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0 개 3,237 코리아포스트
어느 날 밤,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옆에 같이 자고 있는 여자가 영어를 막 지껄이는 바람에,

아니...? 내가 지금 남의 집에서 자고 있는가? 얼른 방 불을 켜 보니 아내가 입을 헤 벌리고 자고 있었다.

이젠, 잠꼬대까지 영어로 하고, 근데 완전 본토 발음이야...

아예 머리도 노란색으로 염색하라고 할까...? 영어도 잘 지껄이겠다...

아내는 매일 성당에 새벽미사를 드리러 다닌다.

신부님 강론도 매일 듣고 성당 사람들과도 되든 안 되든 매일 만나 말을 하다 보니 영어가 너무 잘 들린다고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옆에서 희생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매일 아침을 굶거나 차려 먹어야 하고 우리 집에서 성당까지는 15km가 넘으니 기름 값은 좀 많이 드나,

다 내가 뒷바라지를 해 준 덕에 아내는 영어를 잘 알아듣는 것이다.

지난해 부활절 전에 성당 복도에서 톰 신부님을 만났는데,

“하이~ 폴.” 신부님은 반가워하며 나에게 악수를 건네셨다. 이번 부활절 미사 때 신부님이 12제자의 발을 닦아주는데 폴도 12제자 중에 한 사람으로 선택되었다고 말씀 하셨다. 아내는 옆에서 너무 좋아하여서 그 날 난 뭔 약속이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이 대신 나가지 하고 말했더니 막 성질을 부렸다.

부활절 미사 때에는 복도까지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앞에 12개의 의자가 놓여 지면서 진행하시는 분이 나에게 와서 뭐라고 말을 하는데 말이 너무 빨라 나는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다.

이런 때는 딸이라도 옆에 있어야 하는데... 옆에 있던 아내가 자상하게도 해석을 해주었다.

나보고 그대로 앉아 있다 가 내 이름을 부르면 앞에 나가서 의자에 앉은 후 신발과 양말을 벗으라는 말이라고 하였다.

이곳 성당건물은 한국처럼 긴 직사각형 형태가 아니라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어져 누구나 신부님과 가까이 접할 수 있고 마주보는 느낌을 주는 아늑한 분위기이다.

가운데 자리는 좌우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나는 내 이름을 부르자마자 후다닥 뛰어 나가서 맨 갓 의자에 앉아야겠다고 마음먹고 긴장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후다닥 뛰어 나갔는데 맨 갓 의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했고 나는 2번째 의자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앞에서 사람들이 막 웃었고 누군가 나를 불렀다.

좌우로 두리번 거려보니 모두 맨발로 나와 앉아 있었고 나만 혼자 양말과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얼른 내려가서 구두와 양말을 벗고 다시 올라가 보니 내 자리는 누가 이미 차지했고, 맨 가운데 한 자리만 비어 있었다.

조명도 유난히 밝고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맨 가운데 자리에 앉아 나는 천장만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믿을 사람 말을 믿었어야지, 어쩌다 아내 말을 곧이듣다니...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많은 금발 아줌마들이 맨 가운데 앉아 있는 멋진 동양남자를 바라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설레고 들떠 있을까...?

내가 천장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신부님은 12제자의 발을 닦아 주기 위해 오른쪽 사람부터 발을 닦아 주시며 내 곁으로 오시고 있었다.

톰 신부님은 나의 발을 닦아 주시면서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았다.

“폴, 네가 맨 가운데에 앉아 있으니 성당이 너무 환해진 것 같다.”

신부님은 내가 성체를 모실 때에도 꼭 내 이름을 부르곤 하신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꿈꾸는 봄날

댓글 1 | 조회 3,293 | 2009.11.10
"제 눈팅이 좀 보세요. 눈팅이가 밤팅이 되도록 까만 밤을 새우고 또 새웠어요. 비바람이 몰아쳐도, 닭발에 쥐가 나도, 며칠씩 굶으면서도 내 새끼들이 나올 날만을… 더보기

빨간 우체통

댓글 2 | 조회 3,995 | 2009.10.26
아내가 오클랜드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너 이번 주말에 올 때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부르스타 좀 사와라~ 토요일 저녁에 손님을 초대를 했는데 월남 쌈을 먹… 더보기

염소, 물 건너가다

댓글 0 | 조회 3,627 | 2009.10.13
추석 전 날 어머니를 모시고 강 사장 집에 송편을 만들러 갔다. 강 사장 집은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음식을 많이 만드는데 형제들이 다 모여 음식 준비를… 더보기

친구....

댓글 0 | 조회 3,325 | 2009.09.22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 보니 가끔 친구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학교친구들, 사회친구들, 사람들은 고향친구가 그리울 때가 많다는데 나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나 오는 바… 더보기

새 집을 짓고 뛰어보자 폴짝~

댓글 1 | 조회 3,200 | 2009.09.08
“새 집을 짓고 뛰어보자 폴짝~ 머리가 천장까지 닿겠네.~” 닭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었더니 신이 난 닭들이 횃대에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이다. 노래도 잘하지만 횃대… 더보기

속 터지는 나라....

댓글 2 | 조회 3,461 | 2009.08.25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로 뉴질랜드가 선정됐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뉴질랜드가 정말 속 터지는 나라라는 생각뿐이다.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글 한번 쓰려면… 더보기

할머니를 찾습니다

댓글 0 | 조회 3,731 | 2009.08.11
지난번 한국 갔을 때 대학에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한잔 산다고 한정식 집으로 가자고 하였다. 한정식 집에 도착하자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아줌마가 ‘어머~… 더보기

삼각관계

댓글 0 | 조회 3,294 | 2009.07.27
내가 처음 뉴질랜드를 왔을 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목장과 많은 동물들로 인해 놀라면서도 마음에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구는 400만 명인데 소의 숫자는 사… 더보기

이사람아~

댓글 0 | 조회 3,433 | 2009.07.14
한국에서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는데 뉴질랜드에선 너무 자주 감기에 걸린다. 난방시설도 안 좋고 온돌이 아니라 더욱 그런 것 같다. 나는 비염에다 먼지 알레르기까… 더보기

적과의 동침

댓글 0 | 조회 2,803 | 2009.06.23
지난 여름에는 3마리의 암탉이 병아리들을 부화시켰는데 병아리들은 어미닭과 함께 따로 넣어 놔야 한다. 언제 들 고양이가 병아리를 잡아먹거나 매가 날아와 채 갈지도… 더보기

불청객

댓글 0 | 조회 3,035 | 2009.06.09
우리 집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차도를 따라 1키로 정도를 들어오는 맨 마지막 세 번째 집이 우리 집이다. 첫 번째 집은 노부부가 살고 있는 정원과 숲이 아름다운 2… 더보기

사탕 문 열어줘∼

댓글 0 | 조회 3,284 | 2010.07.10
뉴질랜드는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나라다 보니 국제결혼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2개 국어 이상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 2개… 더보기

동냥아치

댓글 0 | 조회 3,210 | 2009.05.12
뉴질랜드에는 식당에서 먹지 않고 가지고 가는 음식을 파는 가게 테이크어웨이(takeaway)가 많이 있는데 햄버거 가게를 비롯하여 생선튀김, 일본 초밥, 중국요리… 더보기

현재 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댓글 0 | 조회 3,238 | 2009.04.28
어느 날 밤,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옆에 같이 자고 있는 여자가 영어를 막 지껄이는 바람에, 아니...? 내가 지금 남의 집에서 자고 있는가? 얼른 방 불… 더보기

봄 처녀.....

댓글 0 | 조회 3,116 | 2009.04.16
뉴질랜드는 포플러 나무의 낙엽이 지기 시작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드는데 한국은 개나리 피고 버들피리 꺾어 부는 봄이 왔다는군요.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 더보기

엄청난 유산

댓글 1 | 조회 3,335 | 2009.03.24
옛날에 한국 TV에서 이런 코미디가 있었습니다. 거지인 아버지가 아파서 죽기 직전에 두 아들들에게 유산을 물려줍니다. 큰 아들에게는 헌 구두 한 켤레를 물려주자 … 더보기

한국 남자는 행운아

댓글 0 | 조회 3,891 | 2009.03.10
골프클럽 매니저인 스티브는 요즘 혼자 삽니다. 스티브는 부인과 딸 둘, 아들과 같이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선생인 부인이 원래 호주 사람인데 뉴질랜드보다 수입도 높… 더보기

물놀이나 가자

댓글 0 | 조회 2,785 | 2009.02.24
날씨가 너무 더워 코끼리 형제가 물놀이를 하러 가는데 길을 잘 몰라 헤매고 있었습니다. 형 코끼리가 나무위에 앉아 있는 두루미 자매를 발견하고 도와 달라고 말을 … 더보기

지폐를 원해?

댓글 0 | 조회 3,131 | 2009.02.11
집에서 데어리를 가려면 3키로 정도를 가야합니다. 거기엔 데어리랑 같이 하는 주유소가 있고 우체국을 겸한 건자재상, 그리고 자동차 정비소가 있는데 6시면 문을 닫… 더보기

딸내미의 눈물.......

댓글 2 | 조회 5,098 | 2009.01.28
일주일동안 일을 마치고 첫 주급을 받아 온 딸내미가 주급 봉투를 열어 보더니 훌쩍 훌쩍 울고 있더군요. "주급 받았니? 근데 너 왜 우냐?" 내가 물었습니다. "… 더보기

밥 먹을 땐 피켓을 들자

댓글 0 | 조회 2,793 | 2009.01.13
비록 신 김치 한가지하고 밥을 주더라도 아이고 ~ 어쩌면 김치가 이렇게 맛있게 셔 터졌어, ~ 좋은 쌀도 아닌데 밥 요리를 어쩌면 이렇게 맛있게 잘했어, ~ 반찬… 더보기

살이 찐 아내.....

댓글 0 | 조회 3,617 | 2008.12.23
주말 저녁에 베리 집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언덕 위의 작은집이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꽃밭과 연못도 보기 좋더군요. 여러 종류의 장미꽃이 … 더보기

정말 공짜야?

댓글 0 | 조회 4,055 | 2008.12.09
얼마 전부터 아침에 담이 많이 나오고 피도 섞여 나오더군요. 주택 리 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직접 목수 일을 하다 보니 먼지도 많이 마시고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 더보기

오씨 가족의 참변

댓글 1 | 조회 4,673 | 2008.11.25
최근 들어 오씨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 옵니다. 겨우내 움 추리고 집에서만 있던 오씨들이 요즘같이 따뜻한 봄철이 되면 가족… 더보기

이웃집 여인

댓글 1 | 조회 4,224 | 2008.11.11
우리 집 뒤뜰언덕에 사과나무 열 그루가 있는데 그 뒤 울타리 너머의 높은 언덕엔 커다란 숲이 있습니다. 이웃집 여인은 개를 데리고 매일 그 숲속을 산책합니다. 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