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 보다 세련된 영역 표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포스터 - 보다 세련된 영역 표시

0 개 1,434 한얼

나의 방, 나의 공간이란 개념이 생길 적부터 벽에 뭔가를 붙이는 것을 좋아했다. 붙이거나, 걸거나.

 

대개는 엄마가 손수 만든 예쁘장한 섀도우 박스(Shadow box) 종이 공예이거나 아니면 가족 사진이었지만 점점 크면서 취향이 정해지자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보다는 뉴질랜드에서 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

 

포스터. 내가 말하는 건 포스터들이다. 모으는 물건들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벽이란 벽은 모조리 포스터들로 뒤덮다시피 했다.

 

내 것이란 사실에 유독 집착하는 경향을, 난 어린아이를 벗어난 뒤에도 지우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도 소유욕이 강하다. 포스터를 모으고 붙이는 것 또한 냉정히 분석하자면 거기서 기인한 경향이라고 생각한다. 내 방, 즉 내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만으로 가득 채우고, 그럼으로써 온전히 나만의 장소임을 재확인하고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 일종의 영역 표시 같은 것이다.

 

당연히 개나 고양이처럼 구석구석마다 실례를 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나 싶지만 엄마가 보기에 둘 다 같은 모양이다. 항상 지저분하다던지, 정신 사납다고 타박하는 걸로 봐서는. 쩝.

 

포스터들은 대개 A2나 A3 크기이고, 어떤 경우엔 내 키를 훨씬 웃도는 것들도 있었다. 보통은 빳빳한 새틴질 종이였기에 그냥 블루텍으로 벽에 붙이면 끝이다. 영화, 만화, 게임, 포스터의 주제도 다양하기 그지 없었다.

 

이따금씩 영화관에서 상영이 끝난 영화 포스터들을 싸게 거저 팔곤 하는데, 그 날은 완전히 나만의 축제일이었다. 신이 나서 이것저것 사와서는 무엇부터 붙일까, 어느 걸 어디에 붙여야 가장 공간이 절약되면서 한꺼번에 많은 걸 붙일 수 있을까 고민하곤 했다. 정말 소소한, 행복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최근 들어선 DVD나 블루레이를 사면 포스터를 사은품을 얹어주는 곳이 늘고 있다. 나 같은 마니아들에겐 환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개 그런 경우의 포스터는 한정 수량 사은품인 경우가 많으니,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곧바로 사버리고 만다. 이런 식으로 틈새 시장을 노리는 건가, 새로운 판매 전략이라며 새삼스럽게 놀란다. 정말 좋아하는 장르나 작품의 포스터라면 해외에서 공수까지 해오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실제로도 지금 현재, 내 방에도 그렇게 해외에서 어렵사리 구해온 포스터가 붙어 있다.

 

포스터라는 것은 참 오묘한 것 같다. 제 돈 주고 따로 구입하기는 왠지 아깝지만, 책이나 다른 매체 상품에 붙어서 딸려오면 더없이 기쁜 존재. 다른 사소한 즐거움이 그런 것처럼 예상치 못했거나, 아니면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공짜로 주어지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서도.

 

그렇다고 방에 사진이 없느냐 하면 물론 아니다. 다만, 백일 사진이나 졸업 사진 같은 것보단 오히려 내가 고른, 내 취향을 보여주는 이 포스터들이 더 나란 사람을 잘 나타내주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사진들이 그저 내가 어떻게 생겼고 이 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때때로, 나는 사진 속의 내가 더 인공적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어떤 사람이든 사진 속에선 항상 웃고 있고, 그렇기에 그날 과연 내가 진짜로 어떤 감정, 경험을 했을 지를 조금이라도 기억 속에서 의심할 수 밖엔 없으니까. 사진은 외관이나 시간의 기록 외에는 전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포스터를 앞으로도 사 모을 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단연코 YES일 것이다. ‘안 사고 후회하는 것보단, 사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낫다’는 어느 명언에 따라서라도.

 

겨울 - 춥지만 믿지는 않은

댓글 0 | 조회 1,531 | 2016.12.07
한국에는 눈이 왔다고 호들갑스러운 연락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벌써? 아직 11월인데! 하지만 날씨는, 그리고 기온은 그런 틀에 박힌 시간 관념 따위엔 전혀 … 더보기

할로윈 - 믿고 즐기는 축제

댓글 0 | 조회 1,690 | 2016.11.22
할로윈이 왔다 갔다. 고작 24시간, 하지만 정말 파란만장한 하루였다.한국에서 살았을 때 할로윈은 생소하기 짝이 없는 명절(?)이었다. 기껏해야 영어 학원에서 과… 더보기

현재 포스터 - 보다 세련된 영역 표시

댓글 0 | 조회 1,435 | 2016.11.09
나의 방, 나의 공간이란 개념이 생길 적부터 벽에 뭔가를 붙이는 것을 좋아했다. 붙이거나, 걸거나.대개는 엄마가 손수 만든 예쁘장한 섀도우 박스(Shadow bo… 더보기

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댓글 0 | 조회 2,611 | 2016.10.12
오클랜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마켓(Market)을 꼽을 것이다. 한글로는 7일장 정도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까. 데이 마켓, 나이트 마켓 상관 없이 모… 더보기

라디오 - 침묵을 채우는 방법

댓글 0 | 조회 1,971 | 2016.09.28
라디오를 원래 자주 켜놓는 성격은 아니었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는 대개 불쾌하게만 느껴졌고, 그런 목소리들이 아무래도 좋을 문제로 떠들어대… 더보기

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댓글 0 | 조회 1,957 | 2016.09.15
결혼한 사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조카의 어마어마한 장난감들 때문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은 물론이고, 산지사방이 장난감 … 더보기

Indian Summer

댓글 0 | 조회 2,294 | 2016.08.25
한국은 최고 기온 40도를 돌파한 곳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정말 해가 갈 수록 더워지는구나. 심지어 대구였던가 인천이었던가, 하여튼 어느 지역에선 길바닥에… 더보기

시간 - 지켜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618 | 2016.08.10
시간을 지키는 것에 예민하다. 무척이나. 다른 사람들은 과민 반응이라고 할 정도로.조금이라도 늦을 것 같으면 손에 축축하게 식은땀이 배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 더보기

길가의 고양이들

댓글 0 | 조회 1,796 | 2016.07.27
뉴질랜드의 거리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눈에 띈다. 줄에 묶여 있거나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도 없이 저들끼리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길가를 활보하는 걸 보면 조금 놀랍다.… 더보기

해후 - 피하고 싶은 돌발 이벤트

댓글 0 | 조회 1,626 | 2016.07.14
알고 지내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 번 보지 않을 거라면, 아예 영영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물론 껄끄러운… 더보기

카페 - 재인식의 장소

댓글 0 | 조회 1,573 | 2016.06.08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단골로 삼는 카페가 흔히 나온다. 이야기의 무대가 될 수도, 혹은 그냥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 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지… 더보기

숲 속을 걸어요

댓글 0 | 조회 1,684 | 2016.05.26
숲 속을 걷는다.대개는 운동 삼아서다. 숲으로 나오는 이유는, 이곳에 숲이 있으니까. 평소라면 동네 한 바퀴를 돌 테고, 콘크리트나 시멘트가 뛰기에도 더 편하지만… 더보기

초콜릿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71 | 2016.05.12
<초콜릿 애호가의 이야기> 라는 책이 있다. 제목 그대로 초콜릿을 애호하다 못해 사랑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단순한 시판 판 초콜릿에서부터 프랄린까지 … 더보기

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댓글 0 | 조회 1,669 | 2016.04.28
동생이란 존재는 애매하다. 자식은 아닌데, 거의 필연적으로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져버린 지금에도 불구하고 챙겨주고, 책임져야만 할 것 … 더보기

다 카포 - 몇 번이고 다시

댓글 0 | 조회 2,280 | 2016.04.14
반복이라는 것에 익숙하다. 일상에서, 취향에서,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에서도.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몇 번이고 돌려 보고, 좋아하는 노래는 몇 년째 폴더에 넣어둔… 더보기

재즈 - 달콤한 한의 선율

댓글 0 | 조회 1,999 | 2016.03.24
재즈를 좋아한다. 음악 장르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귀에 하도 익숙해져서, 요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처럼 몸에 익어 딱히 생각이 필요 없을 일을 … 더보기

죽음에 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1,992 | 2016.03.10
죽은 고슴도치를 보았다.죽은 지 제법 오래 되어 보이는 시체였다. 자주 운동 가는 산길의 나무 울타리 옆에 오도카니 누워 있었는데, 등은 땅에 대고 배는 하늘을 … 더보기

사진 - 기억하고 싶은 것

댓글 0 | 조회 1,648 | 2016.02.25
사진을 찍는 것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내가 찍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납작하고 평면적인 이미지로 나 자신을 보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같은 이유에서 초… 더보기

일의 조각들

댓글 0 | 조회 2,063 | 2016.02.11
그러고보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직장을 전전했다. 한국과 뉴질랜드를 넘나들면서.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일이라면 아마 과외일 것이다. 그냥 아는 사람에게… 더보기

휴가 - 안락한 일탈과 자유

댓글 0 | 조회 2,277 | 2016.01.28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머나먼 곳으로.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포괄적인 의미의 ‘휴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가=집이 아닌 곳으로 여행을 떠… 더보기

담배 - 어른의 향기

댓글 0 | 조회 1,889 | 2016.01.13
남동생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실 얼마 전부터 깨닫고는 있었는데,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물론 동생은 왜 이제 와서 그러냐는, 새삼… 더보기

향수 - 조금은 아찔한 향기

댓글 0 | 조회 2,060 | 2015.12.23
자주 받는 선물 중에 향수가 있다. 좋긴 한데,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뭐지? 나한테서 냄새나나......? 같은. (물론 주는 사람들의 의도는 순수할 것이다.… 더보기

이빨 - 얻기 위해 잃어야 하는 것

댓글 0 | 조회 2,974 | 2015.12.10
아침밥을 먹다가 이빨이 깨졌다. 정말 어처구니 없었다. 나름 건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만이었던 걸까. 잠깐 아연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딱딱한 걸 먹고… 더보기

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1,982 | 2015.11.26
눈물이 헤픈 편이다. 사소하고 별 것 아닌 자극에도, 조금만 감정이 북받쳐 올라도 목소리가 먼저 떨리고 바로 눈 앞이 흐려질 만큼. 감정적이라고 부르는 게 더 옳… 더보기

결혼에 대한 고찰 하나

댓글 0 | 조회 2,480 | 2015.11.12
결혼. 고민은 많이 해보지 않았고, 생각도 그다지 해본 적은 없지만 궁금한 것이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사회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여 회의적인 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