 비바람이 몰아쳐도, 닭발에 쥐가 나도, 며칠씩 굶으면서도 내 새끼들이 나올 날만을… 더보기

빨간 우체통

댓글 2 | 조회 4,006 | 2009.10.26
아내가 오클랜드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너 이번 주말에 올 때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부르스타 좀 사와라~ 토요일 저녁에 손님을 초대를 했는데 월남 쌈을 먹… 더보기

염소, 물 건너가다

댓글 0 | 조회 3,640 | 2009.10.13
추석 전 날 어머니를 모시고 강 사장 집에 송편을 만들러 갔다. 강 사장 집은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음식을 많이 만드는데 형제들이 다 모여 음식 준비를… 더보기

친구....

댓글 0 | 조회 3,330 | 2009.09.22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 보니 가끔 친구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학교친구들, 사회친구들, 사람들은 고향친구가 그리울 때가 많다는데 나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나 오는 바… 더보기

새 집을 짓고 뛰어보자 폴짝~

댓글 1 | 조회 3,214 | 2009.09.08
“새 집을 짓고 뛰어보자 폴짝~ 머리가 천장까지 닿겠네.~” 닭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었더니 신이 난 닭들이 횃대에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이다. 노래도 잘하지만 횃대… 더보기

속 터지는 나라....

댓글 2 | 조회 3,471 | 2009.08.25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로 뉴질랜드가 선정됐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뉴질랜드가 정말 속 터지는 나라라는 생각뿐이다.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글 한번 쓰려면… 더보기

할머니를 찾습니다

댓글 0 | 조회 3,741 | 2009.08.11
지난번 한국 갔을 때 대학에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한잔 산다고 한정식 집으로 가자고 하였다. 한정식 집에 도착하자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아줌마가 ‘어머~… 더보기
Now

현재 삼각관계

댓글 0 | 조회 3,307 | 2009.07.27
내가 처음 뉴질랜드를 왔을 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목장과 많은 동물들로 인해 놀라면서도 마음에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구는 400만 명인데 소의 숫자는 사… 더보기

이사람아~

댓글 0 | 조회 3,439 | 2009.07.14
한국에서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는데 뉴질랜드에선 너무 자주 감기에 걸린다. 난방시설도 안 좋고 온돌이 아니라 더욱 그런 것 같다. 나는 비염에다 먼지 알레르기까… 더보기

적과의 동침

댓글 0 | 조회 2,820 | 2009.06.23
지난 여름에는 3마리의 암탉이 병아리들을 부화시켰는데 병아리들은 어미닭과 함께 따로 넣어 놔야 한다. 언제 들 고양이가 병아리를 잡아먹거나 매가 날아와 채 갈지도… 더보기

불청객

댓글 0 | 조회 3,046 | 2009.06.09
우리 집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차도를 따라 1키로 정도를 들어오는 맨 마지막 세 번째 집이 우리 집이다. 첫 번째 집은 노부부가 살고 있는 정원과 숲이 아름다운 2… 더보기

사탕 문 열어줘∼

댓글 0 | 조회 3,294 | 2010.07.10
뉴질랜드는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나라다 보니 국제결혼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2개 국어 이상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 2개… 더보기

동냥아치

댓글 0 | 조회 3,219 | 2009.05.12
뉴질랜드에는 식당에서 먹지 않고 가지고 가는 음식을 파는 가게 테이크어웨이(takeaway)가 많이 있는데 햄버거 가게를 비롯하여 생선튀김, 일본 초밥, 중국요리… 더보기

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댓글 0 | 조회 3,245 | 2009.04.28
어느 날 밤,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옆에 같이 자고 있는 여자가 영어를 막 지껄이는 바람에, 아니...? 내가 지금 남의 집에서 자고 있는가? 얼른 방 불… 더보기

봄 처녀.....

댓글 0 | 조회 3,131 | 2009.04.16
뉴질랜드는 포플러 나무의 낙엽이 지기 시작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드는데 한국은 개나리 피고 버들피리 꺾어 부는 봄이 왔다는군요.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 더보기

엄청난 유산

댓글 1 | 조회 3,345 | 2009.03.24
옛날에 한국 TV에서 이런 코미디가 있었습니다. 거지인 아버지가 아파서 죽기 직전에 두 아들들에게 유산을 물려줍니다. 큰 아들에게는 헌 구두 한 켤레를 물려주자 … 더보기

한국 남자는 행운아

댓글 0 | 조회 3,902 | 2009.03.10
골프클럽 매니저인 스티브는 요즘 혼자 삽니다. 스티브는 부인과 딸 둘, 아들과 같이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선생인 부인이 원래 호주 사람인데 뉴질랜드보다 수입도 높… 더보기

물놀이나 가자

댓글 0 | 조회 2,797 | 2009.02.24
날씨가 너무 더워 코끼리 형제가 물놀이를 하러 가는데 길을 잘 몰라 헤매고 있었습니다. 형 코끼리가 나무위에 앉아 있는 두루미 자매를 발견하고 도와 달라고 말을 … 더보기

지폐를 원해?

댓글 0 | 조회 3,141 | 2009.02.11
집에서 데어리를 가려면 3키로 정도를 가야합니다. 거기엔 데어리랑 같이 하는 주유소가 있고 우체국을 겸한 건자재상, 그리고 자동차 정비소가 있는데 6시면 문을 닫… 더보기

딸내미의 눈물.......

댓글 2 | 조회 5,108 | 2009.01.28
일주일동안 일을 마치고 첫 주급을 받아 온 딸내미가 주급 봉투를 열어 보더니 훌쩍 훌쩍 울고 있더군요. "주급 받았니? 근데 너 왜 우냐?" 내가 물었습니다. "… 더보기

밥 먹을 땐 피켓을 들자

댓글 0 | 조회 2,802 | 2009.01.13
비록 신 김치 한가지하고 밥을 주더라도 아이고 ~ 어쩌면 김치가 이렇게 맛있게 셔 터졌어, ~ 좋은 쌀도 아닌데 밥 요리를 어쩌면 이렇게 맛있게 잘했어, ~ 반찬… 더보기

살이 찐 아내.....

댓글 0 | 조회 3,629 | 2008.12.23
주말 저녁에 베리 집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언덕 위의 작은집이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꽃밭과 연못도 보기 좋더군요. 여러 종류의 장미꽃이 … 더보기

정말 공짜야?

댓글 0 | 조회 4,066 | 2008.12.09
얼마 전부터 아침에 담이 많이 나오고 피도 섞여 나오더군요. 주택 리 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직접 목수 일을 하다 보니 먼지도 많이 마시고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 더보기

오씨 가족의 참변

댓글 1 | 조회 4,684 | 2008.11.25
최근 들어 오씨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 옵니다. 겨우내 움 추리고 집에서만 있던 오씨들이 요즘같이 따뜻한 봄철이 되면 가족… 더보기

이웃집 여인

댓글 1 | 조회 4,244 | 2008.11.11
우리 집 뒤뜰언덕에 사과나무 열 그루가 있는데 그 뒤 울타리 너머의 높은 언덕엔 커다란 숲이 있습니다. 이웃집 여인은 개를 데리고 매일 그 숲속을 산책합니다. 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