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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어리 살어리랐다

김지향 0 921 2016.08.10 16:07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가요 청산별곡의 앞부분이다.

 

뉴질랜드에 이민 온 많은 사람들은 청산별곡처럼 청산에 살고 싶은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고 싶어서 왔을 것이다. 나 역시 그들처럼 자연 속에서 자연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뉴질랜드에 정착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이 되고 싶어한다고 고승처럼 속세를 떠나 고독하게 살며 수행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생활 속에서도 자연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는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으리라.

 

서울에서 태어나 대도시를 떠나 본 적이 없는 내가 뉴질랜드에 있는 인구 7만의 작은 도시에 정착하여 15년 동안 절제의 미덕을 쌓으면서 지냈다. 충분히 절제가 가능한 삶이기도 했다. 보는 것이 적은 만큼 욕심이 줄어드니 절제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세월 동안 아이 셋을 키운 것밖에 이룬 것이 없는데, 언덕 위의 전망 좋은 이층집에서 매일 자연을 바라보면서 사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한 때, 집을 팔고 대도시로 떠날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집이 팔리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나 자신도 모르는 내 내면의 생각을 집은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집에도 영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8년 이란 세월 동안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로 지내왔던 집이 어찌 내 마음을 몰랐겠는가? 

 

지금 내 어깨에 날개가 돋고 있다. 강태공이 낚시를 하면서 때를 기다렸듯이, 나 역시 날개가 돋기를 기대하면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내 꿈대로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둘째와 막내가 일 년 동안 일한 돈으로 생활비를 내면서 돈을 모아 미국 캠핑 카 여행을 다녀왔다. 미국 여행이 딱 일 년 전의 계획이었으니, 11개월을 일하여 한 달의 여행을 한 셈이다.

 

11명의 멤버들과 함께 대자연을 돌아다녔는데,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며 나이와 직업 환경들이 모두 다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는 치매 초기의 환자도 있었다. 그들과의 짧은 생활을 통해 배운 것이 무척 크다고 했다.

 

아이들의 여행이 잠자고 있었던 내 꿈을 깨어나게 했다. 

 

바다가 갈라지는 것이 어디 성경 속의 이야기이기만 하는가? 내 고국 한국에도 갈라진 바다 사이로 섬을 걸어갔다 오는 곳이 있지 않던가? 강태공이 왜 낚시로 평생을 기다렸던가? 때를 기다렸던 것이 아닌가? 꿈이 현실이 되는 때는 꼭 있는 법이다. 

 

꿈의 섬은 바다가 열릴 때마다 육지인 현실에 길을 만든다. 꿈의 섬을 주시하면서 대기하고 있다 보면 꿈을 이룰 수 있다. 자연의 흐름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는 꿈을 가슴에서 발로 연결할 때가 지금 바로 이 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내 생애 중에 바다가 열릴 때가 어디 한두 번이었을까? 바다가 열리는 것을 보면서도 놓친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때 왜 그 때를 놓쳤을까? 때를 잡을 준비가 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또한 때를 제대로 잡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교훈이었을 뿐이다.

 

현실의 잠에서 깨어나 꿈 속에서 살아가리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꿈과 연결 된 길을 걸어, 내 꿈대로 살어리랏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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