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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n Summer

한 얼 0 1,265 2016.08.25 17:11

한국은 최고 기온 40도를 돌파한 곳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정말 해가 갈 수록 더워지는구나. 심지어 대구였던가 인천이었던가, 하여튼 어느 지역에선 길바닥에 계란을 까놓으니 흰자가 순식간에 지글거리면서 익었다고 한다. 조금 과장된 것 같긴 하지만 그 정도로 뜨겁단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더불어 한국에서 사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불평도 한결 같다. 덥고, 에어콘이 있는 곳만이  ‘유일한 구원’이란다.

 

아직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지구 반대편에 있어서인지 공감할 순 없었지만 이해는 했다. 한국의 여름은 무척이나 후텁지근하니까.

 

덥기만 하면 다행이지, 사실 온몸이 끈적끈적하고 불쾌하다. 불쾌 지수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조금만 자극 받아도 곧바로 성미가 급해지고 벌컥 화를 내게 되니, 날씨엔 숨겨진 마성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전부터 그래도 겨울보단 여름이 낫다고 생각해왔다. 더워도 몸이 아프진 않지만, 추우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위는 더위와는 달리 뼛속까지 스며들어 온몸을 에이게 한다. 피가 안 통해서 감각이 없는 손끝, 겉옷이며 담요를 겹겹이 덮고도 잔뜩 웅크리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여름에는 없다. 그래서 전부터 나는 여름을 더 좋아해왔다.

 

그리고 도시 사람들에겐 비록 연 없는 얘기라 하더라도, 여름 하면 으레 바닷가며 야자수 같은 걸 떠올리기 마련이니까. 그저 환상에 불과할 지라도.

 

사실 한국에 살 시절, 여름에 밖에 나가는 건 매번 불쾌한 게 사실이었고 그래서 가장 좋아한 피난처는 은행이었다. 은행에 볼일이 생기면 일부러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앉아 있다 오곤 했으니까.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넋을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제법 싸늘해지고, 그래서 길거리의 더위도 제법 견딜 만 했다. 아마도 바다나 계곡에 가는 건 꿈도 꿀 수 없으니 은행을 일종의 대리 피서지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주변 사람들은 꽤나 웃기지 않았을까 싶다. 열 살짜리 어린애가, 은행에 보호자도 없이 제 집마냥 들어와서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죽치고 앉아만 있으면.

 

여름이 되면 아이스크림이며 온갖 시원한 음식들을 입에 물고 산다. 밀크티도 차게 식혀 마시고, 얼음에 우려낸 냉차, 빙수 등은 내 친구였다. 그냥 물을 마실 때조차 얼음을 꼭 넣어 먹었는데, 엄마는 차가운 걸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며 한사코 먹지 못하게 했다. 사실 엄마 말이 틀린 건 없었다. 더울 수록 오히려 체내의 열은 내려가서 위장의 온도가 평소보다 낮아지기에 뜨거운 걸 먹는 게 건강에는 더 도움이 된다는 이열치열의 법칙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한 반항심에 나는 일부러 얼음을 꺼내서 그냥 생으로 우둑우둑 씹어먹곤 했다 (반성한다).

 

마지막으로 보냈던 한국에서의 여름은 정말 너무 더워서, 피서 따위를 꿈꾸는 것조차 내키지 않아 그냥 마룻바닥에 누워서 보냈던 것 같다. 에어콘을 틀어놓고, 속옷 바람으로 옆에는 커다란 얼음물통이나 음료수를 두고. 도시, 아니 나라 전체가 오븐처럼 예열된다는 게 이런 걸까 싶었다. 새삼 내가 그 동안 구워 왔던 빵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방금도 한국에서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매우 간단하다. “구해줘” “꺼내줘” “살려줘” 란다. 답장을 보냈다.

 

“어쩌나, 나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데.” 그리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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