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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 운룡
마른 날 가랑잎 하나가
큰 산을 끄는 소리다.
낮은 말씀도 힘에 부쳐
찬바람 소리 흔들리는 늦가을,
땅으로 돌아갈 것은 다 돌아가고
슬픔만 남은 세월도
기가 한 풀 꺾여서
말없이 저승 곁에 눕는다.
때 없이 엎어지고 뒤집어지는
이 세상 검푸른 물이랑,
그 수선스런 강둑에서
어머니는 홀로 외로움을 낚아채어
빈 어구에 채워 넣으시고
한 생애 폭삭 졸아든 어둠을
밤마다 방안에 부려 놓으신다.
눈감으면 그만인
저 무명의
까맣게 지워지는 여운으로
어머니는 농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농속을 뒤적쥐적 뒤지고 계신다.
생시의 눈물을 이것저것 꺼내 보시곤
다시 좀약 싸서 넣으시는
우리 어머니,
오직 농 하나만은 말할 것이다.
철커덕 철커덕 들려오는 베틀소리와
졸음을 찧는 디딜방아 소리,
새벽밥 짓는 나무 타는 냄새와
콩밭에 배어 있는 땀방울,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어머니의 한평생을
오직 농 하나만은 지킬 것이다.
웃음보다 울음이 많았던 어머니의 영혼이
차곡차곡 개켜져 있는 농,
한밤 내내 이 옷, 저 옷 꺼내셨다 넣으셨다
날이 새는 긴긴 밤,
혼자 농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골백번 한숨으로
이 밤을 지새우시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