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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클럽

김운용 0 1,751 2016.06.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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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클럽을 찾은 것은 2003년이었다. 골프의 발상지 세인트앤드루스를 방문하면서 여러 링크스 코스를 돌아보는 여행이었다. ‘순례’에는 우리 부부와 남자 2명이 동반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생겼다. 골프장에 도착할 무렵 인솔자가 “클럽에 들어가기 전 넥타이를 매라”고 요청했다. 이른바 ‘드레스코드’ 때문이었다. 캐주얼 복장이었던 일행은 차 안에서 재킷을 입고 넥타이를 맸다. 아내는 클럽하우스에 여성 라커룸이 없다는 소리를 듣곤 차 속에서 옷을 갈아입어야만 했다. 그런데 정작 아내는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라운드도 하지 못해 서운해했다. 이유는 경기방식 탓도 있었지만 반드시 회원이 포함된 조 편성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오전에는 포섬(2인 1조, 볼 1개를 서로 번갈아 가며 치는 방식)으로, 오후에는 포볼(2인 1조, 2명 중 베스트 스코어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전반 라운드를 마치고 다시 라커룸에 들러 넥타이를 매야만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

 

여성의 플레이는 허용되지만 여성 4인만의 플레이는 금지다. 남성을 1명이라도 동반해야 하며, 화·목요일에만 일반인들에 개방한다. 이메일이나 전화, 편지를 통해 티오프 시간을 받을 수 있다. 남자는 18, 여성은 20 이하 핸디캡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칼라가 있는 골프복장이어야 하며 청바지는 ‘불허’다. 워킹 플레이가 원칙이며 골프 카트는 65세 이상과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다. 그린피는 한 라운드에 약 35만 원이며, 추가 라운드는 약 44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으로, 골프인의 한 사람으로서 뮤어필드를 찾는 건 가슴 설레는 일이다. 골프 역사가 살아 숨쉬는 현장을 체험하고, 특별한 스토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뮤어필드의 ‘뮤어’는 스코틀랜드어로 황무지란 뜻이며 직역하면 황무지로 된 목초지(들판)이다. 

 

뮤어필드는 애든버러 공항의 동쪽, 차편으로 35분 정도 거리의 해안에 자리하고 있다. 세계 10위 안에 랭크되는 곳이며 톰 모리스가 디자인했다. 이후 HS 콜트가 리모델링을 했다. 평소에는 6673야드 파 70으로 운영하다가 브리티시오픈 등 큰 대회가 열리면 챔피언 티를 사용하며, 코스 길이도 7034야드 파71로 변한다. 전체적으로 편평한 듯하다. 하지만 코스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기이한 형태의 움푹 파인 벙커, 허리까지 오는 긴 페스큐 등에서 자연의 힘을 느끼게 된다. 

 

잭 니클라우스는 자신의 고향인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꿈을 실현코자 뮤어필드 빌리지를 건설했다. 니클라우스는 “나는 그곳과 즉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뮤어필드는 골프 코스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라고 극찬했다.  

 

대개 코스의 레이아웃은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좌우가 마주 보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이곳은 아웃 코스는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고, 인 코스는 그 안쪽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행된다. 같은 시계 방향으로 돌더라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을 18홀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홀을 앉혔다. 난도와 재미가 균형을 잡은 위대한 코스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최고 파5 홀 가운데 하나인 9번 홀 페어웨이는 낙하지점이 좁고, 러프가 두껍다. 무성한 목초는 정확한 드라이브 샷을 요구한다. 2온을 하면 이글 퍼트의 기회를 얻지만 이를 위한 ‘리스크’는 크다. 벙커가 예상치 못한 자리에, 비스듬히 회색빛 돌벽 너머 그린 가까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잘못된 샷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뮤어필드의 백미는 17번 홀(파5·575야드)이다. 이 홀 역시 그린 앞 100야드 정도가 구릉, 웅덩이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난관에 맞서느냐, 난관을 회피할 것이냐가 관건이 된다. 1800년대 지어진 클럽하우스 내부의 진열장에는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역사의 때가 묻어 있었다. 그러나 프로숍이 없었다. 전 세계를 돌아봤지만 지금까지 가본 곳 중 유일했다. 플레이에 필요한 골프 볼과 코스 맵만 로비에서 판매했다. 모자 등을 수집하는 게 취미인 필자는 아쉬움이 컸다. 여성 캐디는 찾아볼 수 없고, 남성 캐디는 덥수룩한 수염에 줄담배를 피웠다. 그러나 그린에 올라가자 담배도, 대화도 없이 조용했다. 그린에서는 플레이어에게 방해되는 행동은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캡틴이 퇴장시킬 수 있다는 로컬 룰도 특별하다.  

 

김운용: 호서대 골프학과 교수 겸 세계 100대골프장 선정위원

■ 제공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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