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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고 바람부는 날이 더 많은 요즘에 어쩌다 화창함이 느껴질 때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추억의 사진이 있었다.
몇 년전 동물원에 갔을 때 눈에 들어온 한쌍의 앵무새,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예뻤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 아름다운 새들이 서로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가 궁금했다.
어린 시절 기억이지만 ‘잉꼬부부’를 표현할 때 앵무새를 상징적으로 내세우기도 하고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따라한다고 했다.
부부간의 사이가 좋은 잉꼬부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잠시 생각하다 떠오른 단어가 ‘의사소통’이었다. ‘의사소통’이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듣고 말하는 단어이고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도 안다. 그러나 실제로 의사소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상담을 할 때 가끔 의사소통만 잘 되었다면 담배를 피우지않고도 소위 말하는 화가 나거나 힘든 상황을 조금은 쉽게 넘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상담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지않으면 가장 힘든 상황은 무엇인지’, ‘담배를 왜 다시 피우게 되었는지’ 등등을 물으며 각자의 흡연유발인자를 찾아 그것들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가족 중에, 혹은 부부간에 대화가 제대로 안되어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대화를 잘하려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만, 하고자 하는 말만 잘한다면 되는 것일까?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않다는 것을 안다. 말하는 것만큼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들어주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잘 들어주는 것 흔히 ‘경청’ 이라 한다.
잘 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를 위해 가끔 상담 중에 앵무새를 이야기한다.
앵무새는 사람들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 한다.
이렇게 잘 들어주는 것을 위한 연습으로 앵무새처럼 한사람이 한 말을 또 한사람은 그대로 옮기게 한다. 그대로 옮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을 더하지말고 또 상대방의 말을 빼지말고 할 수 있는 한 다시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이 한 말을 다시 말하려면 신경써 들어야만 가능하기에 대화가 이런 식으로 몇 번 오가는 사이에 서로에게 있었던 일을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놀라운 상황이 벌어진다.
처음에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것을 할 때 짧은 시간, 즉 1분 정도 부터 시작하고 상대방이 계속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오로지 할 수 있는 말은 “또 다른 것은” 이다.
이렇게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한사람이 끝나면 이제 앵무새가 되었던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구나 해보지않은 것을 시작할 때는 그것을 제대로 하기 위하여 계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앵무새도 계속적인 훈련을 통하여 사람의 말을 따라 표현할 수 있듯이 서로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뒤로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상담 중에 “앵무새처럼 따라 해보세요” 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 기분이 좋을 때 하루 중 있었던 일을 나누기 시작하며 부부간의 대화 시간을 늘려가고 자녀와도 조금씩 대화 시간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처음에 이 연습을 시작하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때론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거야”, “이거 좀 바보같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재미도 있었다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단순한 행동 속에서 잠시라도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기울일 수 있고 그동안 너무나 상대방의 말을 건성으로 들었다는 것을 느꼈다 한다.
이렇게까지 오기 위해 반복적인 연습이 있었지만 변화가 이루어지는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 가운데 또하나의 보너스인 금연이 이루어진 것이다.
사람에게 입은 하나이나 귀는 두개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 하나의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두 귀를 쫑끗 세우고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앵무새처럼 따라 해보세요”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