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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

김지향 0 1,166 2016.07.28 09:51

뉴질랜드 북섬 끝부분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을 다녀왔다. 대도시인 오클랜드와 대비되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자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으로도 보였다. 

 

지금 나는 수 천 년의 역사를 묵묵히 서 있는 카오리 나무들과 천연 온천장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여행이었다. 여러모로 나 자신을 점검하며 나의 부족함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자기 반성을 갖게 하는 여행이었다. 그런 반면 새로운 용기와 기운을 얻을 수 있었다.

 

버스로 집에서 공항으로 갈 때부터 이번 여행이 무척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미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 것부터 북섬의 최 북단 지역을 다녀 오는 여행이며 사진으로만 보았던 친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여행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요즘 건강에 자신이 없어서 망설였지만, 여행을 통해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다녀왔다. 다행히 여행이 나에게 준 에너지는 무척 크고도 깊었다.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아서 봄날의 날씨였고 온천을 하는 동안에 적당히 구름이 가려 주기까지 하여 시간 가는 줄도 몰랐었다.

 

저녁 시간에 맞춰 오클랜드에 도착하여 파미에서의 옛 친구들을 만났는데, 너무나도 기쁜 소식을 접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소식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딸이 좋은 직장에 정식 직원으로 취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나를 만나는 그날이 딸의 승용차가 그녀에 맞는 맞춤으로 완성이 된 날이라고 했다. 인간 승리가 따로 없었다.

 

뉴질랜드에서 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그녀의 모성애와 그녀의 의지가 하늘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우주가 마음작용이란 것이 새삼 깊이 다가왔다. 불편한 몸으로 하루에 6번이나 버스를 갈아타면서 출퇴근을 하였었는데, 그 얼마나 다행스럽고 대견한 일이던가?

 

여행 중에 공부를 많이 한 훌륭한 스님을 만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그 스님의 말씀보다 더 깊은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 내용이였다. 얼큰한 알탕찌개 맛이 더 달게 느껴진 것은 딸의 승용차가 나온 턱을 얻어먹는 저녁이라서 더 그랬을 거다. 그녀의 행복이 그곳에 앉아 있는 네 명의 가슴에 가득 차고도 넘쳐나서 웃음꽃이 만발했다. 

 

내가 행복해야 주위가 행복하다는 진리를 터득하기 위해 수행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지내는 수행자들보다 더 큰 수행자가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수없이 넘어져 다치면서도 다시 일어나고, 남들의 수 백 배 노력하면서 공부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까지 해나가는 그녀. 그녀가 나에게 주는 교훈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내 심장이 왜 커졌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으며, 심장박동기계를 달고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염려와 감사가 엇갈렸는데, 그런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녀가 새 삶을 시작한 것처럼 나 역시 새 삶을 시작하게 되어 있다. 이러나 저러나 아직은 이 생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어두웠던 시기를 거치고 빛으로 들어온 삶이라고 하지만, 어찌 빛 속에 어둠이 존재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블록이 되어 그녀 앞에 벽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환한 빛인 그녀의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시원찮게 올라오고 있었던 히야신스 잎이 분홍빛 꽃을 머금고 있었다. 파란 잎이 돋아날 때, 봄으로 착각하는 게 재미있어서 웃었는데, 겨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나에게 희망을 전해주려 준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따스해졌다.

 

수 천 년의 세월을 묵묵히 한 자리에 서 있는 카오리, 봄에 잠깐 피고 지는 히야신스 꽃, 이번 겨울 여행을 위해 나를 초대해 준 친구, 나와 함께 동행해준 친구와 오클랜드에서의 친구들…… 우주의 모든 생명들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하나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겨울여행이었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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