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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패스 - 몽환과 현학적인 공포

빡 늘 0 552 2017.02.22 16:32

“할머니 댁으로 가거라. 그리고 절대 길에서 벗어나지 마라 (Go to Grandmother’s House. And Stay on the Path).” 유명한 동화 빨간 모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디 게임인 <더 패스 The Path> 의 시작 때 등장하는 문장이기도 한데,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뭔가가 게임 안에 숨어 있음을 암시하며 으스스함을 돋군다.

 

벨기에의 인디 게임 제작사 <테일 오브 테일즈 Tale Of Tales> 에서 2009년 제작, 발표한 <더 패스>는 상기한 빨간 모자를 기반으로 한 3인칭 심리적 호러 게임이다. 

 

이 게임의 스토리와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시작할 때 여섯 명의 자매들이 소개되고, 이들 중 한 명을 골라 동화와 똑같이 ‘할머니의 집을 방문하되,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시를 따라 그저 길만을 쭉 걸어갈 경우 게임은 1분 만에 ‘실패’ 엔딩으로 끝나버린다. 따라서 원작 동화가 그러했듯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필연적으로 그 명령을 어겨야 한다는 데에 묘미가 있다.

 

천방지축인 막내 ‘로빈’, 조숙한 5녀 ‘로즈’, 톰보이에 개구쟁이인 4녀 ‘진저’, 음울하고 비뚤어진 3녀 ‘루비’, 자신감이 조금은 지나친 차녀 ‘카르멘’, 그리고 조용하지만 매일 동생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바쁜 장녀 ‘스칼렛’--자매들에겐 고유의 특징이 있고, 그 개성은 ‘길에서 벗어나지 마라’는 금기를 부숴야지만 알아갈 수 있다. 

 

본 게임의 특이점은 이겨야만 하는 적, 취득해야 하는 보물 같이 어떠한 뚜렷한 목표도, 저 지시문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규칙도 없다는 것이다. 

 

모든 선택과 그 결과의 해석은 오롯이 플레이어의 몫으로 남는다. 길을 그대로 쭉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위험이 도사리는 숲의 유혹을 감수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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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르가 ‘호러’인 만큼 유혈낭자하거나 깜짝 놀랄 요소들을 두려워하는 유저들이 있다면 좋은 소식이 있다: <더 패스>는 그런 면에선 이상한 방식으로 친절하니까. 

 

좀비 아포칼립스나 생존 공포물처럼 끝없이 도망을 칠 필요도, 무기를 들고 학살극을 펼칠 필요도 없다. 제한 시간 따위도 없다. 그저 느긋하게 캐릭터들을 알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늑대’를.

 

모든 자매들에겐 고유의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는 늑대가 있다. 숲 곳곳에 널린 여러 가지 물건들에 (가령 풍선, 녹슨 쇼핑 카트, 피아노 등)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제각기지만, 캐릭터들의 특징과 성격을 무엇보다도 가장 잘 드러내 보이는 것은 그들의 늑대이다. 

 

늑대들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게임의 테마, 캐릭터들의 의의, 게임 자체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늑대들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과 자매들 간의 상호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늑대들을 만난 뒤 이어지는 섬찢한 컷씬까지도 (이 부분은 꽤 소름이 끼치는 구석이 많기에 심신 미약자, 혹은 그저 겁이 많은 사람 등은 게임을 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게임이 그저 게임이 아니게 될 때, 소통의 매개체이자 플레이어 본인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 때에도 게임은 여전히 게임으로 남는가? <더 패스> 내의 요소들이 게임 내의 본질적인 질문을 플레이어에게 던진다면, <더 패스> 자체는 ‘게임은 그저 즐기는 것’이란 인식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다고 할 수 있겠다. 

 

빡겜러나무늘보 

♣ 본 칼럼은 이 글이 다루는 게임의 주요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누설하는 내용을 포함하므로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들에겐 일독을 권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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