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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마무리 잘 하세요!

영산 스님 0 776 2016.12.20 10:51

오늘 새벽엔 법당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니 비가 와서 그런지 추위가 엄습해 콧물까지 살짝 흐르고, 뒤에 앉아있는 노보살님은 기침을 연신 해대 방에 가 쉬시라 하니 말을 듣질 않고 기어이 한 시간은 채우고 방으로 몸을 녹이러 들어가십니다. 한국에선 한창 한파에 대설 소식이 들려오고, 이 곳은 그 반대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여름은 고사하고 봄은 온 건지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번 한국에서의 겨울엔 지리산 칠불사란 곳에서 한 철을 보냈는데, 그 곳은 첩첩산중이라 그런지 수시로 눈이 와서 적당한 눈이면 약 한 시간 가량 일주문까지 눈을 쓸고, 많이 올라치면 마을까지 약 두어 시간을 눈을 쓸며 내려가야 합니다. 눈을 쓸지 않으면 장보는 차량도 오갈 수 없으니 생존을 위해서라도 눈은 쓸어야 하는 것이죠.

 

칠불사는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와 더불어 문수보살의 성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보살의 지위는 부처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으나 중생을 구하기 위해 이 세상을 계속 살피며,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 준다는 성인으로써, 문수보살은 지혜가 제일 뛰어난 보살님입니다.

 

그런 문수보살이 종종 나타나 수행정진 열심히 하는 스님들은 칭찬하고 게으른 사람들은 일깨워 주는 등 많은 이적을 보이셨다고 하여 칠불사를 문수성지라 합니다.

 

문수 보살의 일화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신라시대 자장스님의 일화가 유명합니다.

 

문수보살이 그 당시 유명한 고승이었던 자장스님과 만나 몇 번의 가르침을 주고선 다음엔 어디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곤 헤어집니다. 자장스님은 어렵게 그 장소를 찾아 그 곳에 절을 짓고 몇 년 동안 문수 보살님을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수보살은 거지로 화하여 죽은 강아지가 든 망태기를 메고 자장스님이 거하고 있는 절로 찾아갑니다.

 

절 앞에 가서 “자장이 나오너라.” 하고 외치자 문 밖에 나간 시자스님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당대의 고승이신 우리 스승을 거지가 불경스럽게도 죽은 개를 들쳐 메고 온 것을 보고 경악하며 쫓아내려 하였지만 너무도 강하게 버티기에 스승인 자장스님에게 보고하자 자장스님은 “미친 사람인 것 같으니 쫓아 보내라.” 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소리를 들은 거지로 화한 문수보살이 “아상이 있는 자는 나를 볼 수 없노라” 라고 하자 망태기의 죽은 개는 사자로 변하고, 그를 타고서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잠시 후 그 말을 전해들은 자장스님은 그제서야 깨닫고 뒤쫓아 산 정상까지 갔으나 이미 문수보살은 사라지고 난 후였습니다. 

 

이미 문수보살님은 찾아가겠노라 저번에 언질을 둔 상태였고, 자장스님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지만 거지 행색에 죽은 개를 메고 있는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하여 다시 한 번 문수 보살님께 가르침을 받을 기회를 놓쳐 버린 겁니다.

 

새해가 코 앞에 다가오고 묵은 일들을 정리하는 마음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마무리 잘 하시어 다가오는 새해에는 홀가분하게 더욱 큰 발걸음을 내디디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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