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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가득한 바구니

김지향 0 1,042 2016.09.29 16:49

꽃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다. 갑자기 날씨가 풀려 따스한 봄날이 온 것처럼 내 몸도 덩달아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세 딸들이 다 크고 나니 여러모로 고맙게 한다. 엄마가 여자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듯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챙기려 든다. 그 덕분에 뒤늦게 호강을 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번갈아 가면서 나와 함께 쇼핑을 하고 카페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내가 갑자기 아파서 쓰러졌을 때, 충격이 컸었는지 그때부터 더욱더 살갑게 구는 딸들 덕분에 내 가슴은 행복이 넘쳐나는 바구니와도 같다. 

 

행복이 넘쳐 나니 몸도 마음도 가볍다. 아파도 아프지 않고, 7가지의 약을 매일 먹으면서도 내 건강에 자신감이 넘친다. 

 

엊그제 심장 MRI를 찍으러 둘째와 웰링턴에 다녀왔는데, 봄이 훌쩍 다가왔음이 실감이 갔다. 

 

레빈에 있는 쇼핑몰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옷을 판매하는 일이라서 스시를 마는 일처럼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 좋다.

 

파미에서 40분의 거리인 레빈은 인구 2만의 작은 타운이다. 채소가 잘 되는 좋은 땅이라는 것 정도밖에 아는 것이 없는 곳인데, 그곳과 인연이 될 줄이야. 그것도 옷 파는 일을 하게 될 줄이야.

 

예쁘게 차려 입고 손님을 맞는 즐거움이 크다. 파미 시민들도 순박하고 정이 많지만, 작은 타운에 사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쇼핑몰 관리인들부터 무척 인정스럽다. 손님들 역시 나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친절하게 대한다. 시골 인심이란 것이 실감이 간다.

 

나의 짧은 영어를 이해하고 스스로 알아듣는 손님들도 참 고맙다. 의사소통 때문에 불편한 일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보면 인간이 영혼의 존재란 것이 확실하다. 

 

작은 매장이라서 나 혼자 옷을 판다. 그러다 보면 화장실에 가는 일이 가장 신경 쓰인다. 그럴 때마다 청소를 하는 분 들께 도움을 청하게 된다. 고마운 마음에 사탕 하나씩을 주곤 했다. 

 

어제는 매장 문을 닫을 시간에, 청소하는 분이 잘생기고 커다란 키위 하나를 들고 왔다. 마침 피곤하여 입이 말라있었는데, 키위를 보니 눈이 번쩍 뜨였다. 키위 하나를 내 손에 쥐어주고 매장을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매장 문을 닫고 달콤하게 잘 익은 키위를 먹고 나서 집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산하의 들판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과 양들을 바라보면서 음악을 즐기면서 휴식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왔다.

 

오늘은 이웃에 사는 친구를 시내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다. 무를 말리느라 건조기를 빌렸었는데, 그 건조기를 돌려 줄 겸 오전에 짬을 내어 시내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서로 예쁘게 차려 입고 나오라고 한다. 작은 도시에서 차려 입고 다닐 일도 거의 없는데다 일상이 단조로우니 작은 변화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다. 지금이야 내 상황이 조금 달라졌지만, 외출하기 위해 자신을 꾸미는 일도 행복 중의 하나임에 틀림 없다. 

 

요즘 일상이 행복이다. 늘 웃어서 배가 아플 지경이다.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고, 이래서 웃고 저래서 웃는다. 시트콤이 따로 없다. 

 

행복 바구니 안에 담겨 있는 행복이 마구마구 넘쳐나서 아무리 웃고 또 웃어도 자꾸자꾸 웃음이 흘러 나온다. 자꾸자꾸 웃으니 배도 빨리 고파진다. 그래서 자꾸자꾸 먹는다. 그 덕분에 지독한 몸살 감기도 빨리 달아난 것 같다. 

 

감사하다. 무조건 감사하다. 

 

사랑한다. 무조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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