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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여디디야 0 695 2017.03.07 14:28

며칠 전부터 심한 감기에 걸려 목소리까지 잠겨버린 딸 아이에게 첫 날엔 흰 죽을, 둘째 날에는 쇠고기를 잘게 채 썰어 넣은 야채죽을 쑤며 문득 수 십년이 지난 날의 일이 생각이 나며 생각에 잠겼다.

 

대학 시절에 하루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아버지가 나에게 어머니를 위해 죽을 쑤라고 하셨다. 지금 처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되는 시절이 아니었고, 생전 밥도 한 번 해 보지도 못했던 내가 죽을 쑤려니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난감하였지만 일단 쌀을 씻어서 남비에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끓기 시작하면서 남비에서 물이 넘쳐서 실패하고, 다시 쌀 씻어서 하기를 3 번이나.. 

 

밥 지을 때 뜸 들이는 것도 모르던 나였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결국 어머니는 진밥을 드시게 되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쌀이 제대로 익었는 지 잘 퍼졌는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것 뿐이랴..

 

결혼 후 친정 아버지가 잠깐 들리셨을 때, 동태탕을 끓여서 대접을 하였는 데 아버지께서 별로 드시지를 않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 데 아버지께서 미곡상을 하셨을 때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고, 어머니가 시장에 가실 때면 생선가게에서 생선을 구입하시면서 동태 머리나 내장 같은 것을 얻어오셔서 그것을 끓인 것이나 작은 멸치를 고양이에게 주시곤 하셨다. 고양이를 주기 위해 동태탕을 끓일 때 나는 냄새로 인해 아버지께서는 동태탕을 좋아하지 않으셨던 것을 철없던 내가 몰랐던 것이었다. 나는 그 음식이 별미려니 하고 만들었던 것인 데.. 그리고 보니 아버지께서 동태탕을 드시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던 것 같다.

 

이민 온 사람들은 저마다 다들 아련한 추억과 기억들이 남아 있기 마련인 것 같다.

 

내가 뉴질랜드에 온 후, 나의 어머니는 마치 남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으로 사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 부터 내가 뉴질랜드에 오기 전까지 거의 나랑 같이 사셨는 데 갑자기 헤어져서 살게 되니 얼마나 마음이 어려우셨을까.

 

나는 뉴질랜드로 오고 나서 아이들 치닥거리 하느라 바빴고..

 

그래도 처음엔 일 년에 한 번씩 한국에 다니러 갔다 올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지만 어머니 생각이 날 때면 마음이 찡하니 아파서 행여나 연세가 많으신 어머니가 편찮으신 데는 없을까 때때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세월이 많이 흐른 후, 한국에서 어머니랑 같이 생활하던 중 밤중에 어머니가 샤워하시다가 쓰러지셨기에 119 구급차로 응급실로, 그리고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병원에서 한 달간 입원하시다가 퇴원하시고 큰 오빠네로 가신 후, 일 주일만에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장례를 치르고 와서 나는 매일 밤마다 잠들기 전에 흑흑거리며 울다가 잠이 들었다. 잘 해 드린 것은 전혀 생각나는 것이 없고 못 해 드린 것만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달 반 가량을 울고 나니 눈물이 멈추었다.

 

장례를 치르는 날에 먼저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무덤 안에 어머니 시신의 매장이 끝난 후, 친척분 중 한 사람이 “수의가 오백 만원짜리래” 하시는 것이 아닌가.

 

살아 생전에 마음 편하게 해 드리고 자식들이 우애있게 지내는 것이 더 낫지 남의 이목에 신경 쓰며 그것이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음인 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하였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잘 해 드리는 것이 효도다.

 

어차피 우리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몇 달 전, 나의 대학 동창생이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 받던 중에 친정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거동을 못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병원에 입원하신 후 퇴원하신 후에 오빠가 잠깐 모시다가 요양병원에서 계신다고.

 

나는 친구에게 말하기를 연세가 많으셔서 살 날이 그리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르니 살아 생전에 잘 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웬만하면 모시고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을 했으나 더 이상은 배설물 치우는 일도 그렇고 자신도 힘들 것 같다는 답이었다.

 

결국 병원에 가서 뵙고 오곤 한다고 하는 데, 어느 날 엄마를 만나도 할 말이 없어서 옆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있다가 온다고..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말하기를 “절대로 부정적이거나 안 좋았던 기억들, 섭섭했던 일들은 입 밖에 내지 말고 지금까지 살면서 엄마랑 즐겁고 추억에 남을 일들을 떠올리고 그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 하다보면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말하다 보면 즐거워지고 서로 웃게 된단다.”라고 권면했던 적이 있다.

 

“엄마를 만나서 무엇을 하여야 할 줄 몰라서 그냥 옆에 있다가 오곤 했는 데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려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하는 말에 나는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너에게 말해 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너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있어서 또한 감사하다 라는 말을 하였다.

 

시간은 흐르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나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도 지나고 나면 좀 더 잘할 수 있었는 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치 나의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신 후 해 드린 것은 하나도 생각나는 것이 없고 못 해 드린 것과 아쉬운 것들만 생각나며 어머니 생각에.. 그리고 이제는 “엄마” 라고 부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한 달 반 동안을 밤마다 흑흑거리며 울다가 잠이 들었던 나처럼 말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섬길 수 있을 때 잘 해 드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인가!  곁에서 모실 수 있고 뵐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쁨으로 감당한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던 한 달 반동안 어머니 슬하에 7남매를 두셨지만 내가 어머니 옆을 지킬 수 있었던 시간이 하나님께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다행히 내가 뉴질랜드를 떠나 잠시 한국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어서 또한 감사한 일이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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