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봉원곤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박승욱경관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빡 늘
CruisePro

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한얼 0 1,387 2016.10.12 15:15

오클랜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마켓(Market)을 꼽을 것이다. 한글로는 7일장 정도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까. 데이 마켓, 나이트 마켓 상관 없이 모두 흥겹다. 돌아다니는 외출이나 사람 많은 곳이 질색이라도, 물건 구경과 음식을 위해서라도 꼭 한 번쯤은 추천하고 싶다. 특히 오클랜드가 초행이거나, 뉴질랜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내가 가본 곳은 타카푸나의 선데이 모닝 마켓과 글렌필드의 나이트 마켓 뿐이지만 아마 개중에선 이 둘이 제일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나이트 마켓이 더더욱. 각기 아침과 밤에 진행되는 만큼 둘은 분위기나 구성이 제법 다르다고 느꼈다.

 

모닝 마켓은 새벽 6시 (히익!) 부터 정오까지만 진행되는데, 그렇게 일찌감치 일어나서 열린 장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판매자들도, 방문객들도 모두. 하긴 주차 자리도 무척 한정되어 있어 아예 차를 포기하고 대중 교통 내지는 보도로 걸어오거나, 아니면 정말 새벽 같이 도착하지 않는 한은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도 많지만 절반은 직접 수확한 농산물이나 수제품들을 파는 상인들이다. 신선한 야채, 그날 아침이나 - 문자 그대로 - 새벽에 갓 딴 과일이며 막 구워낸 빵 등.

 

타카푸나 마켓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노점은 어느 아랍인 판매상이었는데, 특이하게도 향유와 향수 디캔터를 판매하는 아저씨였다. 향유는 약지 정도 길이의 투명한 유리병에 빳빳한 마개로 봉해져 있었는데, 마개가 좋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향이 그냥 진한 것인진 몰라도 밀봉된 입구 너머로도 향이 진동을 했다. 워낙에 향이 진해서 향수 대신으로 써도 된다고, 모두 직접 만들거나 고향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라고 아저씨는 자랑했다. 향수 디캔터는 (난 그런 물건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었다) 모두 유리 제품으로, 하나같이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었다. 마치 오스만 제국이나 페르시아 제국에서 쓸 법한 화려하고 정교한 세공이 일품이었다. 당연히 가격도 향유보다 호되게 비쌌고 가격을 조금만 깎아달라는 애원에도 향유의 가격 정도는 얼마든지 깎아주던 상인이었지만, 디캔터는 조금도 양보하려 들지 않았다. 단순히 돈이 아닌, 긍지와 자존심의 문제라나.

 

모닝 마켓에는 가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아직도 그 아저씨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반면에 글렌필드 나이트 마켓은 온통 먹거리 천지다. 지하 주차장은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문전성시고, 발걸음을 디딜 틈조차 거의 없어 다들 깨금발로 걸어야 한다. 온갖 언어와 음식 냄새가 뒤범벅되어 그야말로 인종의 가마솥이란 느낌이다.

 

이곳에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럴 만하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여기에 오면 - 그리고 지갑과 위장의 공간이 허락하는 한 - 열 가지도 넘는 다른 나라의 요리들을 맛볼 수 있으니까. 크레페에서부터 괴즐레메, 단단면까지. 물론 맛과 가격, 그리고 가성비는 사실상 복불복 수준이긴 하지만 안전하고 추천할 만한 노점상들도 있다. 가령 5불짜리 초콜릿 치즈 케이크를 플라스틱 통에 담아 파는 젊은 여성이라던지, 닭꼬치를 파는 한국인 노점상이라던지, 새우 만두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많이 주는 중국인이라던지.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질색할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소음뿐만 아니라 와중에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까지 있으니. 대개 스피커와 앰프를 짜랑짜랑하게 켜놓고 인파 너머로 들리게 하기 위해 목청껏 노래하기 때문에 가히 청각 테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탈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모험심에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클랜드의 칠일장은 분명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아, 물론 여기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AIC - 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IB전문학교, AIC, 세계명문대학진학, 오클랜드 국제고등학교, 뉴질랜드 사립고등학교, 대학진학상담, 미국대학입학, 영국대학입학,한국대학입학, IB과정, Pre-IB과정, 기숙사학교, 뉴질랜드교육, IB T. 09 921 4506
Blindsmith NZ Ltd
blind, blinds, 블라인드. 윈도우, window, 베니시안 블라인드, 우드 블라인드, PVC 블라인드, 롤러 블라인드, 블럭아웃 블라인드, 터멀 블라인드, 선스크린 블라인드, 버티컬 블라인드, Venetian blinds, wood T. 09 416 1415
KS Trans Co. LTD (KS 운송 (주))
KS TRANSPORT / KS 운송 (YEONGWOONG Co. Ltd) T. 0800 479 248

겨울 - 춥지만 믿지는 않은

댓글 0 | 조회 643 | 2016.12.07
한국에는 눈이 왔다고 호들갑스러운 연락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벌써? 아직 11월인데! 하지만 날씨는, 그리고 기온은 그런 틀에 박힌 시간 관념 따위엔 전혀 상관 않는 모양이다… 더보기

할로윈 - 믿고 즐기는 축제

댓글 0 | 조회 639 | 2016.11.22
할로윈이 왔다 갔다. 고작 24시간, 하지만 정말 파란만장한 하루였다.한국에서 살았을 때 할로윈은 생소하기 짝이 없는 명절(?)이었다. 기껏해야 영어 학원에서 과자나 사탕을 나누어… 더보기

포스터 - 보다 세련된 영역 표시

댓글 0 | 조회 550 | 2016.11.09
나의 방, 나의 공간이란 개념이 생길 적부터 벽에 뭔가를 붙이는 것을 좋아했다. 붙이거나, 걸거나.대개는 엄마가 손수 만든 예쁘장한 섀도우 박스(Shadow box) 종이 공예이거… 더보기

현재 나이트 마켓 - 관광, 혹은 작은 일탈

댓글 0 | 조회 1,388 | 2016.10.12
오클랜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마켓(Market)을 꼽을 것이다. 한글로는 7일장 정도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까. 데이 마켓, 나이트 마켓 상관 없이 모두 흥겹다. 돌아다… 더보기

라디오 - 침묵을 채우는 방법

댓글 0 | 조회 835 | 2016.09.28
라디오를 원래 자주 켜놓는 성격은 아니었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는 대개 불쾌하게만 느껴졌고, 그런 목소리들이 아무래도 좋을 문제로 떠들어대는 걸 가만히 참으… 더보기

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댓글 0 | 조회 1,051 | 2016.09.15
결혼한 사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조카의 어마어마한 장난감들 때문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은 물론이고, 산지사방이 장난감 투성이였다. 온갖 … 더보기

Indian Summer

댓글 0 | 조회 1,264 | 2016.08.25
한국은 최고 기온 40도를 돌파한 곳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정말 해가 갈 수록 더워지는구나. 심지어 대구였던가 인천이었던가, 하여튼 어느 지역에선 길바닥에 계란을 까놓으니 … 더보기

시간 - 지켜야만 하는 것

댓글 0 | 조회 749 | 2016.08.10
시간을 지키는 것에 예민하다. 무척이나. 다른 사람들은 과민 반응이라고 할 정도로.조금이라도 늦을 것 같으면 손에 축축하게 식은땀이 배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약속이 잡히면 그 … 더보기

길가의 고양이들

댓글 0 | 조회 846 | 2016.07.27
뉴질랜드의 거리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눈에 띈다. 줄에 묶여 있거나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도 없이 저들끼리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길가를 활보하는 걸 보면 조금 놀랍다. 위험하지 않을까,… 더보기

해후 - 피하고 싶은 돌발 이벤트

댓글 0 | 조회 788 | 2016.07.14
알고 지내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 번 보지 않을 거라면, 아예 영영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물론 껄끄러운 이유로 다신 마주… 더보기

카페 - 재인식의 장소

댓글 0 | 조회 778 | 2016.06.08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단골로 삼는 카페가 흔히 나온다. 이야기의 무대가 될 수도, 혹은 그냥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 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지만 어렸을 적부터 … 더보기

숲 속을 걸어요

댓글 0 | 조회 829 | 2016.05.26
숲 속을 걷는다.대개는 운동 삼아서다. 숲으로 나오는 이유는, 이곳에 숲이 있으니까. 평소라면 동네 한 바퀴를 돌 테고, 콘크리트나 시멘트가 뛰기에도 더 편하지만 굳이 숲을 고집하… 더보기

초콜릿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댓글 0 | 조회 813 | 2016.05.12
<초콜릿 애호가의 이야기> 라는 책이 있다. 제목 그대로 초콜릿을 애호하다 못해 사랑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단순한 시판 판 초콜릿에서부터 프랄린까지 다양한 초콜릿을 소… 더보기

동생 - 애매하지만 사랑스러워

댓글 0 | 조회 855 | 2016.04.28
동생이란 존재는 애매하다. 자식은 아닌데, 거의 필연적으로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져버린 지금에도 불구하고 챙겨주고, 책임져야만 할 것 같은 막연한 무게를… 더보기

다 카포 - 몇 번이고 다시

댓글 0 | 조회 1,243 | 2016.04.14
반복이라는 것에 익숙하다. 일상에서, 취향에서,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에서도.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몇 번이고 돌려 보고, 좋아하는 노래는 몇 년째 폴더에 넣어둔 채 즐겨 듣고, … 더보기

재즈 - 달콤한 한의 선율

댓글 0 | 조회 1,069 | 2016.03.24
재즈를 좋아한다. 음악 장르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귀에 하도 익숙해져서, 요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처럼 몸에 익어 딱히 생각이 필요 없을 일을 할 때면 항상 재즈… 더보기

죽음에 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1,059 | 2016.03.10
죽은 고슴도치를 보았다.죽은 지 제법 오래 되어 보이는 시체였다. 자주 운동 가는 산길의 나무 울타리 옆에 오도카니 누워 있었는데, 등은 땅에 대고 배는 하늘을 향한 자세였다. 배… 더보기

사진 - 기억하고 싶은 것

댓글 0 | 조회 811 | 2016.02.25
사진을 찍는 것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내가 찍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납작하고 평면적인 이미지로 나 자신을 보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같은 이유에서 초상화도 싫어한다. … 더보기

일의 조각들

댓글 0 | 조회 1,166 | 2016.02.11
그러고보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직장을 전전했다. 한국과 뉴질랜드를 넘나들면서.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일이라면 아마 과외일 것이다. 그냥 아는 사람에게 돈만 받고 해주는… 더보기

휴가 - 안락한 일탈과 자유

댓글 0 | 조회 1,182 | 2016.01.28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머나먼 곳으로.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포괄적인 의미의 ‘휴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가=집이 아닌 곳으로 여행을 떠나 노는 것’이라고… 더보기

담배 - 어른의 향기

댓글 0 | 조회 964 | 2016.01.13
남동생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실 얼마 전부터 깨닫고는 있었는데,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물론 동생은 왜 이제 와서 그러냐는, 새삼스럽기 짝이 없는 … 더보기

향수 - 조금은 아찔한 향기

댓글 0 | 조회 1,090 | 2015.12.23
자주 받는 선물 중에 향수가 있다. 좋긴 한데,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뭐지? 나한테서 냄새나나......? 같은. (물론 주는 사람들의 의도는 순수할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 더보기

이빨 - 얻기 위해 잃어야 하는 것

댓글 0 | 조회 1,351 | 2015.12.10
아침밥을 먹다가 이빨이 깨졌다. 정말 어처구니 없었다. 나름 건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만이었던 걸까. 잠깐 아연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딱딱한 걸 먹고 있었냐면, 그것도… 더보기

눈물에 대한 생각 몇 가지

댓글 0 | 조회 1,119 | 2015.11.26
눈물이 헤픈 편이다. 사소하고 별 것 아닌 자극에도, 조금만 감정이 북받쳐 올라도 목소리가 먼저 떨리고 바로 눈 앞이 흐려질 만큼. 감정적이라고 부르는 게 더 옳은 표현일 지도 모… 더보기

결혼에 대한 고찰 하나

댓글 0 | 조회 1,234 | 2015.11.12
결혼. 고민은 많이 해보지 않았고, 생각도 그다지 해본 적은 없지만 궁금한 것이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사회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여 회의적인 편이긴 하지만 (세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