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툼레이더 이야기 -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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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20년의 툼레이더 이야기 -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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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월드> 발매로부터 약 2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퀘어 에닉스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자 팬들은 점차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개발이 또다시 난항에 처한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고, <언더월드> 이후 개발사에선 새로운 툼레이더 게임 대신 뜬금없는 서바이벌 호러 게임을 계획 중이라는 루머는 팬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헛되지 않았으니, 2010년 스퀘어 에닉스는 드디어 새로운 툼레이더 게임에 대한 떡밥을 던졌고 (새로운 로고와 슬로건 정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팬덤은 들끓기 시작했다. 리부트에 대한 발표에 대해서도 모두가 반신반의하면서도 손에 땀을 쥐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2013년, 또 하나의 툼레이더 세대의 시작을 알릴 <툼 레이더> 는 잔잔하던 호수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존의 라라에서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라라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라라 크로프트 없는 툼레이더는 있을 수 없었고, 그렇기에 새로운 스토리 작가로 이미 <오버로드>, <미러스 엣지> 등을 작업한 바 있는 리아나 프레쳇을 기용하며 라라의 설정을 절반 가까이 들어내며 변화를 주기에 이르렀다.

 

이미 한 명의 모험가이자 고고학자로 완성되어 있던, 팔방미인에 가깝던 캐릭터로서의 라라 대신 아직 미숙하며 막 새로운 개인이면서 스스로를 구원하는 영웅으로 재탄생한다는 컨셉은 많은 호평을 받았다. 더욱이 시리즈가 전개되며 점차 섹스 어필이 강조되던 것과는 달리, 라라의 모델링 또한 보다 현실적으로 바뀌고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연약함에서 강인하게 탈피하는 것은 그녀의 인간성을 살렸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었다.

 

게임성 역시 라라와 같이 거의 통째로 뒤바뀌었는데, 오픈월드 RPG 요소를 도입함과 동시에 <언차티드> 시리즈의 (아이러니하게도 <언차티드> 시리즈는 툼레이더 시리즈로부터 영향을 받은 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전투 시스템에서 상당 부분을 빌려왔다. 무기나 장비 등을 업그레이드하고 야생 동물을 사냥해 기술을 올리는 등, ‘고고학자’ 보다는 ‘생존가’로서의 특징을 강요했다. ‘A Survivor Is Born’이라는 리부트판의 슬로건처럼, 그리고 낯선 곳에서 홀몸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라라의 입지를 잘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다 싶은 잔인성 (역대 시리즈 데드신 중 최다, 그리고 최고로 끔찍한 수위를 자랑한다...), 중후반부에서 이루어지는, 연약한 초보 생존가에서 갑작스러운 킬링 머신(?)으로서의 라라의 갑작스러운 캐릭터 변화, 그리고 게임 내 세계관에 산재한 오리엔탈리즘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 등은 비평을 받았다. 스퀘어 에닉스 또한 첫 달 판매량이 기대한 700만장에 미치지 못한다고 발표했고 (실 판매량은 당시 400만 장 가량이었다), 총 판매고는 약 850만 장, 역대 툼레이더 시리즈 중 최다 성적을 자랑했지만 이는 후속작으로 발표된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 (2016) 가 엑스박스 기간 독점 판매로 발표되는 결과를 낳았다.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 는 2016년 10월에 발매되었으며, 대체로 호평을 받았으나 전작과 크게 다르지 못하며, 성적 상품화 등을 피해가려던 시도는 좋지만 라라의 캐릭터가 너무 밋밋하고 평범해졌다는 치명적인 비평을 피해갈 수 없었다. 보다 훌륭해진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은 말할 것도 없고.

 

리부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출시는 이미 2015년에 어느 정도 언급된 바 있으나, 아직은 소식이 없다.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다는 것은 무리겠지만, 과거와 현재의 변화 사이에서 모쪼록 훌륭한 절충안을 찾아 계속해서 우리가 사랑하는 툼레이더인 라라를 살아가게 해주기를 한 명의 팬으로서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 본 칼럼은 이 글이 다루는 게임의 주요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누설하는 내용을 포함하므로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들에겐 일독을 권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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