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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열린 어머니

김지향 0 864 2016.07.14 10:17

80초반의 어머니께서 몇 년 전부터 소리를 잘 못 들으셨다. 그러시다가 얼마 전에 아예 귀가 들리지 않으셨던 것이다. 

 

어머니 옆 동네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는데, 의사가 어머니 귓속에서 엄지손톱 만한 귀지를 꺼내어 보여주었다고 한다. 짧은 순간 그 귀지를 쏙 잡아 빼고 나니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 시원하게 들리게 된 것이다. 

 

귀마개처럼 귓속을 꽉 막고 있었던 커다란 귀지를 보면서 동생은 많은 생각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 생각 중 노인네를 제대로 잘 챙겨주지 못했었던 자신의 반성이 제일 컸었다고 한다. 태평양 건너 지구 반대쪽에 살고 있는 불효자인 나로서는 그저 눈물 섞인 호탕한 웃음을 전화선을 통해 보낼 수밖에 없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귀지가 소리를 꽉 막아버릴 때까지 전혀 모르고 계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니던가? 그나마 어머니께서는 귀가 안 들리는 원인을 찾아 내셨지만, 난 아직도 내 심장의 기능이 왜 일반인들의 반에도 못 미치는지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을 찾아 내기 위하여 검사하기를 시작했으니, 나 역시 조만간 그 원인을 찾게 될 것이다. 

 

의학적인 원인을 찾느라 병원의 스텝들이 노력하는 동안 난 내 자신을 점검하고 있는 중이다. 주치의가 내 준 숙제인 매일마다 몸무게를 체크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며, 몸이 마음에 경고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나 자신을 스스로 관찰해 나가고 있다.

 

응급실에 다녀온 이후로 나는 반성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의사들과 병원 스텝들의 환자들에 대한 그들의 소명감을 가슴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도 아닌 환자의 몸을 위한 그들의 사랑과 배려를 보면서, 앞으로 내 몸을 위해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더욱더 굳히게 되었다.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 김장 준비를 했다. 올해는 김장을 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탐스러운 한국 배추와 무를 보니 김장할 욕심이 앞섰다. 조금이라도 김장을 해둬야 마음이 편할 거 같아서 배추 6포기와 무 5개를 샀다. 

 

이렇게 몇 개 안 되는 배추와 무를 사두긴 했는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를 않아 며칠 동안 신문지로 하나하나 싸두고 있다가 김장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양의 김장을 했다. 김장을 하기 전까지 신문지 옷을 입은 채 누워 있는 배추와 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대로 둔 채 몸 상태가 좋아지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께 밤에 배추를 절여서 어제 김장을 마쳤는데, 그 덕분에 배추 겉절이를 먹을 수가 있었다. 맛있게 먹어 주는 가족들 덕분에 행복한 내 마음이 건강을 회복해 가는 환자들을 바라보는 병원 스텝들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나를 잘 보살피면서 살아가는 게, 나만 위하는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나를 잘 챙김으로 가족들이 행복해지고, 더 나아가서 그물처럼 얽혀 있는 세상이 행복해지는 일인 것이다. 

 

어제는 많이 울었다. 아직도 울고 있다. 그냥 눈물이 쏟아졌고 지금 역시 눈물이 쏟아지고 있다. 비바람이 몹시도 거세게 몰아치는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도 있었겠지만, 여러모로 눈물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이 물밀듯이 올라와서 일 것이다.

 

사랑에 대해 뭐라고 규명하기 힘들듯, 눈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냥 사랑하듯, 그냥 눈물이 쏟아졌다. 한 드라마에서 손녀 딸이 90 노인인 할머니한테 인생이 뭐냐고 물었을 때, 인생은 그냥 사는 거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눈물 역시 그냥 나오는 것이었다.

 

그냥 사는 인생 속에 80 초반의 어머니께서 귀가 열려 소리들을 선명하게 듣고 사실 수 있게 되었듯, 나 역시 막혀 있는 내 마음의 귀가 활짝 열려 나 자신과 세상의 행복에 귀 기울이면서 살 수 있기만을 바란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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