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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년도의 닌텐도, 패미컴이 내놓은 8비트 그래픽 게임들을 기억하는가? 아기자기할 수 밖에 없었던 비주얼, 삑삑거리는 - 어떻게 들으면 귀엽고, 어떻게 들으면 귀에 거슬리는 - 효과음으로 이뤄진 음악, 직선적인 게임 진행. 8비트 게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지금은 전설이 된) <동키콩>이나 <젤다의 전설>, <슈퍼 마리오>, <별의 커비> 이 있겠다.
그리고 8비트 그래픽 게임은 특이하게도 2000년도 초반, 다시금 일본에서 부흥하게 된다--다만 이번엔 모험담이나 단순한 아케이드 형식이 아닌 무려 인디 게임 장르에서.
그 시초를 알린 게임은 의심의 여지 없이 <유메닛키> (ゆめにっき, 2004) 일 것이다. kikiyama라는 유저에 의해 만들어지고 무료 배포된 인디 게임으로, 8비트 게임 제작 툴인 ‘RPG 쯔꾸르 2003’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유메닛키> 라는 제목을 직역하자면 ‘꿈 일기’가 되는데, 말 그대로 플레이어는 주인공 ‘마도츠키’(뜻은 ‘창문에 붙은 사람’ 정도) 을 조종해 그녀의 꿈속 세계를 탐험한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만으로 이뤄진 게임이었다면 이 정도로 유명해지지 않았을 터. 유메닛키의 매력이자 포인트는 바로 그 특유의 분위기에 있다.
단순한 그래픽의 8비트 게임이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을 이용해 게임 속 마도츠키의 꿈의 세계는 무척이나 신비롭고, 동시에 때로는 음울하며 공포스럽기까지 한 곳으로 묘사된다. 빛 한 점 없는 새까만 세상, 정신 사나운 배경음이 울려퍼지는 미궁 같은 맵, 눈이 아플 정도로 마구 색이 바뀌는 네온색 월드 등 무슨 마약을 했길래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스테이지들이 난무한다. 게다가 퍼즐 요소까지 있어서 손쉬운 일직선 진행을 예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게임의 목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심플하다. 꿈속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이펙트’라는 오브젝트들을 모으는 것. 해당 이펙트들을 얻으면 꿈속에서 마도츠키가 여러 가지 다른 행동이나 모습 등을 보여주게 되고, 각 이펙트들은 서로를 찾는 것을 좀 더 쉽게 만들어주는 상부상조의 능력도 가지고 있다 (특정 맵은 특정 이펙트 없이 주파할 수 없거나 아예 볼 수조차 없는 등).
<유메닛키> 가 다름 아닌 8비트 호러 게임 장르의 개척자로 여겨지는 이유는 상기한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이용해 일궈낸 경악스러운 분위기도 있지만 중간중간에 보여지는 섬뜩한 숨겨진 요소들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는 확률이 큰 역할을 차지하는데, 가령 특정 구간에서 스위치를 껐다 켰다를 반복하면 일정 확률로 맵 안에 있던 귀여운 소녀와 그녀의 방이 난데없이 흑백 괴물로 돌변한다거나, 갑작스럽게 난폭해져 마도츠키를 마구 추격해 림보에 가둬버리는 몬스터 등이 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마도츠키는 뺨을 꼬집어 현실로 돌아올 수 있지만, 그 현실이 오히려 더 비참하게 느껴진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꼭 닫힌 문, 정적인 방. 바깥으로 나가려고 해도 마도츠키는 단호히 거부한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어떤 사람이기에 홀로 방에 갇혀 지내며 꿈 속의 세계만을 탐험하는 것일까. 원작자도 아무런 해석이나 속시원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에 추론은 오롯이 플레이어의 몫이다.
출시 이후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팬베이스를 가진 <유메닛키>. 이 게임 이후로 설명 대신 플레이를 통해 유저 스스로 판단/해석을 내리게 하는 트렌드 또한 시작되었으니 여러모로 대단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본 칼럼은 이 글이 다루는 게임의 주요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누설하는 내용을 포함하므로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들에겐 일독을 권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