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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물에 취해 현실을 잊다

영산 스님 0 1,157 2016.06.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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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가보면 건물 벽면에 여러 가지 벽화들이 많이 있는데, 부처님의 일대기, 고승들의 행적, 신선 도인들의 유유자적함 등, 그 중에서 출가하기 전 어렸을 때 크게 충격을 받은 벽화가 있었는데 안수정등(岸樹井藤)의 설화를 그려놓은 그림이었습니다. 풀이는 언덕 안, 나무 수, 우물 정, 등나무 등 입니다. 

 

한 남자가 거친 광야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무서운 불길이 일어나 남자를 향하여 번져오고, 또 어디서 왔는지 모를 흰 코끼리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남자를 향해 돌진을 해 옵니다. 겁을 먹은 사람은 정신 없이 코끼리를 피해 달아나다 낭떠러지에 등나무 줄기가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줄을 잡고 내려갔습니다.

 

정신 없이 내려와 등나무 줄기 하나에 의지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아래를 살펴보니 우물이 있고 바닥에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겁니다. 위로 가자니 코끼리가 버티고 섰고 아래로 가자니 독사들이 우글거리고. 설상가상으로 어디서 왔는지 흰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 등나무 줄기를 갉아 먹기 시작합니다.

 

주변이 모두 절망으로 가득 차서 이제는 한계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에 위에 달려있던 꿀통에서 꿀이 한 방울 똑 떨어지는 겁니다. 너무도 맛이 있고 기운이 납니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줄을 부여잡고 꿀통에서 간간히 떨어지는 꿀맛에 취해 그 남자는 그렇게 그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사를 불교적 비유로 풀어놓은 것인데, 불길은 번뇌 망념의 치성함이고, 코끼리는 무상의 신속함을 나타내고,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즉 세월을 뜻하고, 독사들은 탐.진.치(욕심.성냄.어리석음) 삼독을 나타내고 간간이 떨어지는 꿀물은 요욕락-쾌락과 즐거움을 나타냅니다.

 

번뇌망념은 끊이질 않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무상함이 바로 코 앞에 버티고 있고, 명줄은 언제 끊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가끔씩 떨어지는 꿀에 자신의 처지를 잊고 살아가는 뭇사람들의 현실을 비유적으로 한 장의 그림으로 나타낸 겁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줄이 끊어질 때까지 꿀을 받아먹으며 버티고만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밑으로 내려가겠습니까? 그도 아니면 위로 올라가야 되겠습니까?

 

아니면 독사는 내버려두고 올라와서, 코끼리를 피하고, 불은 끄는게 좋을까요?

 

마지막 답을 고르셨다면, 그것이 바로 인생은 무상하니 탐욕을 버리고 번뇌망상을 제거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고르신 분들은 등나무 줄기를 타고 한 번 올라와 보는 노력을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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