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로열 멜버른 골프클럽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호주 로열 멜버른 골프클럽

0 개 2,867 김운용

 

bff17d1ff6f9407428089c66eaeb06aa_1469577546_8841.jpg

 

호주의 로열 멜버른을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 2005년 겨울이었다. 인도골프협회장이 인도에 골프가 들어온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골든 주빌리’ 행사에 필자를 초청했다. 필자는 인도여행을 핑계 삼아 며칠 앞서 호주를 먼저 방문했다. 멜버른은 1956년 제16회 하계올림픽이 개최됐고,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이 1904년부터 열리는 곳이다. 

 

캔버라 이전 임시 수도였던 이곳은 정치, 문화, 예술, 음식의 중심지이자 패션의 도시다. 시드니타워보다 35m나 높은 남반구 최고층의 전망 타워가 있다. 남태평양의 런던으로 불리는 곳이다. 도심을 가르는 노면 전차 트램(Tram)이 100년 넘도록 고풍스럽게 다닌다. 도심 속 공원과 녹지 비율이 높아 2002년, 2004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로열 멜버른 골프클럽은 ‘누구나 가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다.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이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며 히스와 모래 언덕에 꾸민 로열 멜버른은 100년이 넘은 오래된 코스이자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문 골프장이다. 호주 골프는 19세기 시작됐지만 당시 지어진 골프장 중 로열 멜버른만이 유일하게 1891년부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설계가 톰 핀 레이가 폐쇄된 컬필드 역 부근의 부지에 18홀 코스를 설계해 1891년 7월 4일 처음 개장했다. 그 뒤 1895년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로열’의 칭호를 하사받았다. 현재 위치의 코스는 1926년에 개장(현재의 서코스)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과 사이프러스포인트를 만든 앨리스터 매킨지가 설계를 맡았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오거스타내셔널의 과감하고 뚜렷한 벙커들이 연상된다. 페어웨이가 넓어 언뜻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그린을 지키는 벙커들은 턱이 급격하게 높아 확실한 핸디캡으로 공포심을 자아낸다.  

 

로열 멜버른은 동서 코스 36홀이다. 동코스 6개 홀과 서코스 12개 홀로 18홀의 ‘콤퍼짓(Composite) 코스’가 조성되면서 전대미문의 혁신 조합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멜버른의 도시 규모가 커지고 도로가 확대되면서 동서 코스를 관통하는 도로가 뚫린 탓이다.  

 

유럽이나 호주 등에서는 골프장이 도심 속 공원처럼 배치된 탓에 골프장 옆으로 담장 없이 도로가 지나가는 경우도 흔하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골퍼들은 라운드를 하면서 도로를 건너가곤 했다. 

 

하지만 1959년 캐나다컵(오늘날의 월드컵)이 처음 개최되면서 골프장은 고민에 빠졌다. 많은 갤러리들이 도로 사이를 지나가면 안전과 대회 진행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서코스 12개 홀과 동코스 6개 홀을 합친 콤퍼짓 코스를 고안해냈다.  

 

동서 합성 코스는 파71, 6934야드의 토너먼트 코스로 거듭났다. 이후 1998년과 2011년 미국과 비유럽 세계 연합팀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이 이 콤퍼짓 코스에서 완벽하게 치러졌다. 아쉬운 것은 이 같은 큰 대회가 아니면 동서 합성 콤퍼짓 코스를 체험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호주가 낳은 세계적인 골퍼 ‘백상어’ 그레그 노먼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평가한 데는 이렇듯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서코스 6번 홀은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홀 중 하나로 꼽힌다. 페어웨이가 직각으로 꺾여있는 도그레그 홀이어서 공략하기가 대단히 까다롭다. 안전지대로 티샷을 날리려면 4개의 벙커와 위험한 덤불을 지나야 한다. 그린 주위의 벙커 때문에 어프로치도 쉽지 않다. 앞 경사가 심해 짧으면 볼이 흘러내릴 정도다. 

 

18번 홀(파4·395m)은 그린 주변에 6개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는 웅장한 피니시 홀이다. 이곳의 그린은 매끈하고 단단하면서도 빠르다. 오거스타내셔널의 유리알 그린을 연상시킨다. 

 

2011년 프레지던츠컵에서 세계 연합팀 단장 그레그 노먼이 물을 뿌리자 물이 그린으로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렸다. 항상 80대 초반의 스코어를 유지하던 필자도 이날은 92타를 스코어 카드에 적어냈을 정도로 코스와 그린이 쉽지 않았다. 

 

남반구에 위치해 우리와는 계절이 반대다. 필자가 방문했던 12월에는 날씨가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