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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한하람 0 793 2017.02.21 17:03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합니다. 우리가 그림을 바라 볼 때, 액자 속의 세계와 그 밖 현실 세계를 분리하여 인식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반면 영화를 볼 때에 우리는 스크린 속의 세계와 그 밖의 세계를 같은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화면 바깥의 영역(외화면)에 항상 의문을 가지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 의문은 자기 안에서 금방 답변 될 수도 있고, 어떠한 의문들은 해답이 어려운 채로 남게 되죠. 이 후자의 의문과 어려운 해답에 관한 생각을‘하게’되는 것, 그것을 들뢰즈는 ‘사유’라고 이야기합니다.

 

자, 우리가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 눈 앞, 낯선 방이 보입니다. 그때, 갑자기 화면 바깥에서부터 뚜벅뚜벅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 당신은 의문합니다.

 

“뭐지?”

 

그리고 곧바로 “아, 공유가 오기로 했었지.” 이런 생각의 과정, 익숙하지요? 이것을 들뢰즈는, 이미 알던 형식들을 다시 머릿속에 불러와 사태를 파악한다는 의미에서 ‘재현re-presentation’, 혹은 ‘재인식re-cognition’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때, 우리는 재인식할 수 없습니다. 도깨비가 도깨비신부라고 찾아온 여성을 자꾸 떠봅니다. 네 눈에 뭐가 보이냐고 묻습니다. 이러한 장면들의 연속 속에서, 우리 관객에게는 세 가지 선택이 다가옵니다. 재인식하거나, 사유하거나, 아무생각이 없거나. 주로 어떠셨나요? 사유하는 사람은 생각합니다.

 

“왜지? 왜 뭔가 보기를 바라지? 무슨 일이지? 뭐지?” 그 시점부터 우리는 사유하기 시작하는 것이며, 우리의 삶은 그러한 질문들이 가져다주는 아포리즘적(‘벙 찜’을 뜻함) 깨달음을 통해 총체적인 변화 가능성 속에 던져지게 됩니다.

 

자, 사유라고 하는 것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제 말을 이해하신 것입니다. 저는 영화 몇 편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여러분이 ‘사유’라는 것의 즐거움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이젠 더 이상 영화 어땠냐는 이야기에 “음, 그냥 재미있었어.”라는 말을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물어본 이에게 새로운 의문점을 던져주고 대화를 사유의 풍성함으로 채우는 교양인이 되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1.“사랑한다는 그 말, 지금 나한테 한 말이예요?”

   홍상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 Yourself and your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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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계신가요? 애인이 있으시거나, 배우자가 있으신가요? 혹은 썸? 질문을 바꿔볼게요. 사랑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마 제대로 들어보신 적 얼마 없으실 걸요? 죽어도 나는 들어본 적 있다고 믿으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지금 나한테 한 말이예요?”라는 질문을 말이죠.

 

다소 엉뚱한 질문같이 보이지만 저는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나요? 많이 알아야할까요? 아니면 몰라야하는 걸까요? 아니면 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할까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홍상수 감독, 그는 자신의 이 영화에서 모호함을 통해 확실히 이야기합니다. “저기 저 아세요?”라고 말이죠. 

 

세상은 이야기합니다. 

 

“야! 내가 너 아는데, 너 나 몰라? 너, 너 아무개 아니야. 내가 다 알아.”

 

이 영화는 그러한 물음에 반기를 들고 나옵니다.

 

“니가 아는 건 나 아니야.”

 

흔히 사람들은 ‘자기동일성’이란 것을 느끼고 살아갑니다. 수면마취를 요하는 큰 수술 이후, 별 문제가 없다면 깨어나서도 수술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를 동일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죠. 그것은 전적으로 기억이라는 것에 의존합니다. 그러한 기억, 곧 경험한 것들을 가지고 나 뿐 아니라, 타인들까지도 언어로 이러이러하다 라고 생각을 하죠. 그것을 동일성의 사유라고 합니다. 들뢰즈가 말하는 ‘재인식’이지요. 하지만 들뢰즈는 그러한 동일성의 사유는 아무런 새로운 것도 일으키지 못할뿐더러, 그 대상이 되는 입장에 대하여 ‘몰이해’를 만든다고 이야기 합니다.

 

자, 한 가지 이야기를 상상해볼까요? 어제도 만나고 오늘도 만나는 애인이 있습니다. 어제는 가르마를 왼쪽으로 타고 왔습니다. 그리고 말하죠 “난 왼쪽 가르마만 타.” 아, 그렇구나.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의 애인은 오른쪽 가르마를 타고 옵니다.

 

“너 왼쪽 가르마만 탄다고 하지 않았어?”

 

“응? 아닌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요.

 

이렇게 가르마와 같은 가벼운 주제라면 괜찮습니다. 영화 주인공들처럼 심지어 이름, 정체성까지 하나로 규정되길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사실은 우리 모두의 깊숙한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의 모양이라면, 당신 앞의 누군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나는 너를 알고 있나? 너의 욕구와 욕망을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너를 떠나서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내가 느끼는 것이 나인가? 내가 규정한, 겨우 기억이라는 것에 의존하는 자기동일성은 아닌가? 라고 말이죠.

 

이 질문으로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한 사람, 잘 알고 계신가요? 확신하세요? 

 

사랑하고 싶으시다면,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번 주말에 어떠신가요?.

 

2.“어디까지 생각해봤나요?”

   미카엘 하네케 “Amou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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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연주회의 한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피아니스트인 안느, 그리고 그의 남편 조르주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노부부입니다. 자식을 모두 키워 독립시키고 조용한 아파트에서 여생을 보냅니다. 함께 음식을 해먹고, 장을 보고, 이제는 유명해져 메이저가 된 어린 제자의 연주회를 다니기도 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갑니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묻습니다.

 

“사랑의 마지막을 어디까지 생각해 보았니?”

 

“안느, 장난치지마. 장난할 기분 아니야. 안느, 안느? 안들려?”

 

영화의 초입부터 안느는 치매 증세를 보입니다. 그리고 곧 이어, 몸의 오른쪽에 마비가 오게 됩니다. 하루 아침에, 늙은 조르주는 늙고 병든 안느를 돌보아야 합니다. 어제까지의 교양 있던 노부부의 생활은 단 한 순간에 끝이 나버립니다. 조르주 자신도 안느를 돌볼 만큼 건강하지 않습니다. 굳어버린 마디마디와 침침한 눈, 쇠한 기력. 이러한 노화된 몸으로 조르주는 꾸역꾸역 안느를 돌봅니다. 거기에 더해 안느는 병원에 자신을 보내지 말라는, 당부를 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안느의 부탁 때문에라도 조르주는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자식 부부는 이혼에 관한 문제로 부모를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보러 와서도 신세한탄 뿐입니다. 그들은 늙은 부모의 건강을 진심을 다해 걱정할 만큼, 삶의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지 않은 듯 보입니다.

 

자, 이제 조르주는 두려워합니다. 나도, 늙었고 병들었지. 아내가 가면 나도 곧 갈거야. 언제까지 이 병간호를 계속할 수 있을까. 내가 당장 죽어버리면 어쩌지? 아니, 안느가 죽으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지? 왜 살아야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

 

안느와 조르주는 각 방을 쓰게 됩니다. 조르주는 아침 밤낮으로 안느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몸을 씻기고, 잘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입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한 숨은 늘어가고 피곤한 낯빛은 더해갑니다.

 

팁을 드리자면, 영화는 어느날 집에 난입한 비둘기 한 마리와 평행선을 그리며 흘러갑니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그만의 독특한 연출을 통해, 대칭적으로, 조르주와 안느, 조르주와 비둘기, 장소와 사건을 배치하며, 영화의 세분화된 플롯들로 하여금 관객들에게 컷컷마다 온도가 다른, 그런 깊은 숨을 내쉬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철학영화입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철학이라고 말이죠. 당신은 얼마나 사랑하고 계신가요? 다시 말 해, 얼마나 당신 앞의 바로 그 사람을 위해 철학하며 삶을, 관계를 살아내시나요?

 

여러분께 사랑에 관한 사유를 제안드립니다. 미카엘 하케네 감독의 “아무르 Amour”를 통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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