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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쑥쑥 자라듯

김지향 0 1,230 2016.10.27 16:19

겨울은 어느덧 봄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유별난 환절기의 변덕 때문에 여기저기 감기에 걸려 고생한다는 소리가 잦다. 갈수록 점점 더 지독해지는 감기 또한 진화를 위한 발악일 수도.

 

감기가 암도 달아나게 한다고 하는 말이 있더니, 지독한 감기 몸살로 고생을 하고 나서 몸이 훨씬 더 가벼워졌다. 6개월 내내 나를 힘들게 했었던 잦은 기침이 오히려 더 잠잠해졌다. 

 

아기들이 한 번 아프고 나면 약아지고 훌쩍 자라있다는 말이 있듯 요즘 내 몸 역시 몸살을 앓아가면서 건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을 찾아가고 있는 내 몸과 말 없이 나를 도와주는 가족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새로운 일 역시 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적응이면서도 도전이기에 새로운 힘이 생긴다. 우리가 에너지 그 자체라는 것을 새삼 크게 느끼고 있다. 

 

레빈 생활은 영어를 사용하면서 지내야만 한다. 쇼핑몰 안에 한국인이 경영하는 상점이 두 군데 있지만,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할 시간은 없다. 혼자 매장을 지켜야 하기에 화장실에 가는 시간마저도 아끼게 된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눈이 감겨서 도저히 뜨기가 힘들었다. 병원 신세를 지고 나서부터 초저녁잠이 많아진데다 밖에서 지내는 시간 내내 영어권에서만 지내고 있으니 피곤이 빨리 올 수밖에 없었을 거다. 

 

15년 이상 뉴질랜드 생활을 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이 한국인 상대나 한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일이라서 이번의 경험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저 옷을 판매하는 정도의 영어이기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내 무의식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먹고 자기만 하다가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고 몸을 뒤집고 기다가 서서 걸을 때까지의 과정을 세 아이들을 키워가면서 보아 왔다. 개인의 차이가 있어서 빠른 아이와 좀 늦은 아이가 있었지만, 모두들 이 과정을 거쳐 성장했다.

 

요즘 난 아기와 같다. 이제 혼자 한 걸음씩 걸어가는 아기와 같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아기가 혼자 손뼉을 짝짝 치면서 웃을 때처럼 나 혼자 신이 나서 웃는다. 몸살을 앓아가면서도 지치지 않고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50이 되었을 때,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노래했는데, 60을 바라 보는 지금 이 순간 인생의 시작인 60을 찬미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의 한걸음 한걸음이 제대로 잘 걸을 수 있는 거름이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60이 되었을 때, 제대로 걷기 위해 지금 나는 한 발짝씩 떼고 있다. 급하게 서두르지도 않고 천천히 편안하게 나아가고 있다. 서둘러봤자 엎어지기밖에 더하겠는가?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으로 심부전증이 왔을 때,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줄 알았다. 그때 나에게 양 극의 생각들이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절망과 희망이 오가면서 몸 역시 양극을 왔다 갔다 했다.

 

지금은 내가 선택한 희망에 감사가 절로 나온다. 내 영혼의 선택에 몸과 마음이 따라주어 새롭게 태어나지 않았는가?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첫 숨을 쉴 때의 순간이 결코 짧은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뜨거운 프라이팬에서의 1분보다 더 긴 순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긴 순간을 헤치고 나온 아기의 용기가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용기로 일어서서 걷고 뛰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 용기가 어디 나 혼자만이겠는가?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소중한 보물인 것이다.

 

아기가 쑥쑥 자라듯 뉴질랜드에서의 내 생활도 점점 더 발전을 해나갈 것이다. 바르지 못했었던 습관을 올바른 습관으로 하나 둘 바꿔가면서 뉴질랜드에서 제대로 잘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되도록 용기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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