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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김지향 0 961 2016.11.23 17:15

9년 가까이 사용해왔었던 컴퓨터가 드디어 수명을 다했다. 그동안 여러번 업데이트를 해가면서 컴퓨터를 사용해 왔었는데, 이제 한계가 온 것이다. 

 

나야 그저 글을 쓰고 저장해 놓는 용도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정도지만, 컴퓨터가 내 생활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에 컴퓨터가 말썽을 부리면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한국에 살 땐 컴퓨터를 만져 본 적도 없다. 집 안에 하나밖에 없는 컴퓨터가 내 차지가 될 시간도 없었거니와 컴퓨터를 사용할 이유도 없었다. 헌데 말도 통하지 않는 먼 이국땅 뉴질랜드에 오니 자연히 컴퓨터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키보드라고는 전혀 만져보지도 않았는데, 영자 키보드로 한글을 치려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40중반이면 한창의 나이인데,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늦었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국과 소통을 할 수 있었기에 진땀을 빼면서도 키보드 자리를 외웠던 거 같다. 첫 이메일을 적었을 때가 생각이 난다. 단 넉 줄의 글을 쓰는데,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가 되었다. 

 

지금이야 생각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타자를 칠 수 있지만, 그래봤자 타자 속도만 빨라진 것이지 컴맹인 것은 여전하다.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남편과 큰애가 나를 도와주었다. 이렇게 가족의 도움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컴퓨터를 사용해 왔었다. 하지만 오래 되어 수명이 다 한 컴퓨터를 그들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오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새 컴퓨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사는 친구의 선물이었다. 한두 푼도 아닌 노트북이 단정하게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글쟁이가 글을 쓰려면 노트북 정도는 있어야 한다면서 보내 준 것이다. 

 

무명 수필가로 내노라 할 정도의 필력도 아니건만 그 친구는 항상 나를 인정해주고 응원해준다. 그 덕분에 의기소침해 지지 않고 소신껏 내 생각을 글로 표출해 나가고 있다. 참으로 든든한 응원군인 것이다.

 

꿈에 그렸던 노트북이었다. 그 언젠가는 꼭 노트북을 사서 들고 다니면서 지내고 싶었다. 녹음기를 들고 다니면서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내 목소리를 녹음해보려고 한 적도 있었는데, 학창 시절에 연극을 했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어색하고 껄끄러워서 몇 번 하다가 때려 치웠다.

 

악필이라는 이유로 메모하기도 싫어하기에, 연필을 정성스럽게 손으로 깎으면서 마음을 정화하여 글을 쓰는 작가들이 본다면 싹수가 노랗다고 타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키보드 위에 손이 올라가야 글이 나온다. 연필도 녹음기도 내 손을 움직이게 하지 못한다. 첫 글을 키보드로 시작해서 그런가 보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그저 내 습관대로 글을 쓰고 퇴고하면서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것도 글을 쓰는 한 방편이 아닌가?

 

나의 이런 면을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 내가 하는 모든 것에 응원을 아끼지 않는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은 소리를 해도 그 가능성을 인정해 주고, 오만한 소리를 해도 오만의 끝까지 날아 가라고 등을 밀어 준다.

 

벼가 다 익기도 전에 미리 고개를 숙여 쓰러지면 이삭을 맺을 수 없기에 이삭을 맺기 전까지 곧은 자세로 하늘을 쳐다보면서 튼실하게 자라기를 바라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마음일 것이다.

 

벼가 이삭을 맺고 안 맺고는 씨앗이 땅에 떨어진 순간 결정이 날 것이다. 우리의 운명도 땅에 떨어진 씨앗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제대로 모르며 미래 또한 예측하지도 못한다.

 

모르는 미래를 걸어가는 과정이 행복하다면 결과를 맞이하는 미래의 그 순간도 행복할 것이다. 삶의 과정의 한 순간인 매 순간을 행복한 마음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지켜 봐주는 친구가 있어서 감사하다.

 

세상은 자신의 거울이다. 그렇다면 내 친구도 내 덕분에 행복하겠지? 더불어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만을 바란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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