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등생이 되어야만 할 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지금은 우등생이 되어야만 할 때

0 개 1,584 김준

‘카톡!’

 

무음으로 설정하는 것을 깜빡 했나 보다. 수업시간엔 조용하도록 설정해 놓는데 말이다.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무시하려 했는데 조금맣게 뜬 메시지 알림창을 보니 카톡보낸 사람이 웬만해서 연락을 하지 않는 녀석이라서 잠깐 양해를 구하고 살펴보았다. 지금 오클랜드 대학교 바이오메드 1학년에 재학중인 K. 이전 컬럼에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는 친구라서 이 이야기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주저 했지만 좋은 일은 알리고 광고해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것이 낫겠다 싶어 쓰기로 결정했다. 

 

카톡엔 K특유의 장난기 어린 ‘ㅋㅋㅋㅋ’와 함께 웬 레터를 한 장 사진 찍어서 올려 놓았다. 사실 Formal한 레터를 무지하게 싫어하는 필자의 입장에선 (별로 좋은 내용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다지 반가운 사진은 아니지만 보낸 친구의 마음도 있고 하니 천천히 읽어 보았다. 물론 수업을 마치고서.. 발신자는 오클랜드 대학교 Chemistry department의 학장이었고 수신자는 K, 그리고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K, 그동안 공부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바이오메드 1학년 첫 학기를 지내고 나서 성적을 보니 자네 화학 성적이 매우 좋더구만. 1학년 전 학생 중 상위 1%에 들어가는 성적이어서 칭찬을 아니할 수 없다. 그래서 특전을 주고자 한다. 만약 자네가 화학 전공이나 약대전공에 관심이 있다면 바로 다음학기부터 전공 페이퍼를 수강할 수 있도록 조치 하겠다. 자네 같은 친구를 가르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그 동안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대학생활 반년을 마친 학생에게, 아직 Specialty를 정하기는커녕 1학년 말 성적에 따라 전공이 확확 바뀔 학생에게 미리 오퍼를 주고 싶다는 레터였다. 한 쪽으론 칭찬하면서 기분좋게 해주고 다른쪽으론 화학이나 약대쪽으로 전공을 잡았으면 좋겠다며 소개 반, 유혹 반인..

 

그간 필자를 거친 수 없이 많은 학생들이 오클랜드 대학교 바이오메드에 진학했지만 솔직히 이런 레터를 받은 학생은 처음이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 동안 이런 레터를 받을 수 있었음직한 아이들이 누구, 누구, 누구…. 나한테 연락을 안 한건가 아니면 그 정도 성적이 안 나왔던 건가..’ 

 

전자라면 졸업생들과의 꾸준히 연락하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하겠고 후자라면 가르치는 일에 더 열심이어야 할 거 같다. K의 경우는 대학 화학 공부에 도움을 준거라곤 카톡으로 문제 딱 하나 설명해준 거 밖에 없지만 정기적으로 대학 수업을 들은 친구들은 뭔가 더 도움이 되었어야 할 텐데…

사실 뉴질랜드에서의 대학 1학년은 고교4학년으로 불러도 될 만큼 수업 내용이나 과정 면에서 고등학생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 1학년 학생 중 이 이야기에 이의가 있는 독자가 있으시다면 2학년에 올라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길..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의 공부내용과 성적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입학 당시의 성적을 뒤집어 열등생이 우등생 되고 우등생이 열등생 되는 것이 매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학생들이 모인 상황에서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초인적인 노력이 없는 한 순위를 뒤바꾸기는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 평가는 석차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K 역시 입학 당시 성적이 우수하다는 잇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 왔음을 필자도 알고 있다. 그 노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지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기 위한 노력은 될 수가 없음을 독자 여러분도 이해 하시리라. 

 

자, 그럼 이야기는 간단해진다. 우수한 대학성적을 위해서는 입학시기부터 잘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그 ‘입학시기’라는 순간의 성적은 고등학교 시절의 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고등학교 때 잘 해야 대학 가서도 잘 한다’라는 논리가 성립되며 입학만 잘 하고나면 그 다음은 정신차려서 열심히 잘 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기대가 그리 현실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시게 될 것 같다.  물론 세상엔 ‘숨겨온 천재성’ 이라는 것도 있고 ‘늦게 배운 공부에 밤 새는 줄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 자녀가 그 중에 한 명 일거라 생각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필자가 항상 목이 터져라 이야기하고, 쓰고, 상담하는 내용이 ‘미리 미리’, ‘시기를 놓치지 말고’ 등등 늦장을 피지 말고 서두르라는 말인데 K의 경우가 그 이유를 잘 설명 해 주는 것 같다. 대학에서 우등생의 대열에 들어가는 것보다 고등학교에서 우등생이 되는 것이 백 배, 천 배는 더 쉽다. 우리의 아이들이 제발 지금 잠깐의 게으름과 조그만 즐거움을 약간만 뒤로 미루고 시간과 노력을 ‘우등생’이 되는 길에 쏟아 부을 줄 아는 우리 한인사회의 기둥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코비드19 시대의 공부 - 적극적 숙제완료

댓글 0 | 조회 1,295 | 2021.03.10
자~ 지난 시간에 숙제 준 문제들 다들 풀어봤지? 그 중에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이나 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 있으면 이야기 해보자~말은 클라스에 있는 모든 학… 더보기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옵시고..

댓글 0 | 조회 1,274 | 2021.02.23
며칠간의 반짝 Lockdown은 제가 그동안 얼마나 이 세계적인 대재앙에 대해 무디게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게 했습니다. 불과 몇 개월전인 작년 말만 하더라도 Cov… 더보기

자작나무를 열다

댓글 0 | 조회 1,363 | 2021.02.11
‘휘바휘바~’혹시 들어보신적 있으신가요?한국의 한 제과회사가 만드는 껌 광고에 등장하는 핀란드어인데, 그 뜻은 ‘좋아좋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혹시 나중에 핀란… 더보기

마찰

댓글 0 | 조회 1,145 | 2021.01.13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며칠전.. 아침에 일어나 카페인충전을 하려다보니 제가 아끼는 커피 텀블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커피라도 좋아하는 텀블러에 … 더보기

힐링, 킬링

댓글 0 | 조회 1,390 | 2020.12.23
2차대전이 발발하기 2년전인 1937년, 미국 국방부의 보급품을 담당하는 병참장교였던 ‘폴 로간’ 대령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동안 최전선의 병사들에게 … 더보기

변해야 할것, 변하지 말아야 할것

댓글 0 | 조회 1,603 | 2020.12.08
1.아침이 밝았습니다.창호지를 바른 네모 반듯한 창문은 하얀 광채를 뿜어내며 어서 빨리 집안으로 햇빛을 들이라고 야단입니다. 그 성화에 못이겨 나무틀 미닫이창을 … 더보기

짝퉁성공, 명품실패

댓글 0 | 조회 2,083 | 2020.11.25
몇 년전인지 계산하기도 쉽지 않은 중학생 시절의 일입니다. 제가 다니던 시골중학교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께서 부임해 오셨습니다. 나름 진취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자부… 더보기

힘내라! 중위권~

댓글 0 | 조회 1,339 | 2020.11.10
예상치 못했던 코비드19의 여파로 학습의 뿌리부터 흔들리고야 말았던 2020학년도가 이제 거의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달력의 장수로 본다면 아직 12월 한장이 온전… 더보기

떡갈나무 아래에서

댓글 0 | 조회 1,693 | 2020.10.28
초여름의 공원길을 걸었습니다.한적하게 사브작사브작 시간을 즐기는 산책은 아니었지만 며칠만에 다시 찾아온 여름 하늘은 그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신나고 설레… 더보기

코로나 시대의 시험준비

댓글 0 | 조회 1,551 | 2020.10.13
이제 2020년도 10월 중순으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연말시험기간에 들어섰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아이들은 점점 다가오는 연말시험의 중압감을 피부로… 더보기

그대, 알바트로스

댓글 0 | 조회 1,224 | 2020.09.22
십 수년전의 어느날. 발길 닿는대로 남섬을 여행하던 중 더니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커녕 인터넷카페도 몇 개 없었던 그 시절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 더보기

너 자신을 알라

댓글 0 | 조회 1,387 | 2020.08.26
세상은 넓고 먹거리는 많다지만 그 다양하고 풍성한 음식들 가운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화산활동으로 유명한 나라 아이슬란드입… 더보기

남에게 속고 나에게 당하고..

댓글 0 | 조회 1,618 | 2020.08.12
사랑하고 존경하는 지인의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던 지난 주말. 한참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맛나게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띠링띠링 전화가 울렸습니다. 연락올 … 더보기

다시 8월에 서서

댓글 0 | 조회 1,083 | 2020.07.29
어느덧 말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2020년을 두동강내며 term3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학년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term2 방학이 끝났으니 이제는 하반기로 접… 더보기

사람은 사람으로..

댓글 0 | 조회 1,479 | 2020.07.15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엔 나름 큰 충격을 받아서 여기저기에 소문까지 내 가며 우리 아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나가야 할까 모색하느라 고민했었는데요. 사람이… 더보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댓글 0 | 조회 1,282 | 2020.06.24
1960년 5월 11일.아르헨티나의 한 주택가에 눈매가 날카로운 청년들 7명이 서 있었습니다. 초조해보이는 모습들이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시간… 더보기

긍정의 힘?

댓글 0 | 조회 1,275 | 2020.06.10
‘아직도 거기야?’‘네..’‘헐.. 어쩔려고 그런데니...?’지난 2주간 학생들과 가장 많이 나눈 대화를 요약하면 딱 위의 세 줄이 될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시작… 더보기

슴새는 배가불러 죽었다

댓글 0 | 조회 1,323 | 2020.05.26
대한민국에서 가장 뉴질랜드스러운 땅, 제주도.그 제주도의 북쪽 언저리 푸른 바다에는 ‘사수도’라 불리우는 섬이 하나 떠 있습니다. 작고 아담한 돌섬인 이 사수도는… 더보기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2,494 | 2020.05.13
‘Pandemic’은 이제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그야말로 ‘Pandemic’의 pandemic 입니다.누구나 이야기하고 어느 누구도 해결점을 알지 못하기에 이 … 더보기

열심히, 하지만 안 열심히

댓글 0 | 조회 1,490 | 2020.03.25
한마디만 던졌다가는 금방 눈물을 뚝 떨굴것만 같았던 Z가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왜.. 그럴까요...? 왜 저는 성적이 안 오르는 걸까요?”애먼 창 밖 구… 더보기

바이러스 대첩

댓글 0 | 조회 1,493 | 2020.03.11
요즈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대화의 주제가 거의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듯 합니다. 지인들과의 대화도 ‘몸은 건강하냐’로 시작해서 ‘몸조심해라’로 … 더보기

나는 왜 ‘공부운’이 없을까?

댓글 0 | 조회 1,156 | 2020.02.26
2002년 겨울,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한창 동계올림픽의 열기에 휩싸여 있는 이 도시에서 기적과도 같은 금메달 수상자가 탄생했습니다.… 더보기

‘자기주도학습’은 없다

댓글 0 | 조회 1,015 | 2020.02.12
지인의 가족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을때였습니다.지금은 자취를 감춘 한 경양식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입맛이 아직 초딩인 저는 누구랑 같이 시간을 보내… 더보기

해(年)에게서 소년에게

댓글 0 | 조회 982 | 2020.01.29
코리안포스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경자년의 첫번째 칼럼을 쓰면서 문득 생각해보니 이 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햇수로 6년째에 접어들더군요. 그동안 … 더보기

갑옷입은 최고의 타자

댓글 0 | 조회 1,101 | 2019.12.23
과거의 삶을 기록해 놓은 역사서적들을 읽다보면 가끔씩 현대의 발명품들에 버금갈 정도로 효율적이고 뛰어난 기술의 활용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실학자였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