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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를 넘어

0 개 1,846 김영안

요즈음 제주에는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 단체관광객이 줄었지만, 그저 단순히 단체로 우르르 떼지어 몰려 다니는 관광이 아니라 가까운 친지들과 주제를 가지고 가는 테마 여행이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한 테마 여행 중 하나로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 탐방 여행을 추천할 만 하다.

 

추사에 대한 연구는 많은 학자들이 해 왔고 지금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대상이다.

 

그 중에는‘나의 문화 탐방기’를 쓴 전 문화재청장을 지닌 유홍준의‘완당평전(학고재: 2002)’을 비롯해 ‘국역완당평전(민족문화추진회)’등 많은 저술과 논문 그리고 학예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김 종헌의 ‘추사를 넘어(푸른역사: 2007)’는 전문가의 학구적인 책이 아니라 일반인이 본 추사에 대한 이야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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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거나 인기가 없는 책은 아니다. 비단 추사뿐 아니라 정판교의 작품 등 아주 희귀한 고서 자료들을 총 망라해 만든 책이다. 2007년 초판 발행 후 2011년 7쇄를 한 스테디 셀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김종헌은 기업체 임원(남영 비비안의 대표이사)으로 일하다 은퇴 후 카페를 경영하였다. 아내의 제빵 기술과 본인의 책에 대한 사랑을 접목시킨 것으로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내었는데,‘Peace of Mind- 빵 굽는 아내와 CEO 남편의 전원카페 (동아일보사: 2004)’이다.

 

하지만 본인이 관심 분야는 서예로 고서를 모으는 것이고 현재도 약 1만 여권의 고서를 소장하고 있으며, 카페에 사설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고서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자연스레 추사 선생의 작품을 많이 접하고 연구하게 되었고,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추사 김정희는 시·서·화는 물론 금석학의 대가로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서도 그 명성이 자자했다. 청 나라의 완적, 옹방강 등 당대 최고의 석학과 교류를 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추사의 고택 예산은 고택 뒤 암벽에 각인된 여러 글씨와 현판 등이 유명하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은 71세 때 쓴 봉은사의‘판전(版殿)’으로 최고의 걸작으로 꼽는다.

 

하지만 그의 일생은 평탄치만 안 했다. 부원군의 자손으로 과거에 급제해 벼슬을 했지만 많은 옥고를 치룬다. 그 결과 제주로 유배를 간 것이다. 제주의 추사 유배지는 최근에 알려지고 있다.

 

추사의 글씨는 유배 전후가 확연히 다르다. 같은 글씨를 비교해 보면 일반인도 쉽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귀양 가는 길에 들른 해남 대둔사에 써준 무량수각(無量壽閣 :1840)은 대단히 획이 기름지고 두텁고 자신감이 넘치며 윤기가 흐르는 반면, 귀양 후 예산 화엄사의 무량수각(1846)은 기름기가 다 빠지고 메마른 듯 순진무구한 원형질을 드러내며 대단히 명상적이다.

 

좌절 속에서 핀 독자적인 글씨체가 태어난 것이다. 치졸해 보이는 단순미를 보여 준다. 바로 추사체의 탄생인 것이다. 제주에 설립된 추사유배지 박물관에 가서 전시되어 있는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확연하게 그 차이를 알 수가 있다.

 

추사체는 정신적으로는 귀양이라는 역경 속에서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스로 밝혔듯이‘70 평생에 벼루 10개를 밑창 내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든’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의 결정판이었다.

 

9년간의 유배생활은 비참했다. 곤장을 맞은 장독으로 고생하면서, 삭막한 곳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된 곳에서 그저 글을 쓰고 수선화를 키우는 것이 일과였다.

 

소창다명 사아구좌(小窓多明 使我久坐: 작은 창문에 빛이 밝으니 나로 하여금 오래 머물게 하네)라고 쓴 글씨는 당시 자신의 처지를 잘 나타낸 글이다.

 

유배된 집에서 약 5리 정도 떨어진 대경향교에서 후학을 가르친 곳‘의문당(疑問堂)’현판은 추사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고, 원래 자리에는 복제품이 걸려 있다.

 

추사가 유배 생활에 그린 세한도(1840)와 제자인 이 상적과의 사연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역관인 이상적이 북경을 왕래하면서 수 많은 책을 추사에게 보내 주었고 세한도에 완적의 화제도 받아 왔다. 그가 보낸 책들의 물량을 모으면 수레로 한 차가 넘었다고 한다. 요즈음에도 그 많은 책을 보내주기 어려운데 교통도 불편한 제주로 그 시대에 귀한 중국의 서적을 그렇게 많이 보냈다는 것은 이 상적이 추사를 얼마나 존경했는지를 엿 볼 수 있다. 추사 역시 그에 감동해 세한도를 그려 준 것이다.

 

추사 박물관의 모습이 마치 세한도의 집을 형상화한 것 같으며 계단은 귀양 3천리를 채우기 위해 구비구비 돌아온 곡행(曲行)을 상징해 비스듬히 돌을 깔았다고 한다.

 

반드시 도록(圖錄)‘해국에 먹물은 깊고(서귀포시-2011)’한 권을 사거나 아니면 세한도 영인본 하나 정도는 사서 두고두고 음미할 가치가 있다.

 

최근에 추사 글씨의 속뜻에 대해 새롭게 조명한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이성현의‘추사코드(들녁: 2016)이다. 서화에 숨겨둔 추사의 속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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