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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없는 자식

김지향 0 764 2017.02.09 09:49

세상을 달리 하신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식들한테 많은 것을 남기셨다.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더욱더 돈독하게 만들어 주셨으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변화를 시켜 주었다.

 

어머니가 그리워 닭똥같은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쓴 칼럼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하루하루의 즐거움에 빠져들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소식 역시 아름답고 즐거운 소식들뿐이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새로운 꽃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모텔 정원의 아름다운 장미꽃들과 라벤다가 꽃병의 물을 먹으면서 수줍게 웃고 있었다. 예쁜 주인의 모습 그대로 자연의 향기를 가득 담은 꽃꽂이였다.

 

요즘의 내 생활이 감동 그 자체이긴 하다. 내가 주는 것보다 더 한 것을 늘 받으면서 살고 있으니, 그 어느 것 하나 감동 아닌 것이 없다.

 

내 병을 어머니께서 다 가지고 가셨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강도 확연하게 좋아져서 몸과 마음이 한결같이 편안한 나날을 보낸다. 매 순간의 행복에 감사가 저절로 나온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장자가 부인의 죽음 앞에서 북을 치면서 춤을 춘 이유가 부인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축복이었지만, 그의 행동은 기행으로 밖에 보일 수가 없었듯이,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죽음은 희망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린다는 것은 차마 하기 힘든 일이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나에게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말을 전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임종 직전에야 알리게 되었는데, 칼럼 원고 마감 전날이었다. 결국 이미 완성이 되어 있는 칼럼 원고를 보내지 못하고 한해의 마지막을 어머니의 죽음으로 마감했다. 한해의 죽음이 희망의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쓴 칼럼이었지만……

 

어머니의 임종 앞에서는 담담할 수 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어서 오래 고생하지 않으시고 편안히 가신 것과 새로운 세상에서의 새출발을 축복해드릴 수 있었다.

 

가족들과 정신없이 한국에서 지내다가 막상 집으로 돌아와 보니, 시간이 갈수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다. 어머니의 새 삶을 축복해 드리는 것과 이별에 대한 슬픔은 별개인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의연하게 잘 지내셨고, 마스터 과정을 밟으려고 연말에 사퇴한 큰애가 잠시라도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손녀딸이 함께 있다고 아내가 없는 빈자리를 메꿀 수야 없지만, 빈 집에 혼자 계시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며칠 후에 손녀딸도 떠나고 당신 혼자 생활을 하셔야 하겠지만, 아버지의 정신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는 나로서는 걱정이 앞서지 않는다. 다 잘해 나가실 것이다. 

 

내가 이곳에서 새로운 삶에 행복해 하면서 살아가듯, 아버지께 다가온 새로운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면서 사실 것이다. 그저 바람이 있다면 돌아가시기 전까지 건강하게 즐겁게 사시는 것이다. 

 

내 생활이 조금 더 안정이 되어 아버지를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찾아 뵐 수만 있다면 더할 나름이 없겠지만, 돈도 사랑이라고 말씀하신 아버지의 말씀을 깊이 새기면서 앞으로 용돈이라도 자주 보내드려야겠다. 

 

그동안 아버지의 능력과 복을 믿고 살아오느라 아버지께 용돈 한 번 드리지 않았었다. 내가 드리는 용돈이 아버지께는 필요 없으실 정도로 늘 넉넉하시다고 생각해서 용돈을 드릴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었다. 참 철 없는 자식이었다. 

 

남편을 일찍 여의시고 아들에게 용돈을 받으면서 살아오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 용돈이 고스란히 손자들한테로 돌아갔다. 당신을 위해 한 푼도 쓰지 않고 자손에게 그대로 물려주시는 할머니께 왜 그러시느냐고 타박을 했었는데, 그 얼마나 한심한 손녀였던가.

 

진정한 용돈의 의미를 이제서야 겨우 깨닫다니, 나이가 든다고 철이 드는 것은 절대로 아니더라!

철 좀 들어야겠다만, 언제나 철이 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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