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없는 자식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철 없는 자식

0 개 1,669 김지향

세상을 달리 하신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식들한테 많은 것을 남기셨다.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더욱더 돈독하게 만들어 주셨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변화를 시켜 주었다.

 

어머니가 그리워 닭똥같은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쓴 칼럼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하루하루의 즐거움에 빠져들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소식 역시 아름답고 즐거운 소식들뿐이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새로운 꽃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모텔 정원의 아름다운 장미꽃들과 라벤다가 꽃병의 물을 먹으면서 수줍게 웃고 있었다. 예쁜 주인의 모습 그대로 자연의 향기를 가득 담은 꽃꽂이였다.

 

요즘의 내 생활이 감동 그 자체이긴 하다. 내가 주는 것보다 더 한 것을 늘 받으면서 살고 있으니, 그 어느 것 하나 감동 아닌 것이 없다.

 

내 병을 어머니께서 다 가지고 가셨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강도 확연하게 좋아져서 몸과 마음이 한결같이 편안한 나날을 보낸다. 매 순간의 행복에 감사가 저절로 나온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장자가 부인의 죽음 앞에서 북을 치면서 춤을 춘 이유가 부인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축복이었지만, 그의 행동은 기행으로 밖에 보일 수가 없었듯이,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죽음은 희망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린다는 것은 차마 하기 힘든 일이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나에게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말을 전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임종 직전에야 알리게 되었는데, 칼럼 원고 마감 전날이었다. 결국 이미 완성이 되어 있는 칼럼 원고를 보내지 못하고 한해의 마지막을 어머니의 죽음으로 마감했다. 한해의 죽음이 희망의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쓴 칼럼이었지만……

 

어머니의 임종 앞에서는 담담할 수 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어서 오래 고생하지 않으시고 편안히 가신 것과 새로운 세상에서의 새출발을 축복해드릴 수 있었다.

 

가족들과 정신없이 한국에서 지내다가 막상 집으로 돌아와 보니, 시간이 갈수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다. 어머니의 새 삶을 축복해 드리는 것과 이별에 대한 슬픔은 별개인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의연하게 잘 지내셨고, 마스터 과정을 밟으려고 연말에 사퇴한 큰애가 잠시라도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손녀딸이 함께 있다고 아내가 없는 빈자리를 메꿀 수야 없지만, 빈 집에 혼자 계시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며칠 후에 손녀딸도 떠나고 당신 혼자 생활을 하셔야 하겠지만, 아버지의 정신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는 나로서는 걱정이 앞서지 않는다. 다 잘해 나가실 것이다. 

 

내가 이곳에서 새로운 삶에 행복해 하면서 살아가듯, 아버지께 다가온 새로운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면서 사실 것이다. 그저 바람이 있다면 돌아가시기 전까지 건강하게 즐겁게 사시는 것이다. 

 

내 생활이 조금 더 안정이 되어 아버지를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찾아 뵐 수만 있다면 더할 나름이 없겠지만, 돈도 사랑이라고 말씀하신 아버지의 말씀을 깊이 새기면서 앞으로 용돈이라도 자주 보내드려야겠다. 

 

그동안 아버지의 능력과 복을 믿고 살아오느라 아버지께 용돈 한 번 드리지 않았었다. 내가 드리는 용돈이 아버지께는 필요 없으실 정도로 늘 넉넉하시다고 생각해서 용돈을 드릴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었다. 참 철 없는 자식이었다. 

 

남편을 일찍 여의시고 아들에게 용돈을 받으면서 살아오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 용돈이 고스란히 손자들한테로 돌아갔다. 당신을 위해 한 푼도 쓰지 않고 자손에게 그대로 물려주시는 할머니께 왜 그러시느냐고 타박을 했었는데, 그 얼마나 한심한 손녀였던가.

 

진정한 용돈의 의미를 이제서야 겨우 깨닫다니, 나이가 든다고 철이 드는 것은 절대로 아니더라!

철 좀 들어야겠다만, 언제나 철이 들려는지…… 

돈키호테의 착각

댓글 0 | 조회 1,567 | 2017.09.26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요즘 바빠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젊어서 컴퓨터를 배울 땐 하루 종일 컴 앞에 앉아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환갑을 넘긴 나이에 … 더보기

도깨비 방망이가 하늘하늘 춤을 추네!​

댓글 0 | 조회 1,360 | 2017.08.22
비바람이 몰아치는 창밖을 보면서 겨울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월동준비를 충분히 해 둔 덕분에 지난 해보다 더 따스하게 보내고 있지만, 지독한 독감은 내 온 몸을 … 더보기

미련스럽게 버리지 못하는 미련

댓글 0 | 조회 1,955 | 2017.08.08
어리석고 둔한 것을‘미련하다’고 하며, 품었던 감정이나 생각을 딱 끊지 못하는 것을‘미련’이라고 한다.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며 동물을 미련스럽다고 하지만, … 더보기

‘더한 합’과 ‘젠장’

댓글 0 | 조회 1,490 | 2017.07.11
근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인구 20000명과 인구 50000명의 작은 도시를 거쳐 수도인 웰링턴 대형 쇼핑몰의 매장에서 옷 판매를 하게 되었다.뉴질랜드에 … 더보기

처음 그때처럼

댓글 0 | 조회 2,250 | 2017.06.28
왕가누이에 처음 와서 모텔을 알아 보고 있었을 때, 쇼핑몰에서 가장 가깝고 아름다운 모텔을 들어 갔다. 프랑스나 이태리의 작은 마을에 위치해 있는 정원이 소박하면… 더보기

우문현답

댓글 0 | 조회 1,471 | 2017.06.14
얼마 전 친구가 나에게 보낸 이멜을 읽고 내가 무척 감동한 일이 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얼마나 가슴이 따스해지고 기뻤는지 모른다. 그만큼 … 더보기

사랑이라는 이름

댓글 0 | 조회 1,719 | 2017.05.09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맑은 하늘의 따가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다. 해 역시 짧아져서 빨리 어둠이 다가온다.요즘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온… 더보기

부활절의 나비

댓글 0 | 조회 1,792 | 2017.04.26
집에서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서 보내 준 생강청을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다. 세상이 돌고 돈다지만 지금 우리 부부는 서로 바뀐 삶을 살고 있다.젊… 더보기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댓글 0 | 조회 1,907 | 2017.04.12
매일 아침마다 나에게 오는 편지가 있다. ‘고도원의 편지’라고 아마 나처럼 이 편지를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다. 책을 사랑하는 고도원씨가 자신이 읽은 책 중… 더보기

나 자신을 만나는 날

댓글 0 | 조회 1,735 | 2017.03.22
왕가누이 매장에서 일하다 파미 매장으로 옮긴 지도 벌써 2주째다.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지내다가 모처럼만에 집으로 돌아와 생활을 하니, 익숙했었… 더보기

도인을 모시는 여자

댓글 0 | 조회 1,819 | 2017.03.08
지난 주에 휴가를 좀 갖고 나서 이번 주부터 파미 매장에서 근무를 한다. 모처럼만에 집에 와서 생활하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휴가를 즐기는 동안 날씨 또한 얼마나… 더보기

엄한 사람들만 잡았네

댓글 0 | 조회 2,375 | 2017.02.22
드레스숍에서 일하면서 내가 사람들을 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비스 정신으로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도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정이 든 손님들이 제법 … 더보기

현재 철 없는 자식

댓글 0 | 조회 1,670 | 2017.02.09
세상을 달리 하신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식들한테 많은 것을 남기셨다.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더욱더 돈독하게 만들어 주셨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 더보기

돈이 사랑이다

댓글 0 | 조회 2,070 | 2017.01.26
작년 연말이 꿈처럼 지나갔다.크리스마스 대목으로 드레스숍이 한창 바쁜 시기에 한국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셔서 임종을 앞두고 계시다면서 서둘러서 … 더보기

꿈 꾸는 세상

댓글 0 | 조회 1,667 | 2016.12.07
왕가누이 강을 끼고 길게 누워 있는 언덕 위로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서 있는 도시, 왕가누이 매장에 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꿈처럼 지나간 일주일이지만, 그동… 더보기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댓글 0 | 조회 2,009 | 2016.11.23
9년 가까이 사용해왔었던 컴퓨터가 드디어 수명을 다했다. 그동안 여러번 업데이트를 해가면서 컴퓨터를 사용해 왔었는데, 이제 한계가 온 것이다.나야 그저 글을 쓰고… 더보기

대박의 꿈

댓글 0 | 조회 2,002 | 2016.11.09
레빈에서 일하다 보면 맞은 편에서 로또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불경기인데도 그곳은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나이에 상관 없이 여러 부류의 사… 더보기

아기가 쑥쑥 자라듯

댓글 0 | 조회 2,273 | 2016.10.27
겨울은 어느덧 봄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유별난 환절기의 변덕 때문에 여기저기 감기에 걸려 고생한다는 소리가 잦다. 갈수록 점점 더 지독해지는 감기 또한 진화를 위… 더보기

친구

댓글 0 | 조회 2,052 | 2016.10.12
눈부시게 빛나는 분홍빛 벚꽃들이 일주일 내내 내리는 봄비를 맞고 축축한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회색 하늘에 화사한 핑크색보다야 보라색이 더 잘 어울리지만, 빛이 사… 더보기

행복이 가득한 바구니

댓글 0 | 조회 1,940 | 2016.09.29
꽃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다. 갑자기 날씨가 풀려 따스한 봄날이 온 것처럼 내 몸도 덩달아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세 딸들이 다 크고 나니 … 더보기

행복한 부자

댓글 0 | 조회 1,888 | 2016.09.15
그 언젠가부터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붙었다. 왜냐하면 그 일들마다 나에게 알려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나쁜… 더보기

더불어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2,971 | 2016.08.25
이른 아침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딸들 중 시간을 낼 수 있는 딸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스시 집을 오픈 한 동생뻘 되는 지인인데, 직원이 아… 더보기

살어리 살어리랐다

댓글 0 | 조회 1,798 | 2016.08.10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가요 청산별곡의 앞부분이다.뉴질랜드에 이민 온 많은 사람들은… 더보기

겨울여행

댓글 0 | 조회 1,944 | 2016.07.28
뉴질랜드 북섬 끝부분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을 다녀왔다. 대도시인 오클랜드와 대비되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자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으로도 보였다.… 더보기

귀가 열린 어머니

댓글 0 | 조회 1,703 | 2016.07.14
80초반의 어머니께서 몇 년 전부터 소리를 잘 못 들으셨다. 그러시다가 얼마 전에 아예 귀가 들리지 않으셨던 것이다.어머니 옆 동네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어머니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