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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김운용 0 1,989 2016.08.1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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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전장 6145m)는 600년 골프 역사가 잔디 밑에서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이곳에서 5년(0과 5로 끝나는 해)마다 대회를 개최하는데 지금까지 디 오픈(브리티시오픈)을 29차례나 개최했고 오는 8월이면 30번째 대회를 연다. 그래서 골퍼라면 누구나 성지 순례처럼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다. 

 

세인트앤드루스는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인구 2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이 작은 도시가 세계에서 몰려든 골퍼와 관광객들로 1년 내내 북적인다. 43㎜의 흰 공이 죽어가는 도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이 뿌리고 가는 한 해 관광수입이 시 예산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R&A는 관광수입 외에도 순전히 행사로만 약 5000만 달러(약 543억 원)의 수입을 올려 도시를 먹여 살리는데 크게 기여한다. 비바람 잦은 황량한 들판에서 양 떼를 몰던 목동들이 골프장 하나로 후손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명성에 질려 일반 골퍼들은 이곳에서의 라운드를 아예 엄두도 못 내지만 사실 올드코스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공원 같은 곳이다. 1번 홀 티잉 그라운드 부근엔 관광객이 끊임없이 지나다닌다. 그 때문에 1번 홀에선 자주 촌극이 벌어진다. 갤러리를 의식한 나머지 잔뜩 힘이 들어가 어이없는 미스샷이 발생하기 일쑤다.  

 

세계의 골프장들은 명칭을 대개 GC(golf club) 또는 CC(country club)로 표기한다. 그러나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 등에서는 링크스(Links)로 부른다. 원래의 링크스는 골프의 태생지 스코틀랜드의 지명이다.  

 

필자는 골퍼로서는 참 행운아다. 남들은 한 번도 밟기 어려운 올드 코스를 두 번이나 경험했다. 2003년 제주 나인브리지 대표 시절이 처음이었고, 2012년 캐슬 스튜어트에서 개최된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 모임에 참가할 때가 두 번째였다.  

 

사랑도 첫사랑이란 말이 있듯이 2003년 첫 방문 때 동반한 아내가 첫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게 아직도 진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이곳의 1번 홀과 18번 홀은 그린만 다를 뿐 페어웨이를 같이 쓴다. 그리고 2번 홀과 16번 홀, 3번 홀과 15번 홀, 4번 홀과 14번 홀은 그린을 공유하는 실용적인 코스 설계란 느낌을 받았다. 2번 홀은 그 유명한 스윌컨 다리 너머에 있다. 스윌컨은 중세 때부터 있던 다리로 올드코스의 상징이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스코어에 집착하는 골퍼라면 올드코스를 잘못 찾았다. 길고 거친 러프, 군데군데 끊어지고 좁은 페어웨이, 112개나 되는 벙커가 있다. 그래서 올드코스는 프로에게도 유쾌한 코스가 아니다. 올드코스의 진짜 맛은 13번 홀부터다. 13번 홀에는 사자의 입, 고양이 덫, 관 등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벙커들이 11개나 있다. 동반했던 한 인사는 마의 13번 홀에서 벙커 탈출을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 볼을 손에 쥐고 걸어 나왔다. 그는 아마 지금도 벙커 악몽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올드코스에서 가장 유명하고 어려운 홀은 17번 홀이다. 그린 주변에 악마의 입처럼 쩍 벌린 벙커들이 자석처럼 볼을 빨아들인다. 1984년 디 오픈에서 선두를 달리다 그린 앞 ‘로드 벙커’ 에서 무려 9타를 쳐 우승을 놓친 일본인 토미 나카지마의 이름을 따 일명 ‘나카지마 벙커’로 불린다. 18번 홀 그린 앞에 있는 울퉁불퉁한 둔덕 때문에 볼이 어디로 튈지 몰라 골프 순례자들을 울고 가게 하는 이른바 ‘죄악의 계곡’도 올드코스의 명물이다. 원래 공동묘지가 있던 곳인데 코스를 재설계한 톰 모리스는 죽은 자의 뼈 위에 만든 곳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보비 존스는 올드코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알면 알수록 매력 있는 코스다. 바람과 핀의 위치에 따라 항상 다른 샷으로 핀을 공략해야 하는 수천 개의 얼굴을 가진 자연이 만든 코스다.” 플레이 내내 올드코스의 신비감과 매력에 푹 빠졌던 필자는 18홀을 마치며 보비 존스의 말을 떠올렸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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