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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케이프키드내퍼스

김운용 0 1,183 2016.06.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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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키드내퍼스 골프클럽은 뉴질랜드의 ‘페블비치’로 불린다. 헬기를 타고 호크스만 상공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치 거인이 남서태평양에 손을 쑥 넣은 것 같은 형세의 케이프키드내퍼스 골프 코스가 펼쳐진다. 

 

아웃 코스는 손등 부문에 집중돼 있고, 인 코스는 손가락에 분포돼 있다. 손가락 사이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절벽과 계곡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세상의 끝에 신이 내린 코스라고도 불린다. 장엄하고도 웅장한 자태의 골프장이다. 해발 182m의 해안 절벽. 심장 박동수가 빨라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언젠가 직장 선배로부터 이민을 간다면 뉴질랜드를 선택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연이 숨 쉬고 공해가 없는 곳. 인구에 비해 골프장이 많은 골프 천국이다. 2005년 12월 뉴질랜드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남서태평양의 섬나라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이뤄졌으며 ‘자유와 구름의 나라’에 비유된다. 

 

케이프키드내퍼스는 북섬의 동쪽 끝인 네이피어 호크스만의 최동남쪽 돌출부에 자리하고 있다. 코스 부지의 주인은 미국인 억만장자 줄리언 로버트슨이다. 그가 1990년대 운용하던 ‘타이거펀드’는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쌍벽을 이루며 세계 금융계를 쥐락펴락했던 헤지펀드였다.

 

부지는 1980만㎡(600여 만 평)에 달한다. 골프장 입구에서부터 코스까지 8㎞의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져 있었다. 골프장 중 이보다 더 멀리서 손님을 맞는 경우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일행이 골프장 입구에 들어섰을 때 양떼가 진입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양떼의 뒤를 따라 천천히 이동했는데 처음에는 하늘과 해를 가리는 거대한 삼나무와 소나무가 나타나더니 점차 목초 지역으로 변했고, 마침내 짙푸른 남서태평양이 펼쳐졌다. 

 

깃대와 소박한 농장 스타일의 클럽하우스 지붕이 보이더니 동화 속 한 폭의 그림 같은 케이프키드내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에 이런 곳이 다시 있을까”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곳은 2004년 1월 파71, 코스 전장 6533m로 개장됐다. 코스 설계는 현대설계의 총아로 불리는 톰 도크가 맡았다. 케이프키드내퍼스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케이프(Cape)는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곳을 뜻한다. 키드내퍼스(Kidnappers)는 유괴범, 납치범이란 말이다. 

 

아벌 타스만에 이어 뉴질랜드를 두 번째로 탐험한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1769년 어린 선원을 데리고 이 지역을 탐사했는데, 어린 선원을 동족으로 오인한 원주민이 그를 유괴하려 했다는 데서 이 지명이 탄생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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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마다 개성 있는 이름이 붙어 있다. 시그니처 홀은 ‘해적선의 널빤지(Pirate’s Plank)’라는 15번 홀(파5·595m)이다. 이 별칭이 지어진 것도 재미나다. 옛날에는 해적선에서 사로잡은 인질을 고문하거나 뱃사람의 담력을 시험할 때 배의 난간 밖으로 널빤지를 설치한 뒤 그 위를 걷게 했다고 한다. 배짱이 있으면 널빤지 위를 당당하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도가 출렁거리는 바다를 아래에 두고 널빤지 위를 태연하게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15번 홀은 바다를 향해 뻗은 해적선의 널빤지를 연상시켰다. 친 볼이 페어웨이 양옆으로 갔다면 아예 ‘로스트 볼’로 생각해야 한다. 가장자리로 가보니 바로 밑에 아찔한 수직 절벽이 도사리고 있어 오금이 저려 왔다. 그린과 절벽 사이의 벙커에 볼이 빠져 가보니 뒤로는 푸른 바다가, 볼 앞에는 가파른 벙커 턱이 자리하고 있었다. 필자는 두 번의 벙커 샷을 실패한 후 더 이상의 ‘탈출’을 시도하지 못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핸드웨지(손)로 들고 나와야 했다.

 

15번 홀에서 담력을 잃고, 16번 홀 티잉 그라운드로 가는 50m가량의 좁은 해안 샛길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15번 홀에서 잔뜩 겁을 집어먹었지만, ‘이렇게 광활하면서도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1∼2타 더 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일까’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했다. 

 

16번 홀 별칭은 ‘과부의 산책(Widow’s Walk)’이고, 17번 홀은 ‘가마우지의 구멍(Gannet Punch)’이었다. 이 2개 홀은 바닷가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인 코스 9개 홀 중 가장 내륙 쪽에 있고 부드러운 능선과 그린이 포진하고 있었다. 

 

17번 홀은 골짜기 사이에서 솟아오른 페어웨이 모습 때문에 목표 지점이 가마우지가 내려앉은 홰처럼 왜소해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18홀 모두 훌륭하지만 나는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프로선수가 된 것처럼 우쭐했다. 

 

코스를 돌면서 우리 일행은 호크스만 바다를 향해 샷을 날렸다. 3∼4초 정도 허공을 향해 날아간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182m의 절벽 아래 바다로 떨어졌다. 그때 그 볼은 지금도 바닷속에 깊이 잠들어 있지 않을까.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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