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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키우는 재미

최순희 0 889 2016.10.26 10:07

우리 부부에게는 아들 셋과 딸 둘이 있다. 첫 아이 임신 20주째, 초음파를 찍을 때 아기의 성별을 알려줄 건지 물어보는데 알려 주지 말라고 하였다. 

 

첫째 아이인 만큼 아들이든 딸이든 크게 상관할 일이 아니었거니와 미리 알기 보다 무엇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아기 옷과 이불 등도 흰색과 노란색 등 남녀 공용으로 입을 수 있는 것을 준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태어나는 순간 아기의 성별을 알게 되는 특별한 기쁨이 있었던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아들이다’ 하며 감격하던 남편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 물론 딸이었어도 똑같이 기뻐했을 것이지만, 아빠들에게는 아들의 의미가 특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쨌거나, 우리네 어머니들 할머니들이 아들을 낳지 못하면 새 생명의 탄생을 기뻐할 수 없었던 어려운 시대를 사셨던 것을 생각한다면, 아들을 낳든 딸을 낳든 상관없이 감사하고 축하 받는 시대에 사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첫째와 두 살 터울로 태어난 둘째는 초음파를 찍을 때, 성별을 알려 달라고 했다. 큰 애가 아들이었으니 둘째가 딸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태어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것 같다. 

 

아빠들에게 아들의 의미가 특별하듯이, 엄마들에게는 딸의 의미가 그런 것 같다. 딸이라는 것을 알고 출산 전에 아기 옷도 핑크색으로 준비해 두었고, 주위 분들도 딸이 태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뉴질랜드의 풍습인 ‘베이비 샤워’ 때도 딸이 쓸 것들을 선물 받았던 것 같다. 아기의 성별을 미리 아는 것도 여러 가지로 편리하고 좋았다. 

 

큰 딸 여름이가 태어났을 때는 친정 부모님께서 오셔서 한 달 동안 몸조리를 해주셨다. 셋째부터 다섯째까지는 몸조리를 도와 주실 분이 없었는데, 마음 따뜻하고 야무진 우리 여름이가 엄마를 잘 챙겨주었다. 우리 여름이는 나중에 크면 정말 좋은 엄마가 될 것이다. 나는 여름이에게 엄마보다 더 아이들을 많이 낳으라고 말해 두었다. 물론 사람의 힘으로, 사람의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둘째인 큰 딸 여름이와 셋째인 작은 딸 가을이는 일곱 살 터울이다. 그래서, 여름이가 막내 노릇을 오래 했다. 엄마 목을 꽉 껴안고 ‘엄마, 사랑해’ 하며 애교를 잘 부리던 여름이는 여동생을 낳아달라고 조르다가 엄마가 임신을 하자, 갑자기 어른스러워졌다. 

 

엄마는 무거운 것 들면 안 되니까 자기가 들겠다고 하고, 엄마한테 물을 따라주기도 하며 엄마를 많이 위해 줬다. 동생이 태어난 후에도 동생이랑 놀아주고 안아주며 귀여워했다. 가을이는 지금도 언니를 정말 좋아한다. 가을이에게는 언니가 공주님처럼 예뻐 보이고 언니가 하는 것은 다 멋있어 보여서 따라 한다. 친절한 언니 덕분에 가을이도 동생들에게 잘 한다. 

 

언니가 해 준 것처럼 동생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이것 저것 가르쳐 주고 같이 놀아 준다. 큰 딸 여름이가 요 며칠 전에 엄마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사랑스런 우리 여름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은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는 것이 일이라면, 홈스쿨링을 하는 우리 집은 매일 세 끼 밥해 먹이는 것과 간식 챙기는 것이 일이다. 

 

청소년인 봄이와 여름이도 한창 많이 먹는 시기이고, 여섯 살 가을이랑 다섯 살 겨울이, 세 살 새봄이도 돌아서면 배가 고픈 시기다. 식구가 많으니 사먹으면 돈도 많이 들거니와 애들을 준비시켜서 나가는 일이 힘들어서 외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 

 

다행히 아이들이 까다롭지 않고 집에서 먹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더 다행인 것은 요리를 잘 하지 못해도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 요리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이다. 

 

우리 집 꼬맹이들은 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을 많이 보기 때문에 엄마를 요리사라고 한다. 아이들은 밥 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가끔씩 딸 같은 아들도 있지만, 대체로 딸들이 엄마에 대한 고마움이나 사랑을 잘 표현해 준다. 말로 하기도 하고, 카드나 편지를 써 주기도 한다. 

 

우리 가을이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너무 맛있다면서 커서 어른이 되면 요리사가 되어서 엄마한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한다.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나올까? 기특한 가을이를 꼬옥 안아주며 고맙고 우리 딸 최고라고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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