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송영림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엔젤라 김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배태현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병철
최형만
Jessica Phuang
김수동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김영안
한 얼
박승욱경관
Shean Shim
빡 늘
CruisePro
봉원곤
써니 림
Mina Yang
김철환
박현득
오즈커리어
신지수
여디디야

광화문에서 나는 숲을 보았다

피터 황 0 1,288 2016.12.06 12:53

 fce97ac37112c51e514c11e1b7edfcd6_1480981

 

세상 모든 것이 모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겠냐고 들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굶을 때면 제일 무서운 것이 그 목구멍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먹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을 못하겠냐고 변함없는 진실처럼 말한다. 그렇다. 비틀어서 고상하게 말하지 말자. 결론은 간단하다. 우리의 삶은 빵과 꿈의 갈등이 끝없이 이어지는 선택의 연속이다.

 

돌이켜보라. 우리의 인생에 갑작스런 점프는 없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로또에 맞아서 한번에 벼락부자가 되는 일도 나오지만 나의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결국 한발 한발 계단을 오르듯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성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헝그리 정신을 가져야 한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 독일 자동차의 명가 BMW의 헬무트 판케 회장의 말이다. 헝그리 정신은 끼니를 잇지 못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한 의지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정신이다. 어려운 시절에 인내와 끈기 그리고 깡을 되살리자는 정신이다. 한 작가는 헝그리 정신은 지난날을 망각하지 않는 정신이며 풍요로부터 발생한 나태와 무기력을 치유하는 활력의 정신이요 고난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갖고 줄기차게 전진하는 도전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초심을 항상 견지하는 겸손의 정신 그리고 풍요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 각성의 정신이다. 그러니 헝그리(Hungry)가 단순히 뱃속이 결핍된 고통스러운 생리현상만이 아닌 셈이다.

 

돈 많이 벌어보겠다고 양의 나라 뉴질랜드를 이민지로 선택한 이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요즘 같은 한국의 모습을 보면서 이꼴저꼴 다 보기 싫어서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이민 초기시절 우린 낚시로 얻은 음식에 관광용 소주 몇 팩에도 행복했고 볼품없는 골프 실력이나 보잘것없는 이민 경력에도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고 정직했다. 그렇게 서로의 외로움을 녹일 수 있는 위로가 담긴 밥 한 그릇을 매일 짓고 나누었다. 

 

초심(初心), 처음에 가졌던 소중하고 겸손한 마음.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채 밤낮없이 달려가다가도 이민생활 내내 이 글귀는 가고 있는 길을 되돌이켜보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잣대가 되어주었다. 초심이란 첫사랑의 마음과 같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 몇 개의 이민가방을 꾸려 김포공항을 떠날 때의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이다. 동심 같은 것일지도 모르며 견습생이 품는 배우려는 마음과 닮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의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마음은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초심이고 둘째는 열심이다. 그리고 셋째는 뒷심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초심이다. 열정 가득한 초심 때문에 열심에 불이 붙고 끝까지 마무리하려는 뒷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 시인의 글이다.  광화문의 수많은 촛불이 마침내 숲을 이루었다. 이제 우리는 날마다 자신에게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조건을 끊임없이 물어야 하며 다시 숲의 그 자리로 겸손하게 돌아와야 한다. 우리 인생의 위기는 초심을 상실할 때 찾아온다. 초심을 상실했다는 것은 교만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음의 열정이 식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장 지혜로운 삶은 영원한 초심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이 되고 무엇을 이루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다. 왕은 객(客)이고 백성이 주인(主人)이다. 그러니 벼슬아치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항상 백성의 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민생활이라는 것이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나는 이가 빠진 동그라미와 닮았다고 말하던 선배가 있다. 어쩌면 변화와 도전의 마음으로 미지의 땅을 찾아와 살고 있는 우리는 현재도 내 몸에 맞는 한 조각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자신에게 딱 맞는 조각을 찾고도 그 조각을 다시 내려 놓고 자신의 길을 떠나는 이 빠진 동그라미는, 끊임없이 완벽해지려는 욕구 때문에 여행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그전 모습과는 다르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속도와 성취만을 강조하는 오늘의 삶에서 삶의 목적과 성공의 본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변하는 것은 사람이지 추억은 아니다. 결국 변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고 사람이다. 그렇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어긋한 기대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려면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 어제와 다르게 살아 낸 오늘은, 더욱 이글거리는 내일의 태양을 떠오르게 할 테니까.

 

연재자의 인사: 그 동안 많은 사랑을 주신 독자 여러분과 공간을 나누어주신 코리아 포스트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변화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주)뉴질랜드 에이투지
뉴질랜드 법인 현지 여행사 / 남,북섬 전문 여행사 - 패키지여행, 자유여행, 해외여행 / 진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 T. 09 309 3030 T. 09 309 3030
코리아포스트 / The Korea Post
교민잡지, 생활정보, 코리아포스트, 코리아타임즈 T. 09 3793435

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댓글 0 | 조회 376 | 2019.04.10
피노(Pinot)라는 말은 솔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니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인 피노누아(Pinot Noir)는 검은 솔방울이라는 뜻이 되는데 포도송이가 솔… 더보기

향기(香氣)를 잃으면 독(毒)이 된다

댓글 0 | 조회 235 | 2019.03.13
화학약품의 조합으로 실험실에서 와인이 만들어지고 콘크리트 빌딩에서 컴퓨터로 채소와 과일이 만들어진다. 덕분에 우리의 식탁은 향을 잃은 식재료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더구나 대량생산… 더보기

검은 순수 VS 황홀한 지옥

댓글 0 | 조회 425 | 2019.02.13
커피와 와인을 마시는 것은 곧 자연을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 이 둘은 약으로 사용됐다. 기원 전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커피나무 잎을 씹거나 줄기 끓인 물을 마시며 에너지가 솟는 효과… 더보기

판타스틱 듀오, 커피와 와인

댓글 0 | 조회 427 | 2019.01.16
요즘 카페에서는 커피와 함께 와인이, 와인바에서는 와인과 함께 커피가 메뉴 판 리스트에 적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들이 실제로 와인이나 커피 모두… 더보기

프로세코여~. 아직도 로맨스를 꿈꾸는가?

댓글 0 | 조회 379 | 2018.12.12
벼락처럼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는 로맨스를 우린 평생 몇 번이나 해볼 수 있을 까? 어떤 이들은 유치한 드라마 속 이야기 라고도 한다. 삶의 절정을 지나버린 나이가 되어도 몸과 마음… 더보기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댓글 0 | 조회 531 | 2018.11.15
프랑스 VS 이탈리아 (II)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화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발명가였다. 자동차, 비행기, 헬리콥터, 대포, 전… 더보기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댓글 0 | 조회 678 | 2018.10.10
신의 선물 와인의 초대 (67)​퇴근한 후에 산동네를 오르는 동네아저씨들은 길목에 있던 우리집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한 동네 모두가 이웃이었고 주말이면 벌건 연탄… 더보기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댓글 0 | 조회 663 | 2018.09.11
프랑스 VS 이탈리아 (Ⅰ)카톡이나 안부를 먼저 보내주는 사람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툰 후에 먼저 사과하는 것은… 더보기
Now

현재 광화문에서 나는 숲을 보았다

댓글 0 | 조회 1,289 | 2016.12.06
세상 모든 것이 모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겠냐고 들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굶을 때면 제일 무서운 것이 그 목구멍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먹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을… 더보기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1,953 | 2016.11.09
허물없이 친한 사람들끼리의 자리라면 그다지 매너를 따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형식이나 절차가 편안한 분위기를 너무 학문적(?)이고 딱딱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 더보기

와인의 몸무게, Body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387 | 2016.10.11
살찐 고양이 한 마리가 봄 햇살을 즐기며 풀숲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Fat Cat, 이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마신 후에 느껴지는 느낌이 상상이 되는가?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그랬… 더보기

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댓글 0 | 조회 1,521 | 2016.09.15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상위무리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모두를 괴롭힌다. 근면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지금의 선진한국을 만들었… 더보기

와인 디자인, 블렌딩(Blending)의 세계

댓글 0 | 조회 2,827 | 2016.08.11
언제나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맛 집들은 대부분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창적인 비법으로 대를 이어가면서 전통의 맛을 변함없이 지켜가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더보기

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댓글 0 | 조회 1,565 | 2016.07.14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초콜릿과 와인은 닮은 점이 많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빈이 전혀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성질을 가지고 있듯이 … 더보기

나폴레옹과 술의 황제, 코냑(Cognac)

댓글 0 | 조회 4,475 | 2016.06.09
프랑스의 지명이기도 한 코냑(Cognac)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최고급 브랜디(Brandy)인 코냑이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 더보기

엄친아 아버지, 카베르네 프랑

댓글 0 | 조회 2,071 | 2016.05.11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공부 잘하고 부모 말씀에는 무조건 순종한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이제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일반 명사로 쓰인… 더보기

청주(淸酒) VS 사케(Sake)

댓글 0 | 조회 3,099 | 2016.04.13
아버지와 여러 겹의 노끈으로 손잡이를 만든 백화수복을 들고 고향에 내려 올려다본 밤하늘엔 별들이 빼곡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 더보기

청국장과 치즈는 누가 다 먹었을까

댓글 0 | 조회 2,761 | 2016.03.10
카메라 앞에만 서면 무뚝뚝하게 서있는 나에게 사진사는 간절하게 김치를 외쳐댄다. 그래 봐야 마지못해 억지웃음을 만들어내자 이번엔 치즈를 부르짖는다. 입가에 웃음을 만들어내는 소리,… 더보기

육각형의 방, 코르크(Cork)의 정체

댓글 0 | 조회 2,352 | 2016.02.11
와인은 오래될 수록 좋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숙성이 되면서 풍미가 풍부해지는 와인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와인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코르크(Cork)는 와인이 개봉… 더보기

나의 첫 사랑, 피조아(Fejoa)

댓글 0 | 조회 2,418 | 2016.01.14
남자는 첫 사랑을 못 잊어 또다시 닮은 사랑을 하고 여자는 첫 사랑을 잊기 위해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한다고 했던가.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대략 20년 전, 데본포트의 푸드 앤 와인… 더보기

요강을 뒤엎는 술, 복분자(Black Raspberry)

댓글 0 | 조회 2,355 | 2015.12.09
대충 약 30년 전의 서울시 시민들의 이야기가 리얼하다. ‘연탄불, 성문종합영어, 골목길, 카스텔라’. 응답 받고 싶은 1988년도, 나의 대학시절이기도 한 그 시절 시대적 아픔과… 더보기

웰컴 투 보르도(Bordeaux)

댓글 0 | 조회 1,799 | 2015.11.12
세계와인의 표준, 프랑스. 와인 하면 어째서 프랑스를 세계 제일로 여기는 것일까? 이유는 와인을 만들어 온 역사가 깊다는데 있다. 로마인들이 갈리아를 정복하고 포도나무를 심기 수세… 더보기

샴페인과 삑사리 철학

댓글 0 | 조회 8,274 | 2015.10.14
고향에선 추석명절이면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이 화투(花鬪)를 하곤 했다. ‘꽃으로 싸운다’는 뜻의 화투는 그 이름에서 이미 심오한 철학의 무게가 느껴진다. 48장의 화투가 섞이고 어… 더보기

드라이(Dry),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0 | 조회 3,555 | 2015.09.10
하루에 사계절이 들어있다는 뉴질랜드의 봄(Spring)은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프링(Spring)처럼 변화무쌍하다. 드라이(Dry)라는 단어는 건조해서 말라가는 막막한 사… 더보기

와인 매너 - 원 샷만은 참으세요

댓글 0 | 조회 1,770 | 2015.08.12
드라큘라 주는 폭탄주의 일종이라고 한다. 레드와인과 위스키를 원료로 만든 폭탄주의 사생아가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마시고 나면 입가에 흘러내리는 빨간색의 레드와인 때문이라고 한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