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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우리 문화 유산의 전도사인 전 문화재 청장 유홍준의 한국인의 교양필독서인‘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2011)’전집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1993년 1권을 필두로 94년에 2권, 97년에 3권, 그리고 98년에 북한답사기를 거쳐 2011년 제6권이 새롭게 개정 증보되어 나왔다.
약 20년 동안 이렇게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책은 흔치 않다. 뿐만 아니라 유명 소설도 아닌 재미가 별로 없는 인문학 책으로는 거의 없었다고 본다.
저자는 이 책 외에도‘국보’,‘화인 열전 1. 2’등 우리 문화에 대한 좋은 책들을 많이 썼다.
그 동안 십 수년 동안 한 권, 한 권 출판될 때마다 관심을 끌었지만, 2차 개정 해서 나온 전집 6권을 구입해 한꺼번에 완독하는 것도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초판에 비해 일단 모든 화보가 컬러로 바뀌었고, 그 동안 오류나 미진한 부분이 보완 되었으며, 특히 그 동안 개발되어 흉물화된 부분도 지적하여 시대 감각도 같이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전집 중 가장 핵심적인 첫 책과 최근에 나온 책, 그리고 북한 지역 답사를 읽고 나니,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통상 유적지하면 경주이고, 그리고 가장 볼 거리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이 서울(한양)인데, 저자는 이 두 곳을 피하고 강진의 남도를 그 첫 번째로 잡은 것이 특이했다.
경상도에는 유학자들이 많았지만, 남도에는 유명 문인이 많이 귀양가서 살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남도를 흔히 예향(藝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윤선도, 김정희, 정약용 등이 귀양지에서 뿌린 문화 유산들 덕이다.
그 중 한국의 다빈치라고 부를 수 있는 조선 후기 실학파 문인 다산 정약용이 귀양 살이 하던 강진을 기점으로 제 1권 (남도 답사 일 번지)의 답사가 시작된다.
저자는 미술 평론가로 주로 불교 미술에 조예가 깊어 주로 절을 중심으로 답사 코스가 설계되었다.
제 4권 북한 편(평양의 날은 개었습니다.)을 보면서 문화 지킴에는 우리가 북한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체제 선전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화와 역사관을 주입시키려는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묘를 개방해서 보여 주라는 상부의 특별 지시를 거절한 북한의 문화 지킴이는 존경스러울 정도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서로 상반된 개념을 어떻게 슬기롭게 조화를 이루냐 하는 것이 큰 화두로 떠올랐다.
6권 (인생도처유상수)은 기존 패턴과는 조금 다르게 경복궁을 중심으로 엮어졌는데, 저자가 경회루를 일반에 참관을 개방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 까지는 동감하나 연회에 까지 개방 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선암사의 화재를 막기 위해 석등까지 치울 정도로 세심하신 분이 어째서 경회루를 참관하는 것이 아니라 연회 장소로 사용을 하면 훼손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한데 강조하는지 너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인 것 같다.
서구의 사례를 들어 당위성을 강조 했는데 서구의 유적지는 대부분 석조이기에 훼손이 적지만, 목조인 우리 건물은 쉽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나의 문화답사기 7(창비, 2012)’은 잊혀져 가는 섬 -탐라의 역사와 현재를 답사한 것이다. 제주도에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하고, 도둑, 거지, 대문이 없어 삼무를 말한다. 여기에 더해 제주에는 삼보가 따로 있다. 그것은 자연, 민속, 언어이다.
2007년 6월 27일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31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제주 화산섬과 거문 오름 용암 동굴계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고 통과되었다.‘8권 남한강 편(창비 2015)’외에‘일본편 1.2.3.4’역시 일독해 볼만 하다. 우리 문화가 어떻게 일본에 전해졌고 그 유적이 남아 있는 현장을 생생히 그려 놓았다.
결론적으로 우리 나라는 남. 북한을 통틀어서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아는 만큼 느낀다’고 무심이 지나는 절간의 돌과 석탑 그리고 현판들이 모두 사연을 가지고 있다. 외형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연 (컨텐츠: contents)를 알고 보면 그 의미가 더 깊어 진다.
저자는‘답사에는 세 가지 큰 즐거움이 있으니 하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쁨이요, 하나는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는 기쁨이요, 하나는 맛있는 향토음식을 먹는 기쁨이다.’라고 했다.
눈과 마음과 배가 모두 즐거운 게 바로 답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