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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 사람들만 잡았네

김지향 0 830 2017.02.22 11:17

드레스숍에서 일하면서 내가 사람들을 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비스 정신으로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도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정이 든 손님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왕가누이는 가족 간의 정이 무척 두터워 보인다. 할머니와 손녀딸이나 모녀가 함께 와서 서로의 옷을 사주기도 하고, 3대가 함께 찾아와서 서로의 옷을 골라 주기도 한다. 재미있게도 옷을 사 간 손님이 가족을 대동해서 몰려 오기도 한다.

 

가족간의 정만 두터운게 아니라 이웃간이나 친구간에도 살가워 보인다. 하물며 이방인인 나에게조차 친절하기 그지 없다. 그러다 보니 나를 자신들의 친구나 가족으로 여기는 고객들도 있다. 내 어린 시절 동네 인심과 많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친구 소개로 왔다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 걸 보면 소문도 빠르게 도는 것 같다. 소문이 빠른 만큼 행동거지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 판매도 일종의 서비스 업이니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나이 탓인지, 성격 탓인지, 사무적인 일은 영 빠르게 배워 나가지 못한다. 그런데다 건망증까지 있어서 엉뚱한 기억으로 혼란을 겪기도 한다. 다행히 웬간한 진상 손님들에게 화가 나지 않는다.

 

그동안 옷이 소소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옷 판매하는 재미와 키위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만 있었지, 그러는 동안 옷을 슬쩍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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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옷 몇 벌을 팔아봤자 옷 한 벌 잃어 버리면 말짱 도루묵인데, 옷 파는 재미에만 정신을 쏟느라 옷이 사라지고 있는 것에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나에게 경각심을 주는 사건이 터졌다. 비싼 드레스 네 벌이 안 보였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하루 일당보다 더 많은 돈이 사라졌으니 얼마나 놀랐던지……

 

죄송한 마음과 더불어 큰 도둑이 들었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했다. 사장님은 지난 일은 잊고 앞으로 조심하라고 하셨지만, 사람이 사람을 경계하면서 판매를 해야하는 현실이 답답해서 우울해졌다.

 

판매원은 눈이 뒤에도 달려야 한다면서 시간이 지날 수록 뒤에도 눈이 생기게 된다고 했지만, 뒤통수에까지 눈을 달고 살아야 할 걸 생각하니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눈이 뒤통수에 생기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우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 창고 정리를 하다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드레스 네 벌을 발견했다. 너무 잘 둬서 찾지를 못했던 것이다. 반복되는 색의 드레스를 따로 잘 보관해 놓고는 그 옷들을 진열해 놓았다고 착각했었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엄한 손님들만 의심을 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판매를 했던 것이다.

 

견물생심이라고 순간적으로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될 수 있으면 그런 마음을 갖지 않도록 환경 조성을 잘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둑질이 몸에 밴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는 시설도 준비해 두었다.

 

살아 오는 동안 거짓 기억을 진짜로 믿고 실수를 한 것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그럴 때마다 반성하곤 했지만, 그런 실수를 반복적으로 하면서 살아 왔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혼자 속으로 꿍꿍 앓은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거의 내 잘못된 기억으로 상대를 의심한 것이었다.

 

모든 것은 내 탓이다. 잘 되도 내 탓, 못 되도 내 탓, 이래도 내 탓, 저래도 내 탓인 것이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마음이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한테 속는 것이다. 

 

남을 의심할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내 기억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거짓 기억을 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남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정하면서 수용한다면 엄한 사람 잡지 않고 인상 쓰면서 살 일도 사라진다. 나의 잘잘못을 제대로 인정하면서 살아가도록 정신줄 놓지 않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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