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박승욱경관
빡 늘
CruisePro
봉원곤

와인 디자인, 블렌딩(Blending)의 세계

피터 황 0 2,665 2016.08.11 16:00
3c6fe1a889f4917c3c1dc6d1efc4fb9e_1470887

 

언제나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맛 집들은 대부분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창적인 비법으로 대를 이어가면서 전통의 맛을 변함없이 지켜가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된 손님이 손자와 함께 다시 와서 추억의 맛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와인의 경우는 한가지가 아닌 여러 품종이 블렌딩을 통해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화되어 우리에게 등장하곤 한다.  

 

포도는 품종에 따라 고유한 자신의 성격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연이 주신 선물을 인간의 창조물로 만들기 위해서 과학적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이 블렌딩(Blending)이다. 블렌딩의 가장 큰 이유는 단일 품종이 연출하지 못하는 다채로움을 만들기 위해서다. 또한 매년 다른 자연조건으로 인해 빈티지마다 특색이 다르고 작황과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배합해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커버하려는 목적도 크다. 해마다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와인 생산자들은 빈티지간에 블렌딩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샹파뉴 지역에서 만드는 넌 빈티지(Non-Vintage) 샴페인이다. 샹파뉴는 프랑스에서 가장 추운 와인산지로 해마다 기후의 기복이 큰 지역이어서 여러 해의 와인을 섞음으로써 품질과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또한 같은 품종이라도 어느 밭에서 자랐느냐에 따라서 완숙하고 폭발적인 힘을 가지고 있거나 차분하고 우아하며 보다 섬세한 성격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대형 와인 생산자(슈퍼마켓 와인)들은 이렇게 각기 특성이 다른 밭에서 재배된 포도를 고루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의도하는 캐릭터를 대량의 와인에 불어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밭과 밭의 블렌딩을 하지 않는 와인의 라벨에는 단일 포도밭(Single Vineyard)이라고 표기하고 그 밭의 개성을 정확히 읽어서 와인으로 구현해야 되기 때문에 와인을 만들기가 어렵고 일반적으로 가격도 비싸다.    

 

와인 블렌딩의 본 고장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다. 프랑스의 보르도가 와인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것이 단지 특급와인들이 생산되는 자연 조건만은 아니다. 보르도에서 손꼽히는 와인의 명가들은 숙련된 와인제조 기술과 더불어 자신만의 독자적인 블렌딩 비법을 통해 특급의 섬세한 와인으로 승화시킨다. 적게는 두 가지에서 많게는 다섯 가지의 품종을 절묘하게 혼합해서 포도 품종간의 장점을 두루 취함으로써 넓은 맛과 오묘한 향의 스펙트럼을 갖게 되고 뛰어난 복합 미와 조화미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사실, 한가지의 품종만으로도 세계적인 와인이 된 경우도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멜로 같은 단일 품종으로도 명품이 만들어지며 특히 피노누아 100%로 와인을 만들어 와인평가관들의 무릎을 꿇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의 와인은 와인의 완성도를 위해서 블렌딩이 필요하다. 사실 세계최고와인의 90%는 블렌딩와인이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음식 또한 재료나 방식에 있어서 각양각색으로 발전해 가기 때문에 와인 또한 이에 발맞춰 변신해 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와인의 평가과정을 알게 되면 이해가 쉬워진다. 보통 와인의 색(Color), 향(Aroma, Bouquet), 맛(미각)의 3단계 과정을 거쳐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느낌’이다. 느낌은 와인의 안정성을 감별하는 데 이용된다. 즉 와인이 잘 숙성되고 윤기가 흐르며 알코올 도수와 당도가 높은가, 아니면 숙성이 잘 안돼서 자극적이고 산도나 타닌 함유도가 지나치게 높은가를 보여준다. 느낌은 특히 와인의 두 가지 품질 기준인 질감(Texture)와 구성(Structure)을 담당한다. 여기서 질감이란 와인의 수분과 알코올 성분을 증발시킨 후 남는 추출물과 당분, 알코올의 무게를 말한다. 질감은 특히 입안에서 느끼는 충만감으로 나타난다. 쉽게 말하면 미숫가루를 조금 풀어서 마실 때와 좀 더 풀어서 마실 때, 입안에서 다르게 느껴지는 느낌이 질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구성(Structure)이라는 것은 질감의 요소와 산(Acidity), 타닌(Tannin)의 결합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다.

 

결국 와인을 시음할 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느낌들 사이의 조화(Balance)에 유의하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가 지나치면 좋지 않다. 좋은 와인은 삼킬 때 아무런 자극이 없어야 하고 인후의 옆면을 부드럽게 스치고 내려가며 풍부하고 다양한 향기(Aroma)를 여운으로 남긴다. 아로마를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을 여운(Finish) 혹은 뒷맛이라고 하는 데, 이 길이를 시간으로 재는 시음가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있어서 블렌딩은 단순히 각 와인들의 맛과 향을 혼합하는 과정만은 아니다. 블렌딩을 거치면 각각의 포도 품종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향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더욱 복잡해지고 새로운 향을 탄생시키며 볼륨 감이 더욱 깊어져서 맛과 개성이 강해진다. 결국 블렌딩(Blending)은 와인을 ‘자연의 영역’ 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도 나는 우직하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한가지의 품종으로 해마다 도전을 통해 실패와 성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이 좋다. 단순함은 궁극적인 완성으로 이르는 길이다. 나도 그렇게 자연처럼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너그러우며 봄의 햇살처럼 담백하고 소탈한 사람이면 좋겠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오클랜드 중국문화원
오클랜드의 한 장소에서 1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중국어 전문어학원 410 - 6313 T. 09-410-6313
Eftpos 나라
eftpos.cash register,cctv,scale,alarm,pos system. T. 0800 880 400
코리아포스트 / The Korea Post
교민잡지, 생활정보, 코리아포스트, 코리아타임즈 T. 09 3793435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댓글 0 | 조회 194 | 2018.11.15
프랑스 VS 이탈리아 (II)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화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발명가였다. 자동차, 비행기, 헬리콥터, 대포, 전… 더보기

욕쟁이할머니 맛의 비밀

댓글 0 | 조회 385 | 2018.10.10
신의 선물 와인의 초대 (67)​퇴근한 후에 산동네를 오르는 동네아저씨들은 길목에 있던 우리집 구멍가게를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한 동네 모두가 이웃이었고 주말이면 벌건 연탄… 더보기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댓글 0 | 조회 388 | 2018.09.11
프랑스 VS 이탈리아 (Ⅰ)카톡이나 안부를 먼저 보내주는 사람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툰 후에 먼저 사과하는 것은… 더보기

광화문에서 나는 숲을 보았다

댓글 0 | 조회 1,193 | 2016.12.06
세상 모든 것이 모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겠냐고 들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굶을 때면 제일 무서운 것이 그 목구멍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먹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을… 더보기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1,786 | 2016.11.09
허물없이 친한 사람들끼리의 자리라면 그다지 매너를 따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런 형식이나 절차가 편안한 분위기를 너무 학문적(?)이고 딱딱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 더보기

와인의 몸무게, Body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252 | 2016.10.11
살찐 고양이 한 마리가 봄 햇살을 즐기며 풀숲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Fat Cat, 이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마신 후에 느껴지는 느낌이 상상이 되는가?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그랬… 더보기

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댓글 0 | 조회 1,426 | 2016.09.15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상위무리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모두를 괴롭힌다. 근면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지금의 선진한국을 만들었… 더보기
Now

현재 와인 디자인, 블렌딩(Blending)의 세계

댓글 0 | 조회 2,666 | 2016.08.11
언제나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맛 집들은 대부분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창적인 비법으로 대를 이어가면서 전통의 맛을 변함없이 지켜가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더보기

초콜릿을 사랑한 아이스(Ice)와인

댓글 0 | 조회 1,440 | 2016.07.14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초콜릿과 와인은 닮은 점이 많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빈이 전혀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성질을 가지고 있듯이 … 더보기

나폴레옹과 술의 황제, 코냑(Cognac)

댓글 0 | 조회 4,096 | 2016.06.09
프랑스의 지명이기도 한 코냑(Cognac)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최고급 브랜디(Brandy)인 코냑이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 더보기

엄친아 아버지, 카베르네 프랑

댓글 0 | 조회 1,922 | 2016.05.11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공부 잘하고 부모 말씀에는 무조건 순종한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이제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일반 명사로 쓰인… 더보기

청주(淸酒) VS 사케(Sake)

댓글 0 | 조회 2,824 | 2016.04.13
아버지와 여러 겹의 노끈으로 손잡이를 만든 백화수복을 들고 고향에 내려 올려다본 밤하늘엔 별들이 빼곡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 더보기

청국장과 치즈는 누가 다 먹었을까

댓글 0 | 조회 2,602 | 2016.03.10
카메라 앞에만 서면 무뚝뚝하게 서있는 나에게 사진사는 간절하게 김치를 외쳐댄다. 그래 봐야 마지못해 억지웃음을 만들어내자 이번엔 치즈를 부르짖는다. 입가에 웃음을 만들어내는 소리,… 더보기

육각형의 방, 코르크(Cork)의 정체

댓글 0 | 조회 2,232 | 2016.02.11
와인은 오래될 수록 좋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숙성이 되면서 풍미가 풍부해지는 와인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와인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코르크(Cork)는 와인이 개봉… 더보기

나의 첫 사랑, 피조아(Fejoa)

댓글 0 | 조회 2,305 | 2016.01.14
남자는 첫 사랑을 못 잊어 또다시 닮은 사랑을 하고 여자는 첫 사랑을 잊기 위해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한다고 했던가.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대략 20년 전, 데본포트의 푸드 앤 와인… 더보기

요강을 뒤엎는 술, 복분자(Black Raspberry)

댓글 0 | 조회 2,237 | 2015.12.09
대충 약 30년 전의 서울시 시민들의 이야기가 리얼하다. ‘연탄불, 성문종합영어, 골목길, 카스텔라’. 응답 받고 싶은 1988년도, 나의 대학시절이기도 한 그 시절 시대적 아픔과… 더보기

웰컴 투 보르도(Bordeaux)

댓글 0 | 조회 1,696 | 2015.11.12
세계와인의 표준, 프랑스. 와인 하면 어째서 프랑스를 세계 제일로 여기는 것일까? 이유는 와인을 만들어 온 역사가 깊다는데 있다. 로마인들이 갈리아를 정복하고 포도나무를 심기 수세… 더보기

샴페인과 삑사리 철학

댓글 0 | 조회 8,178 | 2015.10.14
고향에선 추석명절이면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이 화투(花鬪)를 하곤 했다. ‘꽃으로 싸운다’는 뜻의 화투는 그 이름에서 이미 심오한 철학의 무게가 느껴진다. 48장의 화투가 섞이고 어… 더보기

드라이(Dry),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0 | 조회 3,440 | 2015.09.10
하루에 사계절이 들어있다는 뉴질랜드의 봄(Spring)은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프링(Spring)처럼 변화무쌍하다. 드라이(Dry)라는 단어는 건조해서 말라가는 막막한 사… 더보기

와인 매너 - 원 샷만은 참으세요

댓글 0 | 조회 1,649 | 2015.08.12
드라큘라 주는 폭탄주의 일종이라고 한다. 레드와인과 위스키를 원료로 만든 폭탄주의 사생아가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마시고 나면 입가에 흘러내리는 빨간색의 레드와인 때문이라고 한다. … 더보기

FTA와 뉴질랜드 와인의 전망

댓글 0 | 조회 1,622 | 2015.07.15
인간이 땅(Earth)의 소중함을 잃어 갈 수록 뉴질랜드라는 국가적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위대한 자연(自然)을 지키고… 더보기

요리(料理), 와인을 만나다

댓글 0 | 조회 9,488 | 2015.06.10
섹시한 남자가 대세다. 빨래판 같은 식스팩의 복근쯤은 가져야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시절에서 이제 뇌(학력)가 섹시해서 능력이 남다르거나 쉐프수준의 요리실력을 갖추고 그런 실력… 더보기

와인의 고수(高手), 피노누아(Pinot Noir)

댓글 0 | 조회 2,338 | 2015.05.13
어느 분야에나 고수(高手)는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를 이룬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겐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남이 알지 못하는 고통의 시… 더보기

야식만만, 서바이벌 다이어트

댓글 0 | 조회 1,510 | 2015.04.15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는 TV프로그램, 바디쇼(Body Show)의 등장은 당당하고 건강한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변한다. 다이어트는 이제 더 이상 사치… 더보기

코로 와인 마시기(Ⅱ)-오키(Oaky)면 오케이(Okay)

댓글 0 | 조회 1,984 | 2015.03.11
일상에서 작은 사치(Small Luxury)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양으로 승부하던 외식업계를 고급화시키고 더불어 와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하고 있다. 와인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