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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나를 울리고 가는구나 !

오소영 0 1,402 2016.12.21 16:57

이른아침부터 하릴없이 시시덕거렸던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생판 광대의 연극이었나?

 

공항에 내렸을 때. 세 여인의 표정은 어느새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무언의 행동만 열심이었다. 출국수속을 하려고 큰 가방을 끌고 사람들 뒤에 서서 꼬리잡이를 하는 딸 애. 먼 발치에서도 그 뒷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모으는 내 눈빛이 아마도 쥐를 쫓는 고양이 꼴을 닮았을성싶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몽땅 뇌리에 각인시키려고 바쁘게 필림이 돌아가고 있다.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한번이라도 더 보아야할 얼굴인데 흘러가는 시간이 용납하지 않아 야속했다. 끝내 뒷모습만 보이고 아쉬움을 남긴채 사라져간 딸 애.

 

부모와 자식이란 인연으로 슬하에 함께 하다가 이젠 출가 외인으로 제 갈길이 다른 딸자식. 잠시 만났다가 헤어짐에 부모자식 간의 끈끈함만큼 찐한건 또 없을 것이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삶의 올바른 지표이기에 서로가 아파도 참으면서 보내고 떠나는 것이다. 동생을 보내는 언니. 딸을 보내는 엄마. 두 사람은 무슨 죄인이기라도 한듯 서로 말을 아끼고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모두가 흩어져 각자의 자리로 갈라서는 섭섭함을 침묵속에 묻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방금 흘리고 간 아이의 체취가 아직도 코끝에 짙게 남아있는 차에 올랐다. 재잘거리던 말소리도 들리는듯한데 옆을 보니 자리가 텅 비어있다 갑자기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전신에 뼈마디가 다 녹아내린듯 후줄근해진 묘한 기분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운전대를 틀어쥐었다.

 

조금 전에 온 길이건만 아주 생소한 길을 달리는 서툰기분. 차창 밖 풍경이 꿈속처럼 아스름하다. 시야가 뿌우옇게 흐려지는가 싶더니 텅 빈 가슴이 죄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이 날 배신하고 버린듯 갑자기 혼자라는것이 낯설고 두려웠다.(어쩌지, 어떻게 살지?) 고속도로가 아니라면 아무데나 차를 세우고 풀석 주저앉아 아이처럼 소리치고 싶었다. 울부짓고 싶었다. 산전수전 모질게 다 겪어온 팔십인생. 감정도 무디어진줄만 알았는데 이 무슨 변고인가? 솜방망이로 건드려도 상처가 날만큼 허약하게 변한 자신에 아연했다. 아무리 강한척 안 늙은척 해도 그건 억지 포장에 불과했었다는걸 깨달았다. 사실 젊었을때 이별은 언제인가 또 다음 만남을 위한 새로운 준비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 언제인가 라는 불확실한 시간을 기다릴만큼 여유가 없다. 하루하루를 벼랑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노후인생이기에...

 

취한듯 몽롱한 기분으로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내가 그동안 정 붙이고 살던 곳이 아닌듯한 낯설음은 또 뭘까? 빈집에 키를 꽂고 현관문을 열었을때 아아! 그 허탈 공허함. 휘청거리던 몸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동그라졌다. 가슴속에서 뒤틀던 응어리가 폭발하듯 울음으로 터져나왔다. 짐승처럼 소리내어 울어도 아무도 달래주는이가 있을리 없다. 가슴 밑바닥 깊숙한 앙금을 흔들어놓은듯 걷잡을 수 없게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허허 벌판에 나혼자 서 있는 듯한 고독감. 환한 대낮인데 내 사위가 캄캄하다.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 절망감으로 죽는것만 같았다. 

 

오랜세월 참 강하게 버티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런 감정이 남아있다니 놀랍다. 여린모습 보이지 말자고 독하게 마음 먹었었는데 그건 내 마음과는 너무 다른 누구와의 약속이었을까? 아이에게 들키지 않고 용케 참아온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엄마 예쁘게 치장하고 얼른 모임에 나가셔” 청승떨고 울고 있을까봐 어르던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돈다. 지금쯤 새처럼 날개를 활짝편 비행기는 내 사랑을 움켜쥐고 도망자처럼 어디쯤 날고 있을까? 이제 에미 품을 떠난 아이는 제 식구가 목을 빼고 기다리는 원점으로 한시라도 빨리 가고싶을 것이다.

 

뉴질랜드 섬나라. 어느곳. 한점 웅크려앉은 엄마의 안쓰러운 모습을 내려다보며 둥둥떠가는. 잠시 그 애가 되어본다. 이심전심. 엄마마음 딸의 마음이다. 내 안의 허약한 모습 누구에게 들킬세라 신경써서 화장하고 모임 장소로 달려나갔다. 내 마음을 허공에 맡기고 몸만 왔으니 도무지 뭐가 뭔지. 맛도 느끼지 못하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 오고가는 말에도 경청을 않으니 달리 눈치챈 분도 있을 것이다. 별 흥미도 없고 모두가 심드렁했다.

 

“갈 사람은 가야지요 보내고나니 이제 마음 편하시죠” 

아이는 지금쯤 어느 하늘을 날고 있을까? 

무사히 잘 가야할텐데...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온종일 그 생각 뿐이었다.

“엄마 방금 땅에 발 내렸어요”

그 말을 들으려고 온 종일을 나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 했다. (그래 나도 이제 늙긴 늙었나봐) 

 

바쁘게 살아가는 자식을. 그 먼 길 오게 해 놓고도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임박한 합창단 공연 준비며 출판 기념회 때문이었다. 어차피 그런 일 때문에 모처럼 시간을 낸터이니 이해는 했겠지만 아쉬움 뿐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조용하게 살지못하고 하고싶은 일 하겠다고 수선을 떠는 엄마가 밉지는 않았을까?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한달음에 달려와 준 아이가 너무 고맙다.

 

나는 그동안 한번도 아이들에게 내 글자랑을 해보지 못했다. 그러기에 그 어느 독자들보다 그들에게 인정받는게 더 큰 보람이었다. 엄마의 헛되지 않은 노후의 삶을 자랑스러워 하는것 같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입 무거운 아이들 주고받는 무언의 눈빛에서 뿌듯함을 느낄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다.

 

얄밉도록 아무렇지않게 다시 내 정해진 위치에 안주해 살고있는 나. 생각해보면 모두가 감정의 사치였음이다. 그 잠깐의 순간을 못견뎌 죽을것만 같았어도 또다시 살아가는게 인생인 것을.... 짧은동안 아름다운 영상으로 남겨진 긴 추억만이 보물처럼 늙어가는 마음을 쉬어가게 한다. 

 

애독자 여러분 저물어갑니다.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봐주신 덕으로 "언니가 오셨네책자도 발간을 했습니다.

밝아오는 해에도 변함없는 사랑 부탁드리면서 교민들 가정에도 이루고자 하시는 모두 이루시고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되시기를 빕니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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